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십을 안갖겠다. 나를 따르라식 리더십은 필요없다"
이계철 방송통신위원장이 신문의 날을 기념해 지난 6일 처음으로 가진 공식 오찬 간담회. 그는 방송통신 주무부처 수장으로서 어떤 리더십을 발휘할 것이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같이 대답해 주위를 당황하게 했다. 이 위원장은 "나는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고 앞으로 열심히 일할 것"이라며 "나중에 성과로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오는 9일로 취임 한달을 맞게 된다. 새로운 사령탑을 맞은 한달 사이 방통위에 평가는 그리 좋지만은 않다. 존재감이 예전만 못하다는 소리도 업계 안팎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게 방송사 파업사태다. MBC, KBS 방송사 파업사태가 악화일로를 겪고 있지만 주무부처인 방통위는 '강건너 불구경하듯' 팔짱만 끼고 있다. 이 위원장은 이날도 "(방송사 파업사태는) 엄연히 방송사 내부의 문제다. 외부에서 관여하게 되면 방송의 공정성, 독립성을 침해될 수 있다"며 "현재로서 방통위가 관여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장기 파업에 따른 국민들의 시청권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를 '노사문제' 탓으로만 보는데 대한 지적이 나오지만 이런 점은 전혀 귀담아듣는 분위기가 아니다.
이 뿐 아니다. KT필수설비 제공 제도 개선안 삼성-KT 스마트TV 접속차단에 따른 제제조치, 지상파-케이블 재송신 관련 제도 개선안 등 다른 정책 현안들이 당초 일정에 비해 줄줄이 미뤄지고 있다.
이제 갓 한달. 이 위원장의 리더십을 평가하기는 이르다. '난 말주변이 없는 사람'이라고 스스로 말했던 것처럼 '말' 보다 '성과'로 평가받겠다는 의지도 나쁜 일은 아니다. 여기에 모든 사안에 대해 신중함을 따지는 그의 업무 스타일로 한몫하고 있다.
하지만 현안문제 모두 이해당사자의 입장이 첨예하게 갈리는 사안인만큼은 주무부처로서의 책임감 있는 리더십이 필요하다. 이 위원장은 최근 월례회의에서 "실무진에서 전폭적인 힘을 싣겠다. 이해당사자들에게 휘둘리지 말고 정책을 추진하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이는 '나를 따르라'식 리더십을 갖지 않겠다는 이 위원장의 발언과도 일맥상통한다. 그러나 민감한 현안일 수록 최고사령탑의 의지와 의중이 중요할 수 밖에 없다. 이제 위원장으로서의 리더십을 외부에 보여줄 때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