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년만 R&D 예타 폐지…사전점검체계 대폭 개편
'사업기획점검' 및 단계별 점검 절차 도입해 사업 중복·적정성 검토
최대 7개월·1년 8개월 내 사업 착수

R&D(연구·개발) 예비타당성조사 폐지에 따라 1000억원 이상 대형 국가 R&D 사업의 점검 체계가 대폭 바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12일 제5회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에서 '대형 R&D 사전점검체계 전면 개편 방안'이 최종 의결됐다고 밝혔다.
지난달 29일 '과학기술법'과 '국가재정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됨에 따라 기존 500억원 이상 R&D 사업에 대해 적용하던 예타가 폐지됐다. 과기정통부에 따르면 그간 500억원 이상 대형 R&D 사업은 기획부터 착수까지 평균 4년 이상 걸렸다. 예타 심사 통과율은 약 20%, 재도전 없이 한 번에 통과할 확률은 8%에 불과했다.
이달 10일부터 1000억원 미만인 신규 R&D 사업은 예타 조사 대신 일반 예산 편성 절차를 거쳐 추진한다. 1000억원 이상 사업에는 별도의 점검 체계를 적용한다. 연구형 R&D은 약 7개월 내, 구축형 R&D는 약 1년 8개월 내 사업에 착수할 수 있게 된다.

연구형 R&D는 AI(인공지능)·양자 등 전략기술 개발, 인력양성 사업 등 연구개발이 중심인 사업을 말한다. 개편안에 따르면 1000억원 이상 신규 연구형 R&D 사업은 예산 심의 전 사업 계획의 완성도를 점검하기 위한 '사업기획점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각 부처에서 10월 31일까지 사업기획보고서를 제출하면 과학기술혁신본부(혁신본부)가 그해 11월부터 이듬해 3월까지 5개월간 기획보고서를 점검한다. '사업 당락'이 아닌 사업 목표와 내용, 중복성, 규모 적정성 등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후 검토 결과를 각 부처에 전달하면, 부처는 4월까지 기획보고서를 보완해 다시 제출한다.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는 이같은 수요를 종합해 6월 말까지 R&D 예산을 배분·조정한다.
구축형 R&D는 SMR(소형모듈원자로), 가속기, 발사체 등 대형시설이나 연구 장비를 구축하는 사업인 만큼 보다 정교하게 접근한다. 사업 관리의 난이도가 높은데다 중간에 실패할 경우 매몰 비용이 크기 때문이다.
구축형 R&D의 총사업비는 △사업추진심사(8개월) △기본설계 적합성 심사(최대 6개월) △실시설계 적합성 심사(최대 6개월)로 여러 단계에 걸쳐 확정하게 된다.
사업추진심사에서는 학계의 실제 수요를 조사하는 과정이 처음으로 도입된다. 각 분야를 대표하는 학회를 모아 대형연구시설의 필요성과 시급성을 공개적으로 논의한다는 게 과기정통부의 구상이다. 이같은 협의 절차는 올해부터 시범운영 후 2027년부터 심사 요건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다.
학계의 합의를 거쳐 연구시설이 들어설 후보지 선정과 개념설계를 완성하면, 이후 기본설계 적합성 심사와 실시설계 적합성 심사를 최대 1년간 진행해 총사업비를 확정한다. 설계 완성도, 기술 확보 상태 세부 공정 계획을 이때 심사한다.
독자들의 PICK!
사업기획점검과 사업추진심사 결과는 예산 요구 전인 3월 각 부처에 통보한다. 각 부처는 4월 말까지 점검 결과를 고려해 지출 한도 내에서 모든 R&D 사업을 편성해 예산 요구를 해야 한다.
아울러 물가 상승, 환율 변동 등 대내외적 환경 변화로 사업 계획을 수정할 필요가 있을 경우 계획변경의 적정성을 점검하는 '주요계획변경심사'가 진행된다. 변경 사유와 시점에 따라 전면 재검토 또는 단가 중심 검토 등 점검 항목을 선택적으로 적용해 빠르게 계획을 변경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정통부 장관은 "18년 만에 예타 폐지에 이은 R&D 투자 심의 체계의 전면 개편은 대형 R&D의 신속성과 재정 투자 효율성 제고 측면에서 역대 과학기술 정책 중 가장 중요한 성과"라며 "우리나라가 기술 추격형 국가에서 선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초석이 마련됐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