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렬의 신의료인]

한국인에게 임종(臨終)을 지키는 것은 남다른 의미가 있다.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작성자가 200만명을 넘는 등 '존엄한 죽음'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임종 징후를 인지하고 대비하는 일은 의사나 가족 등 보호자 모두에게 더욱 중요해졌다.
죽음은 서서히, 하지만 확실히 찾아온다. 죽음이 임박하면 주요 장기가 아닌 쓸데없는 곳으로 혈액이 빠져나가 복수·흉수가 차고 다리가 붓는다. 혈액순환이 안 돼 손발은 차갑게 느껴지고, 혈관 내에 혈액이 충분히 돌지 못해 혈압이 떨어지며 그걸 올리려고 심장은 오히려 더 빨리 뛴다. 호흡을 돕는 근육이 서서히 약해지며 '죽음의 딸랑이'(death rattle)라 불리는 가래 끓는 소리와 함께 숨소리가 끊겼다 다시 들리는 '체인-스토크스'(cheyne-stokes) 호흡도 나타난다. 그리다 우리 몸의 중추인 뇌는 이윽고 깨지 못하는 깊은 잠에 빠지게 된다.
대한의학회는 지난 2016년 '연명의료결정법' 시행을 앞두고 말기(수개월 이내에 사망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태)와 임종기(사망이 임박한 상태를)에 대한 정의와 의학적 판단 지침을 마련한 바 있다. 혈압 저하, 맥박수 증가, 가래 끓는 소리(death rattle) 등 주요 임종 징후를 수많은 연구를 기반으로 객관적으로 정리했다. 해당 파트 작성을 책임진 황인철 가천대길병원 완화의료팀장(가정의학과 교수)에게 일반인이 궁금해하는 임종 전 증상을 물었다.

의사들은 증상 진행 상황(경과)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예컨대 환자 상태가 몇 주 사이로 바뀌면 의사는 그가 몇 주는 더 살 것으로 보고, 시간 단위로 바뀌면 몇 시간 내 사망을 추정하는 식이다. 다만, 환자의 사망 시간을 역으로 추산하면 임종에서 멀수록 예측력은 떨어진다. 즉, 수명이 하루가 남았다고 예측하는 것이 3개월 남았다고 예측하는 것보다 더 정확하다. 통상 한 달 이상의 여명은 예측 정확도가 매우 낮다. 반면, '48시간 임종 예측 변수'는 이 분야에서는 고유명사처럼 여겨질 정도로 근거가 충분하다. 특히, 국토가 좁은 우리나라에서는 전국 어디든 임종을 지키고 싶은 가족이 달려올 수 있는 시간이란 점에서 '48시간'을 기억하는 건 의미가 있다.
섬망은 임종 전이나, 암 환자가 아니라도 낯선 환경에서 특히 고령은 언제든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보통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나타나는 섬망은 원인(감염, 전해질 불균형, 중환자실 같은 낯선 환경 등)을 교정해도 좋아지지 않는 특징이 있지만 섬망이 나타났다고 모두 임종이 가까워졌다고 하긴 어렵다. 참고로 섬망은 불안, 흥분, 초조, 환각, 망상 등이 나타나는 과다활동형(hyperactive type)보다 각성도가 감소해 졸리는 듯 보이는 과소활동형(hypoactive type )이나 이 둘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혼합형이 더 많다.
모두 근거가 빈약하다. 임종에 가까울 때 변지림이 발생하는 경우는 가끔 있지만 이는 항문괄약근 통제가 안 되기 때문이다. 수면시간 증가는 여러 변수를 포함한 통계적 분석(다변량 분석) 결과 큰 의미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혈압 저하(수축기 20mmHg 이상 또는 이완기 10mmHg 이상), 분당 맥박 수 증가(안정된 상태보다 20% 또는 10회 이상), 산소 포화도 감소(90% 미만 또는 기존보다 8% 이상 감소)는 수많은 연구에서 똑같이 제시하고 있는 임종 징후다. 한국인은 대부분 병원에서 사망한다. 의료진이 혈압을 올리기 위해 수액을 놓거나,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산소를 더주거나 올렸는데도 회복되지 않으면 임종 징후로 간주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