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보는 세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뒤 우리 사회·경제의 불확실성이 극대화됐다. 특히 윤 대통령이 미래성장동력으로 꼽은 바이오 산업은 불확실성 리스크에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단 우려가 크다. 바이오 기업 사이에선 "정국 불안 여파가 바이오 산업의 성장 불씨를 꺼트리지 않을까 걱정된다"는 말이 나온다.
바이오는 오랜 기간 신약을 개발하면서 막대한 연구 자금을 투자해야 하는 영역이다. 그래서 정부의 지원과 자본시장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지금의 정국 불안은 바이오 기업의 경영 여건에 극심한 부담을 줄 수밖에 없다. 투자는 위축되고 시장가치는 떨어지고 정부의 신약 개발 과제는 운영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올해 많은 국내 바이오 기업이 정부의 제약·바이오 분야 연구개발 예산 축소로 어려움을 겪었다.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다수 바이오 벤처는 자금 여력 등 문제로 R&D(연구개발)를 정부 과제에 의지한다. 바이오 산업 현장에선 내년 감축 예산의 정상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우리 바이오의 전반적인 R&D 역량이 떨어질 것이란 위기의 목소리가 들린다.
K-바이오의 글로벌 사업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국내 주요 바이오 기업의 글로벌 기술수출 등으로 K-바이오는 시장 신뢰 회복의 기틀을 마련했다. 하지만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선 해외 기업과 협업이 수월하지 않을 수 있다. 한 신약 개발 바이오 기업 관계자는 "(정국 불안으로) 국내 기업의 신약 파이프라인이나 자체 기술에 대한 대외 신뢰도에 영향을 받을 수 있다"며 "해외 투자 유치에 어려움이 커지는 것은 물론 기술수출 협의도 힘들어질까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특히 바이오 산업은 신약의 인허가나 기술이전 과정에서 신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많은 바이오 벤처는 자체적인 신약 개발보다 기술수출을 우선하는 상업화 전략을 취하는데, 글로벌 제약사와 협업이 핵심이다. 비상계엄 사태가 촉발한 정국 불안이 K-바이오의 글로벌 기술이전 논의나 공동개발, 해외 투자 유치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단 뜻이다.
더 나아가 AI(인공지능)와 신약 기술의 융합, 자체 백신 연구 등 첨단 바이오 산업 육성 동력도 약해질 수 있다. 극단으로 치닫는 의정갈등도 고민해야 할 문제다.
지금은 K-바이오의 도약을 위해 중요한 시기다. 글로벌 제약 바이오 시장은 ADC(항체약물접합체)와 이중항체 등 차세대 신약 기술에 대한 치열한 경쟁이 한창이다. 비만치료제 '위고비', 치매치료제 '레켐비' 등 신약이 시장 질서를 재편하고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도 혁신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야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국내 바이오 기업은 최근 2~3년간 이어진 시장가치 하락과 투자 위축 등으로 자금난에 시달렸다. 그리고 또 정국 불안이란 변수에 노출됐다. 자금력이 부족한 국내 바이오 기업에 정부와 자본시장의 지원 공백은 더 뼈아플 수밖에 없다. 지금의 위기가 속도전이 중요한 신약 연구 경쟁에 치명타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무엇보다 우리 산업의 미래 먹거리가 될 K-바이오의 성장을 위한 정부의 지원 정책에 소홀함이 없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