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T회사에 가면 개발을 못해요." 명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온 황모씨(26)의 말이다. 재학 중 창업한 회사에서는 기술개발을 책임졌고, 병역특례로 국내 유명 게임업체에서 2년간 SW(소프트웨어) 프로그래머로 일하기도 했다. 온라인용 텍스트게임을 직접 코드를 짜서 만들 정도였지만 그는 졸업 후 그는 증권사에 입사했다.
또 다른 컴퓨터공학과 졸업생 이모씨(28)도 전공과 상관없는 대기업 영업팀에서 일하고 있다. 이씨는 "다들 경력을 살리고 싶어한다"면서도 "나 때만해도 의대 포기하고 컴퓨터가 좋아서 사람들이 많을 때였는데 정작 취업할 때 되니까 개발자로 10년 뒤, 20년 뒤 내 모습이 안 그려졌다"고 털어놨다.
황씨나 이씨처럼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도 IT업체가 아닌 금융업이나 제조업 등의 문을 두드리는 이가 적지 않다고 했다. 대기업 계열 IT회사에 들어가면 프로그램 유지보수에만 투입되거나 조금만 경력이 쌓여도 매니저 역할을 떠맡아 현장을 떠나야 한다는 얘기에 선뜻 발을 들여놓기 어렵다는 것이다.
정한 기한에 따라 프로젝트를 마무리 지어야 하는 만큼 야근, 주말근무도 피할 수 없다. 3D업종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 게다가 학원에서 6개월~1년 남짓 교육을 받고 쏟아지는 엄청난 수의 초급 IT인력이 있는 상황에서 SW개발자들이 경력을 이어가며 SW전문 인력으로 성장하기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미국 포브스지는 올해 미국 최고의 직업으로 'SW개발자'를 꼽았다. 2010년부터 2012년까지 2년 동안 미국에서는 애플리케이션·시스템SW개발자가 7만 명 넘게 증가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9만530달러. SW개발자 외에도 컴퓨터 시스템 분석가, 정보보안분석가, 웹개발자, 컴퓨터 프로그래머 등이 유망업종 상위에 자리 잡고 있다.
국내 IT개발자들의 현주소는 어떨까. 2010년 기준으로 국내 SW엔지니어들의 평균 연봉은 2968만 원으로 전체 594개 직종 가운데 282위에 머물렀다.
IT업계는 늘 개발자가 부족하다고 울상이다. 하지만 그 전에 유망한 인재들을 업계로 데려오지 못하면서 경력 있는 개발자들이 하루아침에 나타나기만을 기다리는 게 아닌지 돌아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