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부재로 수술 건수 줄어"…올해 2~6월 '빅5' 암 수술 29% 감소

#. 지난달 폐암 1기 진단을 받은 박모씨(71)는 최근 수술을 알아보기 위해 대구에서 상경했다. 서울 내 5대 대형병원 중 한 곳의 외래진료에서 박씨는 2500만~3000만원 정도가 드는 비급여 로봇수술은 내년 1월20일에 가능하고,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한 절제 수술은 8~9개월가량 후에나 가능하다는 답변을 들었다. 별도의 실손보험이 없어 고가의 로봇수술은 받을 수 없었던 박씨는 9개월 후엔 암 진행이 심해질 것을 우려해 시급히 다른 대형병원도 찾았다. 그곳에서는 내년 1월 하순 급여 적용 수술이 가능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대구 지역 내 대학병원에서도 1월 하순 수술이 가능하다는 안내를 받았고 박씨는 대구 병원에서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는 수술을 기다리면서 대기 기간 병세가 악화하지는 않을지 걱정하고 있다.
의정갈등이 10개월째로 길어지고 탄핵 정국으로 사회 분위기가 혼란스러운 가운데 암 환자들의 고통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그나마 있던 정부와 의사단체 간 소통창구마저 봉쇄되고 해결의 기미가 요원해지면서 환자들은 더 큰 무력감에 빠졌다는 전언이다.
12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공의 집단사직이 시작된 지난 2월19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정부가 운영하는 의사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에는 5520건의 상담이 들어왔다. △의료이용 불편상담 4243건 △수술지연 504건 △진료차질 217건 △진료거절 154건 △입원지연 44건 △법률상담지원 358건 등이다. 이달 9일과 10일에도 각각 18건, 20건의 의료이용불편상담이 접수됐다.
대다수의 전공의들의 수련병원에 복귀하지 않으면서 상급종합병원에서는 암 수술이 예년처럼 많이 이뤄지지 않고, 암 환자들의 수술 대기도 길어졌다는 게 의료계 얘기다. 한 5대 대형병원 관계자는 "수술이 1~2년 뒤로 미뤄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며 "전공의 부재로 이전처럼 수술을 많이 소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올해 2~6월 암 수술 환자 수는 크게 감소했다.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전국 상급종합병원에서 암 질환으로 수술받은 환자 수는 5만7244명으로 전년 동기 6만8425명 대비 1만1181명(16.3%) 줄었다. 같은 기간 5대 대형병원에서 암 수술을 받은 환자 수는 2만532명으로 전년 동기 2만8924명 대비 8392명(29.0%) 급감했다.
암 수술 지연은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서울대 의대 윤영호·노동영·허대석 교수팀이 2012년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암 진단 후 1개월 이상 수술을 기다린 환자는 1개월 이내 수술을 받은 환자에 비해 유방암은 1.59배, 직장암 1.28배, 췌장암은 1.23배 사망률이 각각 증가했다. 장기화된 의정갈등으로 암 환자들의 건강 악화가 우려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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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환자들은 의사들이 의료 현장에 복귀한 뒤 자신들의 의견을 표출하고 의료정상화를 이뤄주길 고대한다. 김성주 한국암환자권익협의회 대표는 "암 환자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스럽고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인데 탄핵 정국에 환자들의 목소리가 다 묻혔다"며 "이전에는 정부와 환자단체, 의사들이 의료개혁특별위원회에서 각종 논의를 했지만 비상계엄 이후에는 이 회의마저 진행되지 않고 있고 의사들은 더 강경해졌다"고 탄식했다.
그러면서 "오히려 의료개혁 동력과 불통이 빠진 지금이야말로 의료계가 의료현장에 되돌아와 환자들과 국민들한테 의견을 표출해야 할 시기 아닌가"라며 "하루빨리 의료정상화가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