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중인 약물, 무형자산 내 66억 손상차손... 공시에는 법인세만 언급

일양약품(10,340원 ▼20 -0.19%)이 연구개발비를 무리하게 자산으로 잡았다가 금융당국 감사가 예고되자 개발비 일부를 손상처리 했다. 그동안 불투명한 회계처리로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부풀려왔다는 고백으로 풀이된다.
7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일양약품은 지난해 손익계산서상 89억원 규모 기타손실이 발생했다. 그 결과 전년대비 3.0% 증가한 239억원 영업이익을 기록했음에도 순이익은 57억원으로 1년만에 반토막이 났다.
어닝쇼크를 불러온 기타손실의 상당액(66억원)은 무형자산 내 개발비를 손상차손 처리한 데서 비롯됐다. 개발비 손상차손은 연구개발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되거나 이미 출시한 의약품이라도 개발비조차 뽑지 못할 정도로 매출이 저조할 때 발생한다.
일양약품의 경우 놀텍이나 슈펙트처럼 시장에 나온 제품을 제외한 아직 개발 중인 세포치료제, 펩타이드, 사이토카인, 백신 등 개발비가 여기에 해당 됐다. 해당 약물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임상1상에 들어가지 못했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 제1038호는 개발이 성공할 가능성이 충분하면 무형자산으로, 그렇지 못하면 판매비와 관리비(비용)로 분류하라고 규정한다. 그러나 많은 기업들이 개발 초기부터 연구개발비를 자산 처리해 판관비 증가에 의한 영업이익 축소를 회피해왔다는 게 금감원 판단이다.
일양약품은 판관비가 아닌 무형자산을 축소하는 바람에 영입이익에 아무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순이익만 감소한 것으로 기재할 수 있었다. 지난달 초 연간 실적 공시에서는 '법인세 외 추가납부 등으로 순이익이 감소했다'며 연구개발비 부분은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금감원 감리로 자칫 분식회계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고 보고 급히 회계 기준을 바꾼 것 같다"며 "이런 사정을 공시에 따로 언급하지 않은 건 지금까지 영업이익을 과대포장 해왔다는 것을 자인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일양약품 관계자는 "금융 당국의 최근 방향을 반영한 것으로 제품화되지 않은 연구개발비를 자산에서 제외한 것 외에 다른 의도는 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