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왕서방이 번다는 속담, 한국의 K문화 콘텐츠 투자를 두고 하는 이야기인 것 같습니다. 영화나 드라마가 한류 핵심인데 돈은 화장품과 식품에서 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죠."
박영호 라구나인베스트먼트 대표(47)는 10일 머니투데이와 만나 "케이팝 데몬헌터스 등 한국의 문화 콘텐츠가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끄는 와중에도 콘텐츠 투자에 대한 시장 분위기는 싸늘하다. 돈 되는 산업에서 '윈윈'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K콘텐츠는 역사상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인공지능(AI)이 삶을 편하게 하면서 게임이나 영화 등 여가 생활을 즐길 여유 시간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기업들이 글로벌 경쟁력을 발휘하기 위해 주목해야 할 분야로 응용소프트웨어 서비스, 콘텐츠 등을 꼽는다.
박 대표는 AI 시장이 커지면 콘텐츠를 생산하는 사람은 자리를 잃을 수 있지만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사람이나 기업은 저렴한 비용으로 많은 돈을 벌 수 있다고 본다. 그는 "빠르면 5~10년 안에 AI가 영화나 게임을 만들게 될 텐데 그 전에 IP 쟁탈전이 펼쳐질 수 있다"며 "AI가 미키마우스를 그리거나 영화 '기생충'의 속편을 제작하게 된다면 미키마우스와 기생충의 원래 저작권자가 돈을 버는 것처럼 IP에 대해서도 이 부분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달 '라구나 문화신기술 펀드 7호(가칭·이하 펀드 7호)'의 결성을 앞두고 있다. 펀드는 문화와 테크 등 다양한 영역 투자로 운용 폭이 넓다. 결성액 규모는 400억원이지만 세컨드 클로징을 열어 500억원 이상 모집금액 상단을 열 것으로 보인다.
박 대표는 이번 펀드를 통해 콘텐츠 제작사 지분 매집에 집중할 계획이다. 특정 영화나 드라마 사업권에 투자하는 프로젝트 투자보다 제작사에 전략적으로 투자해 더 큰 수익을 거두겠다는 취지다. 제작비의 일부를 투자하고 그 비중만큼의 매출을 몇년간 공유받는 기존의 프로젝트 투자 방식에서 벗어나 신주나 구주를 인수해 엑시트(투자금 회수) 시점까지 오래 걸리더라도 큰돈을 벌 수 있는 과감한 베팅에 나서는 것이다.
"IP를 소유한 사람이나 기업의 지분을 갖지 않고서 K문화 콘텐트의 성공에 비례한 투자수익은 기대할 수 없습니다. 콘텐츠 투자가 큰돈이 된다는 것을 입증해야 이 분야에 투자자(LP)들이 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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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대표는 콘텐츠 투자의 핵심을 '민간출자'라고 했다. 정부 차원의 지원은 이미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는 "콘텐츠 펀드의 경우 모태펀드가 전체 펀드 규모의 60%를 출자해주지만 40%의 민간매칭이 어려워 결성이 힘든 상황"이라면서 "생태계 선순환이란 측면에서 K뷰티나 K푸드 등 K컬처의 성공으로 수익을 내고 있는 기업들이 문화펀드의 민간 출자자로 나선다면 좋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화콘텐츠 투자는 박 대표의 역량을 증명한 주력 분야다. 박 대표는 게임, 플랫폼, 웹툰, 케이팝 등 K문화 다방면에서 실무 경험과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게임이나 플랫폼에 대한 투자가 미미했던 2010년, 박대표는 한국투자파트너스에서 인터넷소프트팀을 만들어 문화콘텐츠로 6배 가까운 수익을 남겼다. 그는 한투파에 몸담은 5년간 카카오, 더블유게임즈, 펄어비스 등의 콘텐츠와 플랫폼에 600억원을 투자해 3500억원을 회수했다.
이밖에도 박 대표는 네이버 '한게임' 개발 팀장, 게임사 '네시삼십삼분' 대표, 상장사 '조이시티' 대표, 웹툰회사 '와이랩' 사외이사를 지냈다. 현재 하이브 사외이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의 전체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문화콘텐츠가 차지하는 비중은 30%로 밴처캐피탈(VC) 중 높은 수준이다. 나머지 포트폴리오는 IT서비스(40%), 딥테크(30%) 등으로 이뤄져 있다. 라구나인베스트먼트는 K뷰티에서 성과를 냈다. 아마존, 월마트 등 북미 온·오프라인에서 K뷰티 제품을 브랜딩하고 마케팅 판매하는 수출 업체 '이공이공'과 인도에 K뷰티 제품을 수출하기 위한 물류, 위생허가, 판매를 대행해주는 '블리몽키즈'에 투자했다. 이공이공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은 400억원. 작년 한 해 벌어들인 매출(450억원)의 90%가량으로 성장에 힘입어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설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