무너진 中 억만장자 신화… '동전주'로 전락한 1등 부동산개발사

무너진 中 억만장자 신화… '동전주'로 전락한 1등 부동산개발사

박수현 기자
2023.08.13 06:00

[자오자오 차이나]

[편집자주] 중국은 가깝고도 먼 나라입니다. 서로를 의식하며 경쟁하고 때로는 의존하는 관계가 수십세기 이어져 왔지만, 한국 투자자들에게 아직도 중국시장은 멀게만 느껴집니다. G2 국가로 성장한 기회의 땅. 중국에서 챙겨봐야 할 기업과 이슈를 머니투데이가 배달해 드립니다.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벽계원(碧桂園·컨트리가든)의 양후이옌 회장. /사진=뉴스1(벽계원 홈페이지).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벽계원(碧桂園·컨트리가든)의 양후이옌 회장. /사진=뉴스1(벽계원 홈페이지).

"저 스스로를 전문 경영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시장과 고객의 입장에서 품질 개선에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동시에 신산업에 중점을 두고 위탁 관리, 건설 사업을 해나가려 합니다"

올해 3월 1일.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체 벽계원(碧桂園·컨트리가든)의 승계 작업이 마무리됐다. 양궈창 창업자 겸 회장이 물러나고 그의 둘째 딸인 양후이옌 공동 회장이 41세의 나이로 단독 회장에 올랐다. 양 회장은 수년 연속 중국 최고의 여성 부호 1위에 이름을 올렸던 인물이다.

양 회장의 입지가 공고해지며 주주들은 중국 부동산 시장의 회복과 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점쳤다. 그러나 벽계원은 헝다그룹에 이어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에 처했고 주가는 연초 대비 60% 넘게 하락했다. 벽계원의 디폴트 선언이 시장에 큰 충격을 가져올 수 있는 만큼 중국 정부는 부동산 관련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올해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벽게원의 주가 변동 추이.
올해 중국 부동산 개발 업체 벽게원의 주가 변동 추이.

지난 11일 홍콩 증시에서 벽계원은 전일 대비 0.06홍콩달러(5.77%) 내린 0.98홍콩달러(약 166.26원)에 거래를 마쳤다. 2007년 홍콩 증시 상장 이후 최저가다. 올해 들어 벽계원의 주가는 꾸준히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연초 대비 63.57% 빠졌다. 같은 기간 홍콩항셍지수(-5.31%) 낙폭의 11.9배다.

벽계원의 주가 하락세에 가속도가 붙은 건 디폴트 위기의 영향이다. 이달 6일 만기 도래한 액면가 각 5억달러(약 6630억원) 채권 2종에 대한 이자 2250만달러(약 297억원)를 상환하지 못한 것이다. 벽계원이 30일간의 유예기간 이후에도 이자를 갚지 못하면 디폴트 처리가 확정된다.

올해 들어 중국 부동산 시장은 달마다 바닥을 갱신하고 있다. 중국부동산정보(CRIC)에 따르면 지난달 중국 100대 부동산 개발업체의 신규 주택 판매액은 3054억3000만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33.1% 감소했다. 전월과 비교해도 33.5% 감소한 수치였다. 낮아진 시장 기대치조차 4.7% 밑돌았다.

중국 1위 부동산 개발 업체로 꼽혔던 벽계원도 시장 침체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지난해 벽계원의 매출액은 4303억7000만위안(전년 대비 17.7% 감소), 영업손실 60억5000만위안(전년 대비 -122.3%)으로 상장 이후 처음으로 적자를 냈다. 벽계원은 올해 상반기에도 450억위안~550억위안(약 8조 2300억원~10조589억원)의 영업손실을 낸 것으로 추정된다.

증권가에서는 벽계원의 디폴트가 악화일로를 걷는 중국 부동산 시장을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다는 관측을 내놓는다. 앞서 2021년 12월에는 중국 최대 건설사였던 헝다그룹이 정부의 규제 강화에 따른 압박으로 달러화 채권을 갚지 못해 디폴트를 선언했다. 헝다그룹의 디폴트 선언에 관련 업체들이 줄도산하며 중국 부동산 시장은 침체기에 빠졌다. 홍콩 증시에 상장된 헝다그룹은 지난해 3월부터 이날까지 줄곧 거래정지 상태로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벽계원 홈페이지.
/사진=벽계원 홈페이지.

일각에서는 컨트리가든의 디폴트 사태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는다. 미지급한 이자 규모가 크지 않고 유예 기간이 있어서다. 또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25%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의 침체가 중국 경제 전체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우회적으로 컨트리가든을 지원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중국의 증권 감독 당국인 증권감독위원회는 지난 11일 부동산 시장과 관련된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회의를 개최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지연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번 사태로 인한 벽계원의 디폴트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라며 "벽계원의 재무 건전성이 다른 중국 대형 부동산 기업들과 비교했을 때 크게 악화되지 않았고 중국 정부가 현재 부동산 시장에 대해 우호적인 스탠스를 취하고 있는 만큼 정부의 개입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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