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실체없는 어나니머스? 정보유출 피해는 진짜

[기자수첩]실체없는 어나니머스? 정보유출 피해는 진짜

배소진 기자
2013.07.02 05:19

어나니머스(anonymous)는 '익명의'라는 뜻의 형용사. 하지만 최근에는 국제 해커집단의 이름으로 쓰이며 전국민이 아는 고유명사가 됐다.

지난달 25일 청와대를 비롯해 정부기관, 정당 등 16개 기관이 해킹공격을 받았다. 특히 청와대를 해킹했던 '어나니머스코리아'는 이날 새누리당 당원과 청와대 홈페이지 회원, 군 장병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6.25 사이버공격 당시 어나니머스 코리아가 청와대를 공격했다는 속보가 줄을 잇자 어나니머스 소속을 자처하는 한 트위터 이용자는 '우리는 청와대를 해킹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같은 시각, 또다른 트위터 이용자는 어나니머스코리아의 이름으로 자신이 정부기관 사이트를 해킹했다는 메시지를 연이어 올리고 있었다.

또 어나니머스 코리아를 자처하는 몇 몇 해커들이 6.25 대북 사이버 공격의 일환으로 북한 내부 전산망을 공격했다고 하자, 또다른 어나니머스 코리아에서 '저들은 가짜 어나니머스'라고 비난하기도 했다. 북한과 청와대를 공격한 해커들이 모두 어나니머스를 자처하며 서로를 가짜라고 지목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들의 실체 여부와 관계없이 최고 보안을 갖춰야 할 청와대 홈페이지가 해킹을 당했다는 점이다. 방송사와 금융사 등이 대상이 된 3.20 테러 이후 3달 만의 사태인데다, 6.25 대북 사이버공격이 사전에 예고됐다는 점에서 보안대응이 소홀했다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청와대는 아직 이번 해킹이 누구의 소행인지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6.25 당시 미래부는 "사이버 공격은 항상 창과 방패의 싸움"이라는 말로 빈번한 해킹을 막지 못하는 이유를 해명했다. 또 사고가 발생한 지 3일이 넘어서야 청와대는 6.25 해킹으로 홈페이지 회원 개인정보 10만건이 유출된 사실을 확인하며 사과문을 발표했다. 10만명 가량의 당원 명단이 털린 새누리당은 아예 사과문 발표조차 없었다.

지금으로서는 누구나 특정 사이트를 공격한 뒤 자신을 어나니머스라고 소개하면 곧 어나니머스가 된다. 개인 뿐 아니라 특정 단체, 국가 정부기관이 스스로를 어나니머스라고 칭해도 이들을 구별해낼 수 없는 게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이다.

이 같은 '익명의 홍수'속에서 국내 정보기관은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기업이나 기관이 또다른 어나니머스의 목표가 돼 피해를 입을 지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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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소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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