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 같은 메자닌에 투자한 기관투자자(LP)들의 투자조건이 갈수록 불리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자금 조달창구인 코스닥벤처(코벤)펀드가 활성화하면 중소·중견기업 메자닌 투자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CB나 BW의 주관업무를 따내기 위한 경쟁이 심화할 수 있다. 주식 강제전환을 조건으로 하는 불리한 구조의 메자닌 거래가 많아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1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CB나 BW를 발행할 때 '콜옵션 100%'를 제안하는 거래가 더욱 빈번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업체가 콜옵션을 행사하면 투자자들은 채권을 특정가격에 주식으로 전환해야하는데 주식 하락기엔 LP들이 불리해진다.
CB와 BW는 회사채를 발행하기 어려운 기업들이 활용하는 자금 조달 기법이다. 수익성이 떨어진 상태다보니 투자자를 찾지 못할 때가 있다. 그간 발행 요건에 '향후 3년 내 IPO를 해야한다', '10% 이상 금리를 제공한다' 등 조건을 추가해 LP의 투자를 유도해왔다.
IB업계에서는 코벤펀드의 활성화 방안이 콜옵션 100% 등 LP에게 불리한 메자닌 상품을 증가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우려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가 지난해 10월 공개한 코스닥 신규 상장기업에 집중투자하는 정책펀드 활성화 방안에 따르면 코벤펀드가 받는 코스닥 공모주 우선 배정 비율은 현행 '25% 이상'에서 '30% 이상'으로 상향된다. 공모주가 늘어나면 코벤펀드의 수익률은 높아지고, 메자닌은 발행조건과 상관없이 코벤펀드의 설정 요건을 맞추기 위한 수단으로만 역할할 수 있다.
코벤펀드는 일반적으로 공모주에서 약 5% 수익을 내고, 메자닌으로 추가 수익을 거둔다. 코벤펀드의 메자닌 비중은 50%. 설정일 기준으로 6개월 내 벤처기업 신주에 15% 이상, 코스닥에 상장한 중소·중견기업에 35% 이상을 투자해야 한다. 이 조건을 맞추기 위해 코벤펀드는 재무적으로 안정적이지 않거나 주가 하방 압력이 높은 회사에도 투자해왔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코벤펀드 등으로 중소·중견기업 자금 수요가 풍부해지면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해 자본 차익을 내는 경우가 줄어들 수 있다"며 "전환권이나 신주인수권 행사가격을 조정하는 리픽싱 조항도 불리해질 수 있어 코벤펀드 활성화 방안이 LP들에게 마냥 좋다고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주식자본시장(ECM) 관계자는 "최근 공격적으로 발행되고 있는 발행어음과 종합투자계좌(IMA) 등 모험자본에 투자하는 상품 역시 메자닌에 자금이 쏠리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수요가 증가하면 발행 조건을 투자자에게 불리하게 해서라도 물량을 받으려는 주관사 경쟁이 심화할 수 있어 우려스럽다"고 했다.
독자들의 PICK!
콥옵션 100% 조건의 CB 투자를 수락해 해당 기업의 주가가 급락, LP가 평가손실을 보는 경우는 적잖다. 최초 책정한 전환가액을 넘어 주가가 오르면 문제없지만, 전환가액 아래로 떨어질 경우 LP들이 평가손실을 떠안게 된다. CB 투자 후 자금을 회수해 자본 차익을 벌어들일 수도 없다.
전날 코스닥 상장사 대진첨단소재(2,825원 0%)는 전 거래일 대비 70원(1.62%) 오른 439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대진첨단소재는 최근 1년 새 주가 하락세를 보였다. 52주 신고가를 기록한 작년 3월 6일(1만9390원) 대비 현재 주가는 4분의 1 수준이다.
대진첨단소재는 지난달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150억원 규모 CB를 조달했다. 대진첨단소재는 전환비율 100%를 조건으로 제시했다. 업체가 매도청구권(콜옵션)을 행사하면 투자자들이 CB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야 한다. 당시 제시한 전환가액(5018원) 대비 지금의 주가는 낮다. 대진첨단소재는 지난해 8월에도 같은(전환비율 100%) 조건으로 158억원어치 CB를 발행했다. 발행한 CB를 채무상환에만 80억원을 투입하는 등 부진한 상황이었다. 발행 시 책정한 전환가액은 주당 9349원. 현재 주가는 해당 전환가액 대비 반토막이다.
앞서 2024년 7월 200억원어치 CB를 발행하면서 콜옵션 100%를 조건으로 걸었던 청담글로벌(5,550원 ▲170 +3.16%) 역시 애초에 제시한 전환가액(1만2846원) 대비 주가가 55.2% 하락했다. 전날 장 마감 기준 주가는 5750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