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존 레논 벽과 SNS

[시평]존 레논 벽과 SNS

신동희 기자
2014.01.03 08:47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체코의 수도이자 유럽의 관광명소인 프라하에 가면 존 레논 벽(Wall of John Lennon)이 있다. 프라하성, 카렐다리 등과 함께 꼭 봐야할 관광명소로 꼽힌다. 처음 방문한 사람들은 프라하와 존 레논이 무슨 관련이 있는지 의아해 한다. 존 레논은 체코출신도 아니고, 프라하와 연관이 거의 없다. 그럼에도 프라하에 존 레논의 이름을 딴 벽이 있고 그 벽이 역사적 장소이자 관광명소가 됐다.

체코는 역사적으로 보면 한 많은 우리나라와 비슷하다. 400년간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다가 1,2차대전에는 독일에 지배당했고, 2차대전 후에는 소련 공산주의 체제 억압 하에 있었다. 그러다 프라하의 봄 등을 거치며 자유와 독립을 위해 소련에 항거한 역사가 있다.

항거투쟁의 시대에 유일하게 사람들이 자유로이 생각을 표현할 수 있었던 곳은 어느 카톨릭 사원이 소유한 벽이었다. 노래 ' Imagine'을 통해 세상의 자유, 평화, 평등을 노래했던 존 레논 처럼 체코인은 민주, 자유, 평화를 그 벽에 마음껏 발산하고 표현했다. 그 벽을 통해 민주화의 여론이 확산되고 벨벳(Velvet)협정이 맺어지며, 프라하의 봄으로 유명한 바츨라프 광장의 역사가 만들어졌다. 존 레논 벽이 바로 오늘날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의 역할을 한 것이다.

그러나 요즘 이 벽은 과거의 자유, 평등, 가치를 얘기했던 흔적은 없고 "홍길동 왔다감" 같은 흔한 관광지의 낙서들로만 채워져 있다.

한때 국내 SNS는 정의, 평등의 가치를 통해 민주화를 구현하고 사람들의 정보를 교환하는 건강한 공간이었다. 여론 형성의 장으로, 이슈가 제기될 때마다 정의구현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사회 부조리에는 힘을 모아 저항하며 목소리를 확산시켜왔다.

안타깝게도 요즘의 SNS는 예전의 소통기능과 소셜플랫폼 기능을 상실했다. SNS 피로도 현상과 함께 급격히 그 인기가 시들고 있다. 과다한 SNS사용, 지난친 정보공유와 인맥관리 분산으로 오히려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이다.

남이 뭘 먹었는지, 어디를 갔는지 줄지어 올라오는 것들에 신경쓰고 형식적 댓글을 다는 것에 피로를 느꼈을지 모른다. 더욱이 무책임하게 던져놓은 선동적 표현, 재미삼아 올려놓은 욕설, 공인을 향한 무차별적 악플 등은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쏟아지는 신변잡기와 편향된 정치 이야기로 가득찬 SNS가 소소한 소통의 창구에서 일방적 주장 혹은 감정배설의 창구로 변질된 것이다. 상피적 인간관계, 가식적 의사소통, 허위, 과장으로 얼룩진 SNS는 예전의 사회적 기능을 잃은 지 오래다. 최근의 SNS는 존 레논 벽의 의미없는 낙서들과 같이 그저 개인적 감정과 부정적 불평 푸념의 여과없는 배출구일 뿐이다.

최근 새로운 형태의 SNS가 뜨는 것도 이러한 소셜 피로도와 관련이 있다. 원하지 않는 인맥과 무수한 정보가 쏟아지는 SNS 시대에서 솔직하면서도 진정성 있는 소통을 제공하는 폐쇄형 SNS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는 것은 어쩌면 예견된 일이다.

미국과 유럽에서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스냅챗(Snapchat)은 ‘사라지는 메시징’ 서비스로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어 전송하면 10초 이내 제한된 시간 동안만 볼 수 있고, 이후에는 자동으로 사라진다. 국내에서도 데이비, 밴드, 카카오그룹 등 지인간의 소통기능을 강화한 SNS가 인기다. 폐쇄형 SNS로의 패러다임 이동은 약한 연결(weak tie)에 기반한 SNS에서 강한 유대(strong tie)로의 전환이다. 급변하는 사용자의 니즈와 환경에 따라 SNS도 급속히 진화하고 있다. 향후 SNS가 예전의 존 레논 벽의 역할을 수행하는 플랫폼이 될지, 아니면 또 다른 욕설의 배출구나 신변잡기의 장이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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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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