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K파트너스와 영풍이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 미국 제련소 합작 사업에 대해 신주 발행 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등 문제제기에 나선 가운데 이 사업은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가 미국 공급망 재편의 기둥(pillar)이라고 규정한 중대 사업인 것으로 나타났다. MBK파트너스는 "문제의 본질은 미국 제련소 건설이나 한미 협력이 아니라,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경영권 방어를 위해 설계된 제3자 배정 유상증자"라며 "실체가 모호한 합작 법인에다 돈을 집어넣었다"고 주장했다.
22일 IB(투자은행)업계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 산하 반도체법 관련 예산 집행 기구인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는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도자료에서 고려아연 자회사(Crucible Metals)에 대한 반도체법 인센티브 지원을 발표하며, 해당 사업이 "미국의 국가 안보와 경제 안보에 필수적(vital)"이라고 규정했다. 해당 자료에는 올해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 명령에 따라 신설된 대규모 투자 전담 관리기구인 미국 투자 엑셀레이터(U.S. Investment Accelerator·미국 상무부 산하)가 "이번 핵심광물 생산의 리쇼어링(본국 회귀)은 미국 내 반도체 제조에 대한 현 행정부의 헌신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기둥"이라는 입장을 낸 점이 함께 명시됐다. 단순한 민간 투자가 아닌 정부 차원의 핵심 경제안보 치적이라는 의미다.
트럼프 정부는 공급망 재편 과정에서 한국 측의 역할에 기대를 표명해 왔다. 한미 양국 정부가지난 11월 이재명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간 한미 정상회담 이후 발표한 공동 설명자료(팩트시트)에도 "양국 정상은 경쟁력 유지와 안전한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경제 및 국가안보 측면에서의 공조를 강화할 필요성을 인정했다"는 문구가 포함됐다.

MBK파트너스의 미국 제련소 사업 관련 문제제기는 지난 15일 고려아연 이사회가 미국 현지 제련소 건설을 위한 합작법인(Crucible JV) 설립과 이를 위한 자금 조달(제3자 배정 유상증자)을 결의하면서 시작됐다. 미 상무부는 이 프로젝트에 2억1000만달러(약 3000억원)의 현금성 보조금(Direct Funding)을 지원하기로 결정했다. 여기에 향후 대출 지원 등을 포함하면 총지원 규모는 더 커진다. 미국 정부와 전략적 투자자(SI)가 합작법인(JV)에 자금을 대고, 이 JV가 다시 고려아연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 참여해 지분 약 10%를 확보하는 방식이다.
MBK 측은 해당 유상증자가 회사의 재무 부담을 가중시키고 최윤범 회장의 우호 지분을 늘리기 위한 경영권 방어용이라며, 법원에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신주 발행이 금지되는 것은 미국 정부와 고려아연이 합의한 제련소 사업의 구조가 시작부터 막히는 것이다.
미국에서는 행정부 인사들이 제련소 사업의 정당성을 연일 강조하고 있다. 관세 협상의 상대국이자 동맹국인 한국 기업의 딜을 통해 미국 공급망이 강화된다는 것이다. 일례로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은 "고려아연의 프로젝트는 미국의 핵심광물 판도를 바꾸는 획기적인 딜"이라고 했다.
MBK 파트너스 측은 "실체가 모호한 합작 법인에다 돈을 집어넣는 부분들이 이상하다라고 지적을 하는 거지 미국의 제련소 건설에 문제를 제기하는 게 아니다"라며 "미국 정부가 전략 광물이든 그런 기업에 투자를 한 케이스가 (과거에도) 있지만 (미국 정부가) 그 회사들에 (실체가 모호한 합작 법인을 상대로 한 것이 아니라) 직접 투자를 했다"라고 했다. 이어 "미국이 투자를 하려면 제련소 사업 회사에다가 투자를 하면 된다"고 했다. 이 임원은 미국 정부 측과 MBK 측이 이번 사안과 관련한 논의를 한 적이 있느냐는 질의에는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