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회주의 용어인지 공산주의 용어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 "낙제는 아닌 것 같다."
기자가 재계를 취재하던 재작년 3월 전경련 회장단 회의 입장에 앞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던진 말이다. 첫 마디는 정운찬 전 정부 동반성장위원장의 '초과이익공유제'에 대한 답변이고, 후자는 당시 정부의 경제 성적표에 대한 평가다.
비단 이 회장 뿐 아니라 재계 주요 인사들은 정부 정책이나 정치권의 재계 관련 움직임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목소리를 전달해왔다. 물론 물밑에서의 로비작업은 이를 크게 넘어서는 수준일 것으로 짐작된다.
하지만 최근 2년간 갖은 규제에 시달리는 게임업계에서는 '총대를 멘' 인사를 찾기가 의외로 쉽지않다. △여가부의 셧다운제 △교육부의 쿨링오프 △문화부의 웹보드 규제안 △매출의 1%까지 게임중독치유부담금을 부과하는 '손인춘법' △박성호 의원이 콘텐츠 진흥에 매출의 5%까지 부과할 수 있는 법안에 최근에는 신의진 의원이 발의한 '게임중독법'까지 등장했다.
이와 관련해 국내 주요 게임업계 인사 가운데 목소리를 내는 이는 남궁훈 전 위메이드 대표뿐이다. 그 마저도 현업에서 떠나있고, 창업자보다는 경영인에 가깝다.
반면 김정주 NXC 대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김범수 카카오 의장(한게임 창업) 등 한국의 인터넷 게임을 키우고 지금까지 주요 역할을 하는 인사들은 침묵만 지켜오고 있다. 실제로 이들 게임업계 주요 인사들은 넥슨컴퓨터박물관(김정주), 프로야구(김택진), 카카오페이지(김범수) 등 그들의 개인적 관심 영역에만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게임 규제 이슈와 관련해 목소리를 내든말든 이들 자유다. 개중에는 그간 한국 온라인게임의 성장을 이끈 만큼 뒤에서 후배들의 성장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혹은 나서봐야 득(得) 될 게 없다는 판단도 고려한 듯 싶다.
다만 한가지, 10만명에 달하는 게임업계 종사자들은 최근 설상가상 덮쳐오는 규제 올가미로 당장 눈앞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다. 관련 전공자들과 장래 게임업계 구직 희망자까지 더하면 그 수는 더욱 크다.
게임업계의 주요인사들은 이미 10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한 공로가 있다. 하지만 이에 더해 자신들이 만들어낸 일자리에 종사하는 후배들을 보호하기 위해 선배로서 나서야 할 의무도 있지 않을까. 진정한 리더십은 '호기'가 아닌 '위기'상황에서 발현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