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NO)벨상도 괜찮아"

"노(NO)벨상도 괜찮아"

류준영 기자
2014.10.08 18:57

[인터뷰]노벨 화학상 물망에 올랐던 유룡 KAIST 교수 "창의연구·국제 팀워크로 승부해야"

유룡(49) KAIST 교수/사진제공=IBS
유룡(49) KAIST 교수/사진제공=IBS

취재중 만난 과학자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으레 '노벨상' 얘기가 나오기 마련이다. 그러면 열의 아홉은 "누가 상보고 연구하나"라는 반응이 돌아오기 일쑤다. 노벨 화학상 시상식이 예정된 8일 전날, 유룡(49) KAIST 교수도 그랬다.

'노벨상 족집게'로 불리는 학술 정보 서비스 업체 톰슨로이터가 최초로 한국인 과학자 두 명을 올해 노벨상 후보로 콕 찍어 세간의 관심을 이끌었다.

한명은 노벨 생리의학상이 유력하다는 한국계 캐나다인 찰스 리(Charles Lee·한국명 이장철·45) 서울대 의대 석좌초빙교수이고, 또 한명은 노벨 화학상에 가장 근접했다는 유룡 교수이다.

톰슨로이터는 2002년부터 매년 노벨상 시즌 직전, 노벨상 후보 명단을 내놓는다. 적중률은 약 16%. 막상 6일(생리학상)과 8일(화학상) 그 뚜껑을 열어봤을 때 두 과학자 수상은 예상을 빗나가고 말았다.

과학계는 모처럼 기대에 부풀어 올랐지만, 두 과학자의 '한 우물 땀방울'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싱겁게 끝났다고 해서 낙담하지 않았다.

톰슨로이터 후보 명단에 오른 뒤, 과거 노벨상을 탄 과학자들이 상을 받기까지 평균 3년 10개월이 걸렸다. 이런 점에서 아직 과학 분야 수상자를 배출해낸 적이 없는 우리나라는 못해도 수년 이내 노벨상을 받지 않을까라는 작은 기대라도 걸어볼 수 있게 됐으니 말이다. 심리적으로 '얻을 것은 얻었다'는 반응이다.

하지만 상대적 박탈감은 컸다. 올해 물리학상만 해도 일본인 과학자 3인방(아카사키 이사무·아마노 히로시·나카무라 슈지)이 싹쓸이 했다. 이들을 포함 일본은 22명(물리학상 10명, 화학상 7명, 의학·생리학상 2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 과학자가 없던 노벨상 시상대가 있었던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압도적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나라는 과학연구분야 노벨상 '0'으로 '노벨상의 변방국'·'노벨상 꼴찌국가'라는 꼬리표를 이번에도 남겼다.

이런 가운데 유 교수는 "정부 주도로 R&D(연구개발)에 이 정도로 투자를 했으면, 이제 결실이 나올 때도 됐다"며 "기죽지 마라"고 단호하게 일렀다.

유 교수는 '기능성 메조(meso·중간) 다공성(多孔性) 물질' 설계에 관한 업적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는 석유화학 공정 등에 쓰이는 촉매제이다. 다공성 물질 연구 '20년 외길'을 걸어온 그는 기초과학연구원(IBS)에서 나노물질 및 화학반응연구단을 이끌고 있으며, 이 분야 노벨상으로 불리는 '브렉상'을 아시아 최초로 받은 데 이어, 유네스코가 선정한 100인의 화학자에 들기도 했다.

유룡(49) KAIST 교수/사진=IBS
유룡(49) KAIST 교수/사진=IBS

유 교수는 노벨상 후보 물망에 올라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게 된 것에 대해 '큰 의미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또 일순간 언론에 관심이 집중돼 '화학계 신데렐라'가 된 것도 부담스럽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톰슨로이터 발표는)우리나라 과학기술 수준이 거기(수상후보)까지 올라갔다는 것을 나타낸 것이지만, 실제로 노벨상 커뮤니티에서 인정한 것은 아니잖아요. 제 연구가 앞으로 빛을 발하도록 계속 갈고 닦아야죠. 솔직히 저는 그냥 연구 자체가 순수하게 좋아서 한 것인데 자꾸만 이것을 노벨상과 연결시켜 다들 물어보니 좀..."

유 교수는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고속성장'하고 있다며, 노벨상 기대감을 가질 만한 반열에 올랐다고 말했다.

"한국 과학 출발이 일본이나 서구 여러 국가에 비해 늦긴 했지만, 1970년대 KIST(한국과학기술연구원)때부터 본격적으로 추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고, 정부 주도로 과학기술연구에 투자를 한 지 25년 가량 됐으니 (톰슨로이터로부터)이렇게 이목을 받는 건 당연히 올 게 온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유 교수는 한국 과학자가 노벨상 등의 새로운 역사를 쓰기 위해선 '양보다 질'을 우선시 한 논문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유명저널에 논문을 여러 편을 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나름의 가치있는 연구를 하는 게 중요해요”

이어 전 세계 과학자들과의 경쟁 틈바구니에서 '창의적 연구과제 발굴'과 '효율적인 팀워크' 등으로 한국 과학자들의 진가를 보여주자고 역설했다.

"우리 과학자들 논문의 양과 질은 높은 수준이나, 연구과제 창의성 분야에선 아직 갈 길이 먼 것 같아요. 제 연구는 한·미·일 과학자들간 원활한 관계를 기반으로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성과를 본 것이에요. 또 앞으로는 팀워크를 가장 잘 맞춘 과학자들이 전 세계 과학계를 호령하게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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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영 기자

·머니투데이 유니콘팩토리(미래사업부) 차장 ·한국과학기자협회 이사 ·카이스트 과학저널리즘 석사 졸업 ·한양대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과정 ·2020년 대한민국과학기자상 ·(저서)4차 산업혁명과 빅뱅 파괴의 시대(공저, 한스미디어) ■전문분야 -벤처·스타트업 사업모델 및 경영·홍보 컨설팅 -기술 창업(후속 R&D 분야) 자문 -과학기술 R&D 정책 분야 컨설팅 -과학 크리에이터를 위한 글쓰기 강연 -에너지 전환, 모빌리티 등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자문 -AI시대 기술경영 및 혁신 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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