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해 AAA 등급의 프라이머리 회사채 담보부증권(P-CBO)을 발행하기 위해 만든 유동화회사(SPC)가 줄줄이 파산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장 유동성 공급을 위해 CJ CGV와 롯데컬처웍스 등을 지원하면서도 정상 청산은 5건에 그쳤다. 중소기업의 성장 발판으로 설립된 SPC는 대부분 살아남지 못했다.
3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2020년 신용보증기금이 지원한 P-CBO를 발행하기 위해 설립한 SPC는 총 21건이다. 이중 정상적인 절차를 통해 청산(해산 포함)한 SPC는 5건인 반면 파산한 SPC는 10건이다. 파산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SPC는 6건이다.
이듬해인 2021년 발행한 P-CBO를 관리하는 SPC는 24건으로 정상 청산(해산 포함)은 6건, 파산은 5건, 파산 준비 중은 13건이다.
정상 청산한 SPC를 살펴보면 P-CBO를 발행한 기업들은 이름이 알려진 중견 규모 이상 회사들이 채권발행인으로 참여했다. 2020년에는 CJ CGV, 롯데컬처웍스, LS엠트론, 화승네트웍스, 화승알엔에이, 2021년에는 ㈜두산, ㈜신영, AJ네트웍스, 성우하이텍, 롯데지알에스, 앰캐피탈, OK캐피탈 등이 발행인으로 등재돼 있다.
P-CBO는 애초에 중소기업을 지원해왔다. 회사채를 발행할 수 없을 만큼 신용도가 낮거나 자금을 빌릴 여력이 없는 곳이 대상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지원 저변을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SPC가 정상 청산한 것은 선순위 채권과 후순위 채권 모두가 상환 완료됐다는 뜻이다. 선순위는 신용보증기금이 신용을 보강해 안정성을 갖춘 채권이다. 기업이 부도가 나서 채무 변제 능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신용보증기금이 이를 대신 갚아준다.
반면 후순위 채권은 신용등급이 C~D로 낮다. 일반적으로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 발행한 기업들이 조달 비용으로 생각해 후순위채를 매입한다. 후순위채를 갚지 못하면 후순위채 원금을 포기해야 한다.
아직 청산하지 못한 건들 중에는 후순위채권 만기일(2023년 8월 29일)로부터 2년이 된 경우도 있다. 후순위 채권을 매입한 기업들이 원금 일부를 상환하지 못해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해당 SPC에는 결손금이 쌓여 채권을 변제할 돈이 없어서다. 이 경우 일부 배당절차를 진행하거나 그대로 파산한다.
신용보증기금 관계자는 "청산의 경우 통상 SPC 해산등기 후 청산종결까지 약 3개월 정도 소요되지만 파산은 파산신청시부터 법원의 감독 하에 파산관재인 주관으로 절차가 진행돼 통상 파산종결까지 약 2년정도의 시간이 걸리고, 경우에 따라 소요기간이 더 늘어날 수 있다"면서 "기초자산 편입기업의 부실은 대내외 경제 변수 등 다양한 요인의 영향을 받아 지속적인 리스크관리를 통해 부실이 최소화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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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BO는 자금난에 빠진 벤처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2000년 초반에 정부 주도로 도입됐다. 당시 기술보증기금이 대위변제한 금액은 1조원에 달해 공적자금의 적정 투입에 대한 논란이 일었다. '담보력은 있으나 기술력이 있는 기업에 대한 자금지원'이라는 보증지원 목적에 따라 기술평가를 받지 않는 회사들이 지원대상에 포함되면서 허위자료를 제출한 기업과 관계자들이 대거 문책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