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국내 라면 수출이 늘고 있다는 반가운 소식을 자주 접한다. 이런 즐거운 기사와 함께 지난 봄, 미국 출장을 떠올려 본다. 4박 7일 출장의 마지막 일정은 식품 수출의 최전선에서 일하고 있는 분들과 간담회였다. 간담회가 개최되는 뉴욕 맨해튼 32번가로 들어서니 우리나라에서 익숙하게 보던 제과점이나 치킨전문점이 여기저기 보이고 가게마다 사람들이 북적인다. 두부 음식점과 전통 호떡, 아이스크림이 어우러진 디저트 카페 앞에도 20~30m씩 긴 줄이 서 있다. 우리 음식의 인기를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외식업체뿐 아니다. 영화 '기생충'에 등장한 짜장 라면이나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게임'에서 주인공이 술안주 삼아 먹던 과자는 콘텐츠의 인기와 함께 수출이 급증했다. 방탄소년단이 즐겨먹던 매운라면은 'BTS 라면'으로 불리며 2021년 사상 최대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런 성장세에도 세계시장에서 우리 식품이 가지는 경쟁력은 아직 미미하다. 한식진흥원 조사에 따르면 우리 식품을 경험한 사람의 만족도는 90%가 넘지만 인지도는 아직 55% 수준이다. 이 수치에서 보듯 우리나라 식품이 세계 중심에 서기까지 우리가 가야할 길이 남은 것이다.
실크로드가 고대 동서간 비단을 교역하는 통로였듯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우리나라 식품이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도록 단단하고 빠른 길을 놓고 있다. 우선 주요 수출국의 식품 기준이나 규격 및 통관 절차 등 정보를 제공하는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국가마다 다른 기준이나 절차 등 정보를 업계에 제공할 계획이다. 각 부처가 제공하는 수출 관련 정보를 한곳에 모아 서비스를 제공하는'원스톱 규제 정보 창구'도 연내에 개설한다.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 Alimentarius Commission) 등 국제기구나 협의체를 통한 다자간 협력뿐 아니라 규제기관간 양자 협력 채널도 강화해 비관세장벽 요인을 찾아 해소해 나가고 있다. 최근 사례를 들어보면 2021년 8월 유럽으로 수출된 한국산 라면에서 농약성분인 에틸렌옥사이드가 검출되면서 수입 규제가 강화됐다. 그간 유럽연합(EU)에서 승승장구하던 한국산 라면에 급제동이 걸린 것이다. 수입 규제 해결을 위해 식약처는 수출 제품에 대한 안전관리를 강화했고, EU에 대표단을 수차례 파견하는 등 다양한 외교적 노력을 다했다. 그 결과 EU는 오는 7월부터 한국산 라면에 대한 수입규제를 해제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는 지속적인 규제 당국간 협의를 통해 단기간에 비관세 장벽을 해소한 우수사례로 기록됐다.
막걸리, 소주 등 말레이시아 수출 시 기술장벽이 되고 있는 알코올 기준 개정도 협의가 한창 진행 중이다. 아울러 싱가포르 등과 협력해 푸드테크 등 새로운 기술로 개발되는 식품소재에 대한 평가 가이드를 선제적으로 마련한다. 과학기술이 발전하면서 세포배양 기술을 이용한 대체 단백질이 등장하는 등 신소재 식품이 활발히 개발되고 있다. 이러한 식품 등이 시행착오 없이 개발될 수 있도록 안전성을 어떻게 평가하고 관리할지를 미리 안내해 나갈 것이다.
이제 'K'는 단순한 알파벳을 넘어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제품의 우수성을 알리는 상징이 됐다. K-뷰티, K-드라마 등 K를 단 수많은 제품이 세계인의 사랑을 받으며 세계 선두 그룹에 서있다. 이제 우리식품, K-푸드의 차례다. 실크로드가 그랬듯 우리가 만든 새 길을 통해 K-푸드가 세계로 뻗어 나가 안전과 건강의 상징으로 세계인의 사랑을 받기를 기대해 본다. K-푸드가 쓸 성공사례가 벌써 기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