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들은 30~40km를 달리고 있는데 저는 70km를 넘어 80km를 달리고 있다. 그렇게 빨리 달리다보니 오히려 더 안 보이는 것 같다. 내년은 함께 주변도 돌아보는 해가 되자."
지난해 말 방송통신위원회 송년회에서 최시중 위원장이 기자들에게 꺼낸 말이다. 나이를 속도에 빗대 숨가쁘게 달려온 본인 인생에 대한 소회를 밝힌 것이다. 그는 이날 새해를 맞아 방통위가 더욱 새로운 각오로 열심히 국민을 위해 봉사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하지만 정작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최 위원장은 최측근의 로비 의혹 때문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김학인 한국방송예술교육진흥원 이사장의 정관계 로비의혹과 맞물려 정용욱 前 최 위원장 정책보좌역이 검찰 수사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부터다.
방통위는 즉각 해명에 나섰다. 김 이사장이 최 위원장의 측근인 정씨에게 EBS 이사장 선임을 위해 돈을 건냈다는 의혹 보도가 나오자마자 이날 오전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아울러 "정씨 의혹은 검찰에서 시비가 가려질 것"이라고 일축했다.
방통위는 5일 업무가 마비된 채 쏟아지는 의혹보도들을 해명하느라 진땀을 뺐지만 추측성 보도는 그치지 않고 있다.
정씨는 여의도 정치홍보대행사 시절부터 연을 맺어 2007년 대선캠프, 지난해 10월 정책보좌역을 그만둘 때까지 최 원장을 보필해왔다. '최 위원장의 양야들'로 통했고, 보직특성상 주요 정책에 대해 의견개진을 했을 가능성도 높다. 최 위원장이 어느 사안보다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최 위원장은 4일 오후 예정된 서울대 강연도 결국 잠정 연기했다. 젊은이들과의 소통을 강조해왔던 최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순차적으로 대학강단을 돌며 순회 강연을 진행해왔다. 5일 열릴 국회 상임위 준비관계상 취소했다는 해명이지만, 외부 시선을 의식한 조치가 아니냐는 분석이다. 또, 8일 예정된 최 위원장의 해외 출장도 포기, 김충식 상임위원이 출장일정을 대신하기로 했다.
일부에서는 이번 파문에 따라 방통위 전체가 조기 레임덕에 빠질 가능성을 점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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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통위의 한 관계자는 "매년 연초에는 새해 업무를 앞두고 각 국·실별로 활기찬 분위기였는데 올해는 이같은 모습이 자취를 감췄다"며 "가뜩이나 타 부처와 업계간 공조해야될 현안들이 많은데 제대로 말조차 꺼낼 수 없게 됐다"며 말했다.
방통위는 올해 디지털전환, 인터넷 제한적 본인확인제 재검토, 인터넷 주민등록번호 수집 단계적 금지 등 굵직한 정책과제들을 앞두고 있다. 실체적 진실은 향후 검찰조사 결과 드러나겠지만, 이명박 대통령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 방통위가 정책을 제대로 추진할 수 있을지 우려가 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