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권형 랩어카운트와 특정금전신탁(랩·신탁) 계좌에서 '채권 돌려막기'를 한 9개 증권사의 개별 과태료가 공개됐다. 대부분 영업정지 등 기관제재를 면하고 과태료를 감경받았는데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 과정에 기여한 것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이 과정에서 기여도가 낮음에도 감경률이 높거나 기여도가 높지만 감경되지 않은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열린 증권선물위원회에서 교보증권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로 44억8000만원의 과태료를 부과받았다. 이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결정한 65억4000만원에 비해 20억6000만원 감경된 금액이다.
감액비율을 보면 KB증권이 가장 높았다. KB증권은 종전 50억3000만원에서 29억9000만원으로 40.5% 감경됐다. 뒤를 이어 유안타증권이 32억6000만원에서 20억원으로 38.6%의 높은 감경률을 기록했다. 반면 SK증권은 21억9000만원에서 20억9000만원으로 4.5%만 감경됐고 NH투자증권은 금감원 원안 20억원에서 한 푼도 감경받지 못했다.
또 대부분 증권사는 종전 영업정지 3~6개월에서 증선위를 거치면서 대부분 기관경고로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 교보증권만 사모펀드 신규 설정 관련 업무만 1개월 영업정지 조치를 받았다. SK증권은 최하 수위인 기관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들이 감경받은 배경에는 중징계가 증권사의 해외진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우려와 함께 2022년 레고랜드 사태 후속조치에 기여한 공로가 있었다. 9개 증권사가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리스크 완화를 위해 각 사별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기여도를 감안해야 한다는 논리다.
3차 임시증권선물위원회 의사록에 따르면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 겸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은 "당시 채권시장을 안정시킨 효과는 9개 종투사가 가동한 ABCP 차환 프로그램이 제일 컸다"며 "시장안정에 기여한 부분에 대해 감안을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프로그램에 참여한 9개 증권사와 처벌대상에 오른 9개 증권사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프로그램 참여 증권사는 미래에셋, 메리츠, 삼성, 신한, 키움, 하나, 한투, NH, KB증권인데 이 중 처벌대상에 포함된 곳은 미래에셋, 하나, 한투, NH, KB 등 5곳이다. 감경률은 제각각이다. KB는 40% 넘게 감경받았지만 NH는 전혀 감경받지 못했다. 반대로 프로그램에 참여하지 않은 유안타는 38.6%를 감경받았다.
독자들의 PICK
지금 1,373명 읽는 중
감경률에서 차이가 발생하는 이유는 과태료 부과기준이 위법행위 발생 건수에 따라 산정하고, 감경 최고한도가 정해져 있어서다. 예컨대 '제3자 이익도모 금지 회피 목적의 투자일임재산간 연계거래'와 '투자일임재산 운용 부적정' 2개의 사안에서 각각 10억원의 과태료가 적용된 NH의 경우 다수의 감경사유가 발생했지만 이미 금감원 원안에서 최고한도의 감경이 적용돼 추가 감경이 일어나지 않았다.
금감원 관계자는 "과태료 산정방식과 감경사유에 따른 감경기준이 명확히 마련돼 있고 감경을 허용하는 한도가 정해져있다"며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위반 정도가 약한 증권사도 동일하게 과태료가 부과되기 때문에 억울하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