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WHO 탈퇴 선언, 저개발국 치료제·백신 공급 업체 타격 우려

트럼프 WHO 탈퇴 선언, 저개발국 치료제·백신 공급 업체 타격 우려

박미주 기자
2025.02.03 16:55

미국 WHO 의무 분담금 22% 달해, 탈퇴시 재정 부담 커져 한국 분담금 오를 수도

국가별 WHO(세계보건기구) 2024~2025년 의무 분담률 비율/그래픽=임종철
국가별 WHO(세계보건기구) 2024~2025년 의무 분담률 비율/그래픽=임종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미국의 세계보건기구(WHO) 탈퇴를 통보하면서 아프리카 국가들에 치료제와 백신 등을 공급하는 국내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일각에선 WHO에 내야 할 우리나라의 의무 분담금이 높아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

3일 외신 등에 따르면 파르한 하크 유엔 사무총장 부대변인은 지난달 22일 WHO 탈퇴를 통지하는 미국의 서한을 받았다. 미국의 탈퇴 시점은 2026년 1월22일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 의회가 1948년 미국의 WHO 가입을 승인하면서 통과시킨 공동 결의에 따르면 미국은 WHO 탈퇴 1년 전 서면으로 통지하고 WHO에 남은 회비를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WHO 탈퇴가 현실화하면 나머지 국가들의 의무 분담금이 오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이 WHO의 최대 재정 후원자이기 때문이다. WHO 회원국별 분담률은 각국 국민소득 비중을 기초로 한 유엔 분담금 비율에 따라 조정되는데, 2023년 WHO가 정한 2024~2025년 국가별 의무 분담률을 보면 미국이 22.0%로 가장 많다. 2위 중국(15.26%), 3위 일본(8.03%보다 훨씬 많은 수준이다.

한국의 의무 분담률은 2.57%로 9위다. 2023년 우리나라가 부담한 분담금은 1231만달러(약 181억원)였다. 여기서 분담금이 더 오를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이탈리아도 극우 정당 동맹을 중심으로 WHO 탈퇴 움직임이 있는데 이런 움직임이 더 많은 국가로 번질 경우 남은 WHO 회원국의 분담금이 더 늘어날 수 있다. 이탈리아의 WHO 의무 분담금 비율은 3.19%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WHO 집행이사회나 총회에서 재정 악화 우려로 주요 국가들에 재정적 기여를 더 요구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구체적인 요청이 오지 않은 상태로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펜데믹(감염병 대유행) 상황 시 국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을 것을 우려한다. 지난해 WHO 총회에서 국제보건규칙(IHR) 개정문안 협상이 타결됐다. 이에 따라 다른 나라에 영향을 미칠 만한 감염병이 발생하면 즉각 WHO에 보고하고 WHO는 이를 빠르게 전파해 대비 체계를 구축하도록 했다. 하지만 강제 조항이 없어 미국이 이를 꼭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WHO 지원 등으로 저개발국가에 치료제나 백신, 진단키트 등을 공급하는 일부 기업들도 악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측된다. 김민정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 에이즈의 원인 바이러스), 말라리아, 콜레라 등의 치료제와 백신을 공급하는 업체들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최근 미국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원조로 구입한 HIV 치료제의 공급을 중단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미국의 '에이즈 퇴치를 위한 대통령의 긴급계획' 사업도 중단됐다.

이에 따라 국내에선 △유니세프를 통해 아프리카에 콜레라 백신을 공급하는 유바이오로직스 △아프리카 등에 진단키트를 공급한 엑세스바이오와 노을 △WHO PQ(사전적격성평가) 인증 획득 에이즈 진단키트를 보유한 바이오니아 △WHO를 통한 진단키트 공급을 추진하는 수젠텍, 휴마시스 △WHO PQ 인증을 획득한 독감 백신과 수두 백신, 장티푸스 접합백신을 보유한 SK바이오사이언스 △WHO 산하 국제기구의 최대 계절독감백신 공급 제조사인 GC녹십자 등이 영향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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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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