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유사보도채널' 정책을 두고 '해프닝'이 있었다. 한 일간지가 법적으로 보도권한이 없는 일반채널들이 보도행위를 하는데도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비판기사를 썼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즉각' 자료를 냈다. 실태조사를 한 후 위법 여부를 따져 조치를 취한다는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결론부터 말하면 방통위의 이 같은 순발력은 '오보생산'으로 이어졌다. 국가기간뉴스통신사업자는 "한달 내 1차 대상 업체를 조사하고, 그 업체는 어디어디다"라고 기사를 썼다. 이 기사를 '받아쓰는' 다수 언론이 덩달아 오보를 냈다.
최근 확인 결과 방통위의 후속 조치는 외부 연구기관에 연구용역을 주는 형태로 추진되고 있다. 당시 방통위 담당 공무원은 "특정 매체를 언급한 적이 없는데 기자들이 맘대로 썼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에 대한 양해를 구했다. 방통위는 다시 해명자료를 내지도 않았고 오보를 쓴 매체 역시 바로잡지 않았다.
이번 사안을 '해프닝'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이경재 방통위 위원장이 직접 상황을 깔끔히 정리해주었기 때문이다. 이 위원장은 보도자료를 낸 지 이틀도 안돼 열린 언론간담회에서 "해설, 뉴스, 보도를 따질 때 애매한 것이 많다"며 "간단하지 않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예 "주식보도채널이 주가등락 정보를 알려줄 때 그 이유로 정치적·경제적 설명을 할 수 있다"는 예까지 들었다.
이 위원장의 '유사보도'(이 말도 엄격히 법적용어가 아니다)에 대한 생각은 잘 알려져 있다.
한 예로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공전의 히트를 한 '여의도 텔레토비'와 같은 프로그램을 탐탁지 않게 여긴다는 게 주변의 전언이다. 즉, tvN과 같은 오락프로그램에서 보도성격이 짙은 시사풍자를 하는 것을 마뜩지 않게 생각한다는 의미다.
이 위원장의 개인 취향은 궁금하지도 않다. 법적으로 유사보도 행위의 위법성에 대한 해석, 무엇보다 방송법과 현 방송시장 경쟁상황간 괴리에 대한 정책 수장으로서 생각이 중요할 뿐이다. 그렇게 보자면 "간단한 문제가 아닌 것"으로 인식하는 이 위원장의 생각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더군다나 5인 상임위원도 이 사안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얼마전 방송계 한 분이 이런 말을 했다. "어차피 일은 공무원이 하는 거잖아요. 이 위원장의 유사보도에 대한 평소 생각을 잘 알고 있으니 즉각적으로 움직인 것이죠." 이 분이 하고픈 말은 시쳇말로 일선 공무원들이 '알아서 긴' 결과가 해프닝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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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이나 케이블TV와 같은 유료방송사업자, 그리고 PP(전문프로그램사업자) 등 사업자 간의 갈등이야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지난 정부는 갈등구조 해결을 위한 제도 개선이나 법 개정보다 경쟁사업자를 5개나 더 만드는데 집중했다. 그 결과 태어난 '종합편성'이나 '보도전문'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된 신문언론은 이제 방송사업자로서 규제대상이 됐다. 이들이 자신의 이해를 위해 양보 없는 전쟁에 참여하는 것은 너무 당연하다.
가뜩이나 미래창조과학부와 방통위 두 부처로 나뉜 상황에서 공무원들이 겪을 맘고생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이런 상황에 대처하는 공무원들의 자세는 어때야 할까.
공무원들은 '미관말직'이라는 자조섞인 말을 종종한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지 무슨 힘이 있냐는 거다. 하지만 조직생활에서 벽에 부딪치는 일은 공무원 민간인 구분없다. 상황에 대처하는 각자의 개인기, 가치관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시장통에서 벌어지는 싸움은 더욱 깊어질 것인데 윗전 의중 파악하고 '무서운' 언론권력 눈치만 볼 것인가. 선택은 각자의 몫이지만 강단 있는 공무원들이 그리운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