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조삼모사 '01x' 유예

[기자수첩]조삼모사 '01x' 유예

신혜선 기자
2010.08.24 07:44

#1996년. 당시 정보통신부는 개인휴대통신(PCS)사업자로 선정된 한국통신프리텔(KTF), 한솔PCS, LG텔레콤 등에 동일한 식별번호를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PCS 3사는 반대했다. SK텔레콤과 신세기통신이 각각 011, 017 식별번호를 사용하는데 PCS사업자의 식별번호만 동일하다면 형평성에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이에 정부는 당시 KTF에 016을, 한솔PCS에 018을, LG텔레콤에 019라는 식별번호를 부여했다. 현재 LG유플러스 이상철 부회장이 당시 KTF 초대사장이었고, 현재KT(60,900원 ▲400 +0.66%)이석채 회장이 당시 정통부 장관이었다.

#2002년. KTF와 LG텔레콤은 010 식별번호 통합을 주장하고 나섰다. SK텔레콤의 011 브랜드 인지도를 뛰어넘을 수 없다는 이유였다. 식별번호 브랜드화를 막아달라 요청했다. 다시 정통부는 △식별번호 브랜드화 방지 △(통일 대비)번호자원 확보 △010번호 통합 후 식별번호 없이 통화하는 이용자편의성 마련 등 3가지 이유로 010번호 통합을 결정했다. 당시 KTF 사장은 이용경 현 창조한국당 의원이었고, 정통부 장관은 KTF 초대 사장을 지낸 이상철씨였다.

#2010년. 방통위가 '번호정책'을 검토하고 있다. KTF를 합병한 KT는 방송통신위원회에 '01× 사용자의 3G 한시 허용'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PCS업체들에 01× 식별번호를 부여할 당시 정통부 장관이 현재 KT의 이석채 회장이다. 2002년 KTF 사장으로 재직하면서 010번호 통합을 강력히 요구한 이용경 의원은 현재 '01× 3G 허용' 법안을 발의했다.

일부에선 '일석삼조'라고 무릎을 치는 모양이다. "010통합정책을 포기하지 않아 정부 체면을 세울 수 있다. 통합에 반대하는 800만명의 사용자에게 3년의 '유예시간'을 주고 점진적으로 통합하니 이 정도면 수용할 거다. 기업들이 타사 고객을 넘보지 못하도록 01× 타사 3G번호이동을 원천봉쇄해 주었으니 기업들도 '합의'할 거다."

그러나 기자의 눈에 '조삼모사'로 비치는 건 왜일까. 소비자 선택권을 앞세우지만 결국은 기업논리에 의한 것이고 'KT를 위한 KT에 의한' 정책이라는 생각이 든다. 자신들이 처한 상황에 따라 말을 바꾸고 정책을 흔드는 CEO와 장관, 정치인들만 보인다. 5인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도 그러할지, 그들의 '선택'이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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