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팔고 스페이스X로?..."수급 블랙홀, 증시 약세 전환" 우려도

반도체 팔고 스페이스X로?..."수급 블랙홀, 증시 약세 전환" 우려도

김세관 기자
2026.06.11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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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 증시 데뷔]④스페이스X 메가 IPO에 국내 증시 수급 교란 우려

[편집자주] 인류 역사상 최대 규모 기업공개(IPO)로 화제를 뿌린 스페이스X가 뉴욕 증시에 입성한다. 투자금 2500억달러(약 380조원)가 몰린 초대형 상장사의 등장은 미국뿐 아니라 국내 기관과 투자자들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준다. 머니투데이는 스페이스X의 상장이 국내외 주식시장에 미칠 파장과 투자자들이 알아야 할 포인트를 정리했다.
올해 국내투자자 해외주식 수급/그래픽=이지혜
올해 국내투자자 해외주식 수급/그래픽=이지혜

미국 나스닥 상장을 앞둔 스페이스X 기업공개(IPO)를 위한 공모에 목표의 3~4배에 이르는 투자가 몰리는 등 흥행이 예상되면서 상장과 동시에 국내외 자금을 모두 빨아들이는 유동성 블랙홀이 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외국인 자금 이탈이 이슈가 되고 있는 국내 시장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다. 최근 서학개미(해외주식 투자자)들의 현지 주식 현금화 흐름도 가속화하는 추세여서 개인 투자자 수급 역시 쏠림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한국예탁결제원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 10일 기준 미국과 유럽, 일본, 홍콩 등의 주식시장에서 이달 12억달러(약 1조8300억원)를 순매도했다. 지난 5월 10억달러(약 1조5000억원), 4월 5억달러(약 7600억원) 등 이른바 서학개미들의 순매도세가 강화되는 흐름이다. 올해 1~ 3월 개인투자자들의 해외주식 수급은 순매수였다.

증권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국내 투자자들의 해외주식 매도세와 달리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연초 대비 늘고 있다는 점을 주목한다.

올해 해외주식 보관금액/그래픽=이지혜
올해 해외주식 보관금액/그래픽=이지혜

해외주식 보관금액은 서학개미가 보유한 해당 국가 주식을 돈으로 환산한 수치다. 실제로 올해 1월말부터 3월말까지는 1783억달러(약 272조원)에서 1629억달러(약 249조원)로 감소추세였다. 4월 들어 다시 증가세를 보이다 이달 9일 기준 1963억달러(약 300조원)까지 뛰었다.

지난 3월말과 비교해 약 20% 가량 오른 수준으로 3월 원/달러 환율도 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1500원대에 있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환율과 상관없이 해외주식의 보관금액은 늘었지만 같은 기간 매수가 아닌 매도가 증가한 셈으로 이례적이라는 것이 증권업계의 의견이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개개인의 투자 방향을 단정해서 판단하기는 어렵지만 올해 2분기 들어 서학개미들이 다시 해외 시장에 관심을 가지면서도 현금화한 금액이 적지 않다는 의미"라며 "스페이스X 상장을 유념한 투자 자금으로 추정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더해 해외주식 거래를 위해 계좌에 보유한 주요 증권사들의 해외주식 예수금도 연초와 비교해 최근 적게는 5%에서 많게는 30% 이상 증가한 것으로 확인됐다. 증권업계에서는 이 또한 상당한 금액이 스페이스X 직간접 투자를 위한 대기자금일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자금 조달 규모 750억달러(약 115조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 1조7600억달러(약 2700조원)에 이르는 사상 최대 규모의 스페이스X 상장이 국내로 향해야 할 증시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여 변동성을 더욱 키울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개인 뿐 아니라 집 나간 외국인 투자자 수급 중 일부가 국내로 돌아오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외국인들은 올해 약 120조원을 국내 시장에서 순매도했다. 리밸런싱 차원이 강하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재투자 될 수 있는 자금이지만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자금으로 이 자금이 선회하며 수급 균형을 깰 수도 있다.

김종민 삼성증권 수석연구위원은 "역사상 최대 규모의 메가 IPO인 만큼, 단기적으로는 국내 증시에 수급 교란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상존한다"며 "글로벌 투자자들이 스페이스X 청약 및 상장 후 진입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자산 포지션을 비우는 과정에서, 최근 상승 탄력이 가팔랐던 한국의 AI·반도체 주도주가 전술적 차익 실현의 빌미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상장 후 변동성 우려도 크다. 특히, 스페이스X는 개인 투자자들에게 배정하는 물량이 통상 5~10%인 다른 대형 IPO 건과 달리 25~30%로 높다. 이 때문에 스페이스X 상장이 개인 자금을 대거 흡수하면서 증시가 정점을 치고 약세로 전환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나스닥 기술주의 영향을 받는 국내 증시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스페이스X를 나스닥100과 MSCI(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 조기 편입하기로 하면서 추종 펀드들이 기계적으로 주식을 매수해 수급을 블랙홀처럼 끌어당길 가능성이 높은 점도 다른 종목 매도 압력을 가하는 요인"이라며 "중장기적으로 스페이스X 상장이 국내 반도체 산업에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이지만 단기 쏠림에 의한 수급 변동성 대비를 고민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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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세관 기자

자본시장이 새로운 증권부 김세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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