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평]휘는TV 시대의 사용자 경험

[시평]휘는TV 시대의 사용자 경험

신동희 기자
2014.02.12 05:42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신동희 성균관대 인터랙션사이언스학과 교수

얼마 전 백화점에서 화장실 위치를 물어보니 직원이 "화장실은 2층에 계세요"라고 했다. 화장실이라는 사물을 높이는 잘못된 존칭은 우리사회에서 만연된 표현이다. 고객중심이라는 가치를 잘못 받아들여 어법에 어긋난 잘못된 존칭은 이미 새로운 것도 아니어서 오히려 사물존칭을 하지 않으면 무례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사람과 사물간의 관계에서 사람보다 사물을 높이는 물신화 현상은 스마트 기술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스마트 기술의 출현으로 사용자 경험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정작 왜 사용자 경험이 중요한지, 어떻게 사용자 경험을 구현하는지, 전략적으로 사용자 중심의 혁신이나 경영전략을 구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무지한 경향이 있다.

스마트 혁명의 물결 속에 사용자 경험이 밀려오고, 업계와 언론에서 스마트 경험을 강조하며 수사학적으로만 그 중요성을 얘기하는 낭만주의적 사조가 팽배한 것 같다.

사용자 경험이란 없던 실체가 최근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예전부터 있었던 개념이 스마트 혁명으로 그 중요성이 부각되고 미래 방향성을 제시하는 화두가 된 것 뿐이다. 이제는 낭만주의적 논의의 사용자 경험이 아닌 실천적 관점의 사용자 중심 디자인·기술개발·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지난 1월 열렸던 CES 2014는 우리사회의 사용자 경험을 잘 보여준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CES에서 화질도 뛰어나고 곡면으로 휘기도 하는 가변형 TV를 선보였다. 가변형 TV란 화면 곡률을 조절할 수 있는 제품으로, 휜(Curved) TV가 아니라 휘는(Bendable) TV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선보인 제품은 모두 사용자가 리모컨으로 화면 곡률을 조절할 수 있다. 화면이 휘면 사용자를 중심으로 입체적으로 변하면서 몰입도를 높여준다.

브라운관에서 벽에 거는 TV를 넘어 이제는 휘기까지 하는 시대다. 그런데 가변형 TV에서 간과된 것은 사용자 경험은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술적으로 휘어지는 기기는 분명한 진보이고 혁신이다. 하지만 이것이 사용자에게 어떤 의미를 주고 어떤 가치를 충족시키는가는 모호하다.

모두가 휘는 것에만 집중하지 그로 인한 변화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몇 년 전 CES에서 소개됐던 3DTV, 스마트TV는 당시 큰 호응을 불러왔지만 점점 사용자의 관심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 새로운 시청행태라는 찬사를 받았던 3DTV는 시장에서 힘을 잃은 지 오래고, 스마트TV 역시 사용자들의 관심에서 벗어나 세컨드 스크린으로 대체되고 있다. 결국 그 기술들이 반짝 기술의 변화였을 뿐 사용자중심의 혁신은 아니었다는 반증이다.

휘는 TV의 핵심은 사용자가 원하는 곡률로 조작할 수 있기 때문에 TV 보는 환경과 상황에 따라 최적화된 시청경험을 제공하는 데 있다. 그런데 최적화된 시청경험은 상황적 디자인을 의미하는 것인데, 이렇게 되기까지는 현재의 단순 휘어지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제조업 관점에서 전자회사는 기계 제조라는 관점에서 휘는 정도를 높게 할 수 있지만, 사용자를 이해하고 사용자 환경 내에서 녹아내려야 하는 영역은 쉽지 않은 작업이다.

가전제품이 어차피 인간의 환경 내에서 사용된다는 점에서 보면 사용자의 맥락을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가변 TV가 성공하려면 기술로서 뛰어난 기기가 아닌 사용자의 경험과 함께 기능하며 상호작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가까이 있다면 더 휘게, 멀리 있다면 덜 휘게 그리고 많은 사용자가 있다면 평평하게 변신할 TV와 같이 각 환경에 맞는 TV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콘텐츠에 따라 다르게 변형하는 TV도 상상해 볼 수 있다. 결국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휘는 기술을 경쟁할 것이 아니라 사용자 경험을 가지고 경쟁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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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미선 기자

증권,굴뚝산업,유통(생활경제), IT모바일 취재를 거쳐 지금은 온라인,모바일 이슈를 취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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