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나무(업비트)·빗썸·코빗·코인원·스트리미(고팍스) 등 5대 가상자산거래소가 대표 이름을 걸고 '대주주 지분율 제한' 방안에 공식적으로 반대 입장을 냈다. 가상자산거래소가 정부에 대항해 공식 반대 목소리를 낸 첫 사례인데다 대표 명의로 입장문을 낸 것도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5대 거래소가 모인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닥사)는 13일 '대주주 지분 소유 제한에 대한 입장문'을 내고 "해당 규제가 국내 디지털자산 산업과 시장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인위적으로 민간기업의 소유구조를 변경하려는 시도는 자생적으로 성장해 온 디지털자산 산업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디지털자산 시장은 국경이 없어 갈라파고스식 규제는 이용자의 이탈을 초래해 국내 디지털자산거래소의 경쟁력을 저해할 우려가 있다"며 "디지털자산 산업의 발전을 고민해야 할 시점에 재산권 보호와 시장경제 질서를 흔들 수 있는 규제는 재검토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입장문은 오경석 두나무 대표, 이재원 빗썸 대표, 코빗 오세진 대표(닥사 의장), 이성현 코인원 대표, 최한결 스트리미 부대표 명의로 작성됐다.
이처럼 거래소가 정부안에 반발하고 나선 건 경영권 자체가 박탈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안에 가상자산거래소의 대주주 소유 지분율을 현행 자본시장법상 대체거래소 수준인 15~20%로 제한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정부안이 그대로 반영될 경우 대주주 지분 상당 부분을 강제로 매각해야 한다.
두나무의 경우 창업자인 송치형 의장측 지분율은 28%를 웃돈다. 코인원 창업자인 차명훈 의장 지분율은 53%에 달한다. 창업자이자 대주주인 거래소의 경우 시장을 키워 온 당사자인데 강제로 지분을 빼앗기는 규제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업계에선 "투자자들이 모두 손 떼고 나갈 것", "차라리 국가가 모두 인수해서 하나의 거래소를 만들어라" 등 볼멘소리도 나온다.
다만 대주주가 거래소 운영에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만큼 이해충돌 문제도 존재한다. 대주주가 특정 가상자산 상장이나 폐지에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 자전거래 등이 대표적이다. 금융당국은 가상자산거래소가 공공인프라 성격을 띠는 만큼 지분을 분산해 경영의 투명성을 높여 이해충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은 정부안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조재우 한성대 사회과학부 교수(블록체인연구소장)는 "거버넌스가 문제라면 거버넌스에 대한 견제장치나 투명성 제고장치가 우선이지 바로 지분제한으로 건너뛰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법조계 관계자도 "지분 강제매각은 재산권 침해 소지가 있고 비례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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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정부안은 국회에서 의원 발의안과 함께 논의되는 만큼 추후 절충안이 도출될 가능성도 있다.
이종섭 서울대 경영대 교수는 "혁신금융으로서 혁신동력을 유지해야 하는 사업인지, 대체거래소처럼 중요한 공공성을 가진 인프라인지에 따라 접근 방법이 달라질 것"이라며 "이른바 '15%룰'을 이야기하는 배경, 혁신동력 약화 등을 종합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