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이공계 엑소더스'와 '의대 블랙홀'④
"학생 선택 비난 못해, 의사과학자 길 보여줘야"
바이오헬스 산업, 반도체보다 시장 규모 4배 커

"의과대학 쏠림 현상이 어제오늘 이야기는 아니다.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가 겪는 문제다.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고연봉 안정적 직업을 선택한다. 학생들 선택을 비난할 수 있을까. 사회가 이들에게 '성장의 장'을 제대로 못 만들어준 잘못도 크다. 의사과학자라는 새로운 길을 보여줘야 하는 이유다."
김하일 카이스트(KAIST·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대학원학과장은 최근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의사과학자 육성 필요성을 이같이 밝혔다. 김 학과장은 "우리나라 의대 쏠림 현상이 지나친 이유는 대학 수학능력시험에서 한 문제 더 맞춰 의대에 가려고 재수·삼수를 하는 것이 기본이기 때문"이라며 "'의사와 과학자'의 접점 구조를 만들어 놓으면 이공계 이탈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카이스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세계 바이오헬스 시장 규모는 1조7000억 달러(약 2040조원)로, 반도체(4400억 달러·약 528조원)보다 4배 크다. 반도체 시장은 이미 개화해 추가 성장 가능성이 제한적이지만, 바이오헬스 분야는 아직 개척할 수 있는 기술들이 많다. 경제·산업적 가치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기술안보 차원에서도 중요하다.
이에 따라 카이스트는 2021년부터 과학기술 의학전문대학원(의전원) 설립을 추진해왔다. 2004년부터 의과학대학원에서 의사과학자를 총 250명 육성해왔지만, 한계가 있어 이를 과기 의전원으로 추가 대처한다는 것이다. 과기 의전원은 총 8년 프로그램으로, 초기 석사 3년은 의학을 배우고 1년은 과학을 배우는 계획이다. 박사 학위 4년간 의학 현장에 필요한 과학·공학 연구를 융합시키는 프로그램이다.

김 학과장은 "의사과학자 교육은 기초과학이라기보단 실용 과학에 가깝다"며 "의학 현장에 필요한 과학·공학 연구를 하기 때문에 바이오헬스 시장에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또 "바이오헬스 분야는 시장 잠재력이 크기 때문에 연구하고 창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 삼성전자·애플급 회사가 나올 수 있다"며 "미래에는 환자를 치료하는 임상의 대신 연구하는 의사과학자가 더 주목받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카이스트 학생들이 의대를 가는 경우를 보면, 직업적 안정성과 고연봉을 중시하는 부모 세대 영향이 크다"며 "이런 사회적 인식이나 문화가 바뀌어야 하고, 부모의 영향이 있더라도 학생들이 진로를 스스로 설정할 수 있도록 의사과학자 구조를 만들어놓는 것은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김 학과장은 의사과학자 육성까지는 오랜 기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특히 의학과 과학·공학을 융합하는 시도 자체가 없던 길인 만큼 이를 학생들이 견딜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이 중요하다고 했다. 병역특례 문제와 학생 연구원 처우와 인식도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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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학과장은 "과거 히딩크가 축구 대표팀이 최고 기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최고급 환경을 제공해 달라고 요청했다"며 "바이오헬스 분야도 최고급 인재들에게 최고급 환경에서 교육을 시켜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바이오헬스 분야에서 삼성전자급 회사가 나온다면 국가 성장 동력이 만들어지고 경제·산업이 더 커질 수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