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 전에, 이것부터 꼭"…백회장의 제언

"창조경제 전에, 이것부터 꼭"…백회장의 제언

류준영 기자
2013.04.23 05:00

[인터뷰]백양순 한국IT융합기술협회 회장

요새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누굴 만나든 '융합'이란 말을 심심치 않게 듣는다. 새 정부의 정책 기조인 '창조경제론'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 중 하나다. 이를 옛날 말로 바꾸면 '동업'이 적당할 듯 싶다.

한 때 '동업하면 망한다'는 속설이 있었다. 일제시대 협동조합을 통해 독립운동 자금이 공급되자 일본인들이 퍼뜨린 근거 없는 낭설이다. 하지만 상당기간 기업하는 사람들 사이엔 불문율처럼 인식돼 왔던 게 사실이다.

여의도 집무실에서 만난 백양순(52, 사진) 한국IT융합기술협회 회장은 "우리 때는 동업하면 망한다고 했지만 지금은 그러지 않으면 망한다"고 말했다.

그는 몇 안 되는 여성IT기업인 대표 중 한명이다. 하이테크진 대표직을 겸임하며,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선 제법 잔뼈가 굵은 기술 전문가로도 통한다. 협회 출범 후 5년간 줄곧 "함께 하라"고 말하면 '웬 잔소리냐'는 대답이 돌아오는, 되레 타박만 받는 IT중소기업계 시어머니 역할을 도맡아 해왔다.

IT서비스와 통신방송, 소프트웨어가 유기적으로 결합된 ICT 생태계 중요성을 설파하고 다녔던 그가 박근혜 정부 들어 제대로 물을 만난 모습이다. 백 회장은 "대학이나 기업 강연 후 갖는 청중들과의 대화에서 '현실적으로 융합이 가능한가'라는 질문을 받을 때면 대답을 망설이기 일쑤였지만 지금은 엎어질 뻔한 회사도 일어서게 만드는 게 융합"이라고 답한다. 그리고 2~3개 기술로는 경쟁하기 힘드니 뜻 맞는 기업들과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해 보라고 권한다고 했다.

새정부 들어 머릿속 구상을 하나둘 꺼내 펼칠 기대감에 사로잡힌 그다. 하지만 그보다 먼저 중소기업 사장들이 쉽사리 꺼내 놓지 못하는 묵은 민원의 해법부터 찾는 게 먼저라는 의미다. 그러지 않고서는 정부·지자체와 기업, 연구소, 대학이 함께 창조경제 생태계를 조성하자는 현 정권의 목소리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먼저 기술 중소기업을 울리는 구태 공기업의 관행을 꼬집는다. 백 회장은 "얼마 전 공기업에서 어음을 받았다고 눈물 흘리는 회원사 사장님을 봤다"며 "현금을 주고 일을 시켜도 시원찮을 판에 중소기업 사정을 뻔히 아는 그들이 어음을 건내는 것은 정말 말이 안된다"고 말했다.

여성 기업인에 대한 차별도 여전히 잔존한다. 백 회장은 "똑같은 정부 프로젝트도 여성기업에 줄 것인가 남성기업에 줄 것인가 견주다 결국 남성기업에 밀어 준다"며 "이 때문에 대기업 출신 남성 임원을 사장 자리에 앉히고, 자신은 한 발짝 물러나 마케팅 업무 정도를 하는 여성기업인들이 꽤 있다"고 털어놓았다.

창업이 남성의 전유물이 아닌 까닭에 여성들에게도 기회가 공평하게 돌아가는 환경이 선행적으로 마련돼야 한다는 게 백 회장의 소신이다. 백 회장은 올해 회원사(현 25개사)를 늘린다. 번뜩이는 비즈니스 아이템이 있어도 묵힐 수 밖에 없거나 자금력이 떨어져 경영부침에 시달리는 중소기업들에게도 문호를 열 계획이다.

백 회장은 "회원사들 간 머리를 맞대 새로운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이를 통해 기술 중소기업 간 협업 분위기를 만들어 매출 증대 및 일자리 창출에 힘쓸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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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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