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스마트 미디어, 방송 혁명? 파괴자?

[우리가보는세상]스마트 미디어, 방송 혁명? 파괴자?

성연광 기자
2014.07.03 05:00

"기술을 가로막아 소비자들이 더 큰 손해를 입게 될 것이다."

지난달 24일 에어리오와 지상파 방송사간 분쟁에서 에어리오가 최종 패소한 날. 에어리오 창업자 배리 딜러는 이렇게 아쉬움을 전했다.

2012년 문을 연 에어리오는 동전만한 안테나 장비만 장착하면 수십여개의 지상파 방송 채널을 볼 수 있는 클라우드 기반 인터넷 서비스로, 기존 케이블 TV요금보다 10배 가량 싼 이용료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어왔다.

기존 방송사들이 위기감을 느낀 건 당연지사. 주요 방송사들이 방송콘텐츠를 무단으로 사용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대법원 판결은 '기술 성격상 지상파 재송신으로 보기 힘들다'고 판결한 1, 2심 재판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이번 판결로 에어리오는 거액의 재전송료를 지불하며 서비스를 재개하던가 아예 문을 닫아야 할 처지에 놓였다.

전세계적으로 IT 융합 기술을 앞세운 OTT(인터넷 서비스) 진영과 기존 시장 질서를 지켜내기 위한 전통 방송 진영간 갈등이 이처럼 전면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우리나라도 무풍지대가 아니다. 지난달 국내 상륙한 OTT 스틱 '구글 크롬캐스트'로는 아직까지 국내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없다. OTT 스틱이란 TV 단자에 꽂기만 하면 스마트폰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를 TV에서 볼 수 있는 초소형 기기. 유튜브 등 구글 자체 콘텐츠는 물론 '티빙' 등 제휴사들의 스마트폰 모바일 방송을 TV도 볼 수 있다. 그러나 '계약에 명시되지 않았다'는 지상파방송사들의 항의로 KBS, MBC, SBS 등 실시간 방송채널을 빼야 했다.

반대로 구글 크롬캐스트와 미묘한 기술방식 차이가 있을 뿐 서비스는 동일한 다른 미러링 OTT스틱들은 아무런 제약 없이 실시간 지상파 방송채널을 TV화면으로 옮겨볼 수 있다. 이조차 일부 방송사들이 법률검토 중이라는 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미러링 기능은 단순히 스마트폰 화면을 TV대화면으로 옮겨볼 수 있는 기술로, 저작권 대상으로 볼 수 있을 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구글이 연내 전체화면 미러링 기능을 추가한 새로운 크롬캐스트를 출시하겠다고 밝힌 속사정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IT 기술에 기반한 스마트 미디어는 케이블과 안테나 가시권에 의지해왔던 미디어 소비문화에 적잖은 혁명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스마트폰이나 와이파이만 연결돼 있다면 언제 어디서나 어떤 기기로든 미디어를 시청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그러나 동시에 전통 방송시장 질서와 체계를 붕괴 시키는 '복병'으로 부각되면서 이처럼 철저한 견제 대상이 되고 있다.

'미디어 혁명'으로 불렸던 에어리오가 패소 판정을 받으면서 국내 스마트 미디어 시장도 당분간 먹구름이 끼일 공산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스마트 미디어 시대로의 전환은 시간문제라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새로운 콘텐츠 저작권, 방송규제 체계로의 전환이 늦어질 경우, 어느 순간 기존 방송 시장 체계가 한순간에 붕괴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융합 기술 트랜드를 쫓지 못하는 시장 장벽으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이용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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