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100만배', AI 기억저장소 해킹 막는 '동형암호' 뭐길래

'애플의 100만배', AI 기억저장소 해킹 막는 '동형암호' 뭐길래

바르셀로나(스페인)=윤지혜 기자
2026.03.10 09:00

[MWC26]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 인터뷰
애플보다 100만배 빠른 4.5세대 상용화
암호 풀지 않고 AI 연산…LGU+ '익시오' 맞손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가 5일(현지시간) MWC26에서 열린 소규모 기자간담회에서 4.5세대 동형암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가 5일(현지시간) MWC26에서 열린 소규모 기자간담회에서 4.5세대 동형암호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LG유플러스

"AI 구조를 인간 두뇌에 비유하면 메모리는 '기억저장소'입니다. 문제는 이 기억들이 암호가 풀린 채 저장되면서 이를 노린 해킹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수년 내 메모리 해킹을 통한 정보유출사고가 크게 발생할 겁니다."

천정희 크립토랩 대표는 지난 5일(현지시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MWC26'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경고했다.

AI 서비스 이용 시 AI 모델은 스토리지(SDD·HDD)에 저장된 데이터를 메모리로 옮겨와 GPU(그래픽처리장치)로 연산해 답변을 생성한다. 스토리지에 암호화돼 저장된 데이터는 메모리로 옮겨지는 순간 복호화(사람이 읽을 수 있는 형태로 되돌리는 것)된다. GPU가 빠르게 연산하려면 평문(복호화된 데이터)으로 처리하는 게 유리해서다. 해커가 노리는 건 이 지점이다.

천 대표는 "예전엔 메모리 용량이 작았지만, 지금은 수 TB(테라바이트) 단위로 치솟고 있다. 해커가 한 번만 덤프(데이터 추출·복사하는 것)하면 엄청난 양의 데이터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이라며 "AI 기억만큼은 암호화해야 하는데, 현재는 AI 확산에만 치중해 AI 보안 문제를 신경 쓰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양자컴 공격에도 안전…올해 상용화 원년"

크립토랩은 해법으로 '동형암호'를 제안한다. 이는 암호화된 데이터를 풀지 않고 저장·전송·활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금고를 열지 않고 손만 넣어 보석을 가공해 도난 위험을 피하는 식이다. 해커가 데이터를 탈취해도 암호해독이 불가해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있다. 글로벌 빅테크와 민감정보를 다루는 국방·의료·금융 분야에서 주목하는 이유다.

동형암호는 2009년 IBM이 처음 개발했지만, 연산속도가 느려 대중화엔 한계가 따랐다. 천 대표는 서울대 수리과학부 교수이던 2016년 연산성능을 대폭 개선한 4세대 동형암호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기존 동형암호와 달리 '실수' 연산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연산 속도를 높였다. 올해 ISO 표준이 완료되면 상용화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크립토랩도 미국과 프랑스에 지사를 두고 글로벌 시장 선점에 나섰다.

천 대표는 "애플·마이크로소프트가 적용한 2세대 동형암호는 데이터처리 속도가 1kbps(초당 킬로바이트) 수준인 반면, 4.5세대는 1Gbps로 100만배 빠르다"라며 "초기 동형암호엔 1비트(bit) 연산에 30분 이상 걸렸지만 4.5세대는 10ms(밀리세컨드·1000분의 1초) 속도로 실시간 처리가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양자내성암호(PQC) 기술처럼 격자 암호 기반으로 만들어져 양자컴퓨터 공격으로부터 안전한다"며 "국내 ICT(정보통신기술) 생태계가 보안 투자에 인색한데, 암호는 보안 솔루션 중 가장 저렴한 분야"라고 덧붙였다.

이에 LG유플러스(14,980원 ▲260 +1.77%)는 AI 전화 에이전트 '익시오'와 AICC(AI컨택센터)에 동형암호를 적용하는 방안을 실증하고 있다. 동형암호로 암호화된 통화 데이터를 풀지 않고도 키워드 등을 검색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장재현 LG유플러스 CTO테크인텔리전스 팀장은 "크립토랩과 협력해 단순 보안 기능 강화를 넘어 양자컴퓨팅 시대에 대응하는 기술 장벽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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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혜 기자

안녕하세요. 정보미디어과학부 윤지혜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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