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공정거래위원회의 행보를 바라보는 국내 IT 업계의 시선이 곱지않다. 구글 등 외국기업엔 무딘 칼날이 국내 기업에는 유독 차갑고 날카롭다는 비판이다.
구글과 네이버를 대하는 엇갈린 태도가 먼저 거론된다. 2013년 공정위는 네이버와 다음 등 국내 업체들이 구글의 불공정행위를 신고하자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구글이 스마트폰 제조사에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를 공급하면서 구글 검색앱만 선탑재하고, 국내 검색 서비스는 배제하도록 강제했다는 의혹이었다. 그러나 공정위는 "국내 모바일 시장에서 구글 검색 점유율은 10%에 불과하고 구글 앱을 선탑재한다고 해도 네이버, 다음 등 국내 포털앱 설치 빈도가 높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미미하다"며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사실상 면죄부를 준 셈이다.
반면 2018년 같은 사안에 EU는 구글의 반독점법 위반 결정을 내리고 과징금 5조6000억원을 부과했다. EU 뿐 아니라 러시아, 터키 등 경쟁 당국의 판단도 같았다. 심지어 구글은 "한국은 무혐의 판정을 내렸다"며 우리 공정위 결정을 방패막이로 사용했다. 글로벌 경쟁당국 사이에서 우리 공정위의 이례적(?) 결정이 주목받은 것은 물론이다. 공정위로선 면이 상했을 일이다.
공정위의 면죄부에 올라탄 구글은 이후 모바일검색시장에서 다음을 제쳤고 유튜브로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최근에는 국내 앱개발사에 모바일결제 통행세 30%까지 강제하는 등 거침이 없다. 구글이 OS와 앱마켓을 수직결합하고, 스마트폰 선탑재로 국내 모바일 시장을 손안에 거머쥔 것도 따지고보면 공정위의 무혐의 조치가 시발점이라는 지적에 할말이 없게됐다.
공정위는 2016년 재조사에 들어갔지만 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혹시나' 하고 기대를 걸었던 국내 기업들 사이에선 '그럴줄 알았다'는 냉소가 터져나온다.
그렇다면 국내 기업에 대해서는 어떨까. 적어도 구글만큼 관대하진 않아 보인다.
네이버는 최근 연타석으로 공정위에 얻어맞고 있다. 업계에선 네이버가 밉보인 게 아니냐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올 초 공정위는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를 친족 등의 계열사 지정자료를 누락했다며 검찰에 고발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네이버가 카카오에 부동산 정보제공을 막았다며 1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고 이달초에도 네이버가 쇼핑과 동영상 알고리즘을 자사에 유리하게 조작했다는 이유로 과징금 267억원을 물렸다.
그런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공정위의 조치에 고개가 갸우뚱한 부분이 많다. 이 GIO에대한 고발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고 실제 검찰도 '고의성 없는 실수'로 무혐의 처분했다. 네이버 부동산의 경우 피해자라던 카카오 조차 이렇다할 반응을 보이지 않는다. 도리어 부동산 정보업체들은 "네이버의 확인매물 덕에 허위매물로 혼탁했던 부동산 시장이 정화됐다"는 정반대 설명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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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쇼핑에 대한 제재 역시 이견이 적지않다. 애시당초 이 사안은 이베이코리아의 신고로 비롯됐는데 유통업계에선 네이버쇼핑의 가파른 성장으로 위기에 몰린 외국 기업의 주장을 우리 공정위가 두둔해준 꼴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네이버가 낮은 수수료로 중소상공인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있다는 점은 고려되지 않았다.
국정감사 하루전 네이버 쇼핑 제재를 발표한 것도 고약했다. 네이버 사건을 국감에서 이슈화하겠다는 의도가 읽히지만 오히려 정부 여당에서는 "도대체 정무감각이 있는거냐"며 당황해했다는 후문이다. 여당소속 윤영찬 의원의 '카카오 들어와' 사건을 정치적 이슈로 키우려던 야당에 "네이버가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했다"는 먹이감을 던져준 꼴이어서다. 야당의원들이 네이버를 항의 방문했고 네이버 대표는 올해도 어김없이 국감장에 출석했다. 공정위 덕분(?)에 통행세 논란을 일으킨 구글보다 토종기업 네이버가 국감장의 주인공이 됐다.
공정위의 행보는 여러모로 아쉬움을 남긴다. 손쉬운 국내 플랫폼만 옥죌 게 아니라 규제 사각지대에서 편익을 누리는 해외플랫폼에 대해, 이제라도 날카로운 칼날을 꺼내야한다. 기울어진 운동장의 균형을 바로잡는 게 공정위의 진정한 역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