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부는 A빵집의 단팥빵에 정말 단팥이 들어있는지 의심했다. 그래서 가게 주인에게 단팥이 정말 들어 있다는 것을 몇 월 몇 일까지 증명하라고 지시했다. 만일 이를 증명하지 못하면 그동안 단팥빵을 팔아 번 돈을 모두 반납하라는 단서도 달았다.
A빵집 주인은 단팥이 들어있다는 것을 가까스로 입증했다. 그러나 정부가 정해준 시한을 넘긴 것이 오점이었다. 여기서 질문 하나. 그렇다면 그동안 A빵집의 단팥빵을 사먹은 사람들은 단팥이 들어 있지 않은 빵을 먹은 것일까? 단팥이 들어있는 빵을 먹은 것일까?
이 단순하고 뻔한 논리 게임이 최근 제약업계에 그대로 벌어졌다.동아에스티(45,750원 ▼450 -0.97%)의 위염치료제 '스티렌' 이야기다. 보건복지부는 동아에스티가 스티렌의 위염예방 효과와 관련한 임상시험을 정해진 기한보다 3개월 늦게 제출했다는 이유로 600억원의 판매 수익을 환수하기로 결정하고, 절차를 밟고 있다. 더 나아가 이달부터는 위염예방으로 스티렌이 처방될 경우 보험 혜택을 해주지 않으려 했지만 행정법원이 보류결정을 내려 20일까지는 보험 혜택을 적용하기로 했다.
수 백 억원의 피해를 당한 동아에스티는 즉각 행정소송에 나섰다. 복지부는 제약사에게는 '수퍼갑'으로 통하는데도 그런 복지부를 상대로 감히 소송을 제기하겠다는 동아에스티 심정은 십분 이해가 간다.
물론 1차적인 잘못은 기한을 지키지 못한 동아에스티에 있다. 반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당초 정부가 원했던 것은 스티렌의 정확한 효능이다. 동아에스티는 30억원의 임상비용을 들여 이 효능을 입증했다. 이 때문에 "임상시험 기한을 어긴 것에 대한 처벌은 달게 받겠지만 수 백 억원을 반납하라는 것은 지나치다"는 동아에스티의 항변에 수긍이 간다.
박근혜 정부는 국내 제약사들의 신약개발을 장려하는 정책을 적극 펴고 있다. 신약을 개발해 돈을 번 제약사가 이 돈을 다시 새로운 신약을 개발하는데 쓰도록 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스티렌은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천연물 신약 중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이런 스티렌을 복지부 스스로가 철저히 외면할 필요가 과연 있을까.
'기간'을 지키지 못했다면 그에 대한 행정 제재만 내리면 된다. 그러나 감싸줘도 될 본질을 외면한 채 무조건 원칙만 앞세우는 정부를 우리는 너무 많이 봐왔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바로 이 대목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규제완화'와 '관피아 철폐'를 외쳐도 공무원들은 변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