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방송개편 '호미난방' 안돼야

[기자수첩] 방송개편 '호미난방' 안돼야

신혜선 기자
2010.01.05 07:09

'한번 잡은 호랑이의 꼬리는 놓기가 어렵다'(虎尾難放).

 

지난해 방송법 개정을 둘러싸고 온 나라가 시끄러울 때 새로운 방송사업자 선정이 조만간 될 것처럼 여기저기서 떠들 때 A 방통상임위원이 사석에서 고개를 저으며 던진 한마디였다. '위험한 일에 손을 대 그만두기도 어렵고 계속하기도 어려운 상황'을 비유한 이 말에 기자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 꼬리가 혹 아직 눈도 뜨지 않은 호랑이 새끼의 것이어서 그랬는지, 혹은 호랑이를 닮은 다른 짐승의 그것이었는지에 대한 판단은 유보해야 하지만 일단 '난방'은 면한 모습이다.

 

호랑이를 자처하는 이들은 잠시 몸을 웅크렸다. 사업자 선정방법부터 채널정책까지 '원칙'을 앞세워 이렇게 저렇게 해야 한다는 정책방향을 경쟁적으로 제시하던 모습은 중단됐다. 법적으로 대기업과 신문의 방송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문호만 개방됐을 뿐 하위 시행령이나 자격기준도 마련되지 않았다. 방송광고판매제도에 관련법 개정도 해를 넘겼다.

 

꼬리를 잡은 이들도 한숨 돌린다. 방송시장 개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밀어붙여왔고, 돌아가는 상황은 생각보다 여의치 않았으니 정부로서도 그 부담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본의아니게' 잠시 쉬어가는 틈이라면 이도 기회다. 제대로 하기 위해 갖춰야 할 필요충분조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벌었다면 오히려 고마운 일이다.

 

방통위는 지난해 논란이 됐던 시장전망치를 다시 살펴봐야 한다. 중장기·단기목표를 다시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을 면밀히 준비해야 한다. 틀린 게 있다면 수정하고, 원칙을 세워야 한다.

 

호랑이의 원대한 꿈을 꾸는 자들이라면 '어떤 자격'을 갖춰야 종합미디어그룹의 한 축을 맡을 수 있을지 진지한 성찰이 필요하다. 자본과 언론을 앞세워 또다른 권력을 꿈꾼다면 그것부터 내려놓을 일이다.

 

2010년이 시작됐다. 올해 방송정책은 '호미난방'이 되지 않고 실타래가 제대로 풀어지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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