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보)
김택우 비대위원장, 15일 궐기대회→16일 비대위 구성→17일 첫 회의
의협 "전공의와 함께 투쟁" vs 대전 전공의들 "파업 참여 안 해"

정부의 의대 증원책에 반발해 총파업 같은 강력 대응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가 구체적인 투쟁 방식·시기를 17일 이후에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일단 내일(15일) 전국 곳곳에서 의대증원 저지와 필수의료 정책패키지 반대를 위한 궐기대회를 진행하고, 16일까지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을 모두 꾸린 다음, 17일 제1차 비대위 회의를 열어 대정부 로드맵을 짜겠단 전략이다.
김택우 의협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겸 투쟁위원장은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정원 증원 저지를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 기자회견'에서 "정부의 불합리한 2000명 증원 추진의 문제점을 국민에게 알리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 사항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며 "이에 대국민 홍보를 적극적으로 수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 비대위원장은 "정부는 우리나라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보다 낮아 의사가 부족하다고 말하지만, 실제 의사가 부족할 때 나타나는 현상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23년간 15세 미만 소아는 약 350만명이 줄었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약 2500명이 늘어난 만큼 소아과 진료에 차질에 생기면 의사 부족이 아닌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의사가 부족해 의대증원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주장을 반박한 것이다.

그는 국민이 의사 수가 부족하다고 느끼는 원인 4가지로 △응급실 뺑뺑이 △소아과 오픈런 △지방 의사 부족 △긴 대기시간과 짧은 진료 시간을 꼽으면서도 "응급실 뺑뺑이는 응급실 의사가 부족해서가 아닌, 응급실에 경증 환자가 넘쳐나는 시스템의 문제다. 또 저출산 문제로 소아과가 줄어드는데, 소아과 오픈런이 있어야 소아과가 경영될 수 있게 됐다"며 "의사 수 부족이 원인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또 "의대 정원이 2000명 늘어나면 의료비 부담이 늘어나고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전가될 것"이라면서 "문제점을 국민들에게 알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판단 아래 대국민 홍보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라고 했다.
현재 40개 의대의 의대 정원은 연간 3058명인데 한꺼번에 2000명을 늘리면 의대를 24개 새로 만드는 것과 똑같아 교육의 질도 떨어지고 대한민국의 모든 이공계 인재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될 것이라고 비대위는 보고 있다.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강원·전북·제주 등 지역 의사회는 15일 궐기대회를 가질 예정이다. 전국 16개 시도의사회는 지역별 상황에 따라 동시다발적으로 집회를 열 예정이다. 박명하(서울시의사회장) 비대위 조직강화위원장은 "궐기대회 시간대는 국민의 불편을 생각해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여나갈 것"이라면서 "기본적으로 점심과 저녁 시간에 진행하므로 의료 차질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협 비대위는 지난해 12월 의협 회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총파업 찬반 투표 설문조사 결과를 국민에게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김 비대위원장은 "당시 상황과 현재 2000명 증원을 발표한 상황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또 의협이 '개원의' 위주의 단체로,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들의 입장까지 대변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그는 "동의하기 어렵다"며 "다양한 곳에서 근무하는 의사들이 비대위 위원으로 참여하기 때문에 전체 의사들의 강력한 뜻을 함께 펼칠 것"이라고 말했다.
독자들의 PICK!
의협은 정부의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투쟁을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의대생 단체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학생협회(이하, 의대협)과 함께 하겠다고 공언해왔다. 하지만 지난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의대협이 진행한 온라인 임시 대의원총회에서 총파업 참여 여부에 대한 회의 결과가 공개되지 않았는데, 이에 대해 전공의들의 총파업 참여 열기가 미지근한 게 아니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에 대해 주수호 전 의협회장 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서울 모 대형병원의 전공의가 모두 사직서를 냈다고 전해 들었다"며 "대전협이 비상 체제로 돌입했다. 이 자체가 그만큼 전공의들이 의대 증원책에 대해 사안이 중대하다고 인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그는 "대전협이 의대 증원책에 대해 굉장히 치열하게 논의하고, 치밀하게 대응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알고 있다"며 "하지만 그들이 먼저 말하기 전에 우리 같은 선배들(의협)의 입으로 말하는 건 후배에 대한 존중이 아닌, 후배에 대한 간섭이자 후배를 앞장세운 선배라는 오해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전협의 회의 결과에 대해) 의협에서 따로 언급하지 않은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하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 총파업 참여에 반발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대전 소재 건양대병원, 을지대병원, 충남대병원(가나다순) 전공의 300여 명은 의협에서 파업을 진행하더라도 참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대전 한 대학병원 관계자는 "전공의를 관리하는 부서에서 확인한 결과 파업에 대한 계획이 없다고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대전은 중앙 의사단체가 집단행동에 나서더라도 병원을 24시간 정상 가동해 의료 공백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