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파면]
[정심교의 내몸읽기]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파면 직후 헌법재판소 인근에서 경찰버스를 파손한 남성이 경찰에 검거된 데 이어, 지지자들이 모인 전국 곳곳에서 분노와 좌절감이 고조된 모습이 역력하다. 정신건강의학 전문의들은 "이럴 때 지지자들이 상실감과 우울감을 잘 대처하지 못하면 신체 반응으로 이어져 우울증으로 이행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4일 오전 11시 40분쯤 서울 종로구 지하철 1호선 안국역 5번 출구 인근 수운회관 앞에서 20대로 추정되는 남성 1명이 쇠파이프로 경찰버스 유리창을 깨부쉈다. 이에 인근에 있던 경찰 기동대는 "경찰 차량을 위험한 물건으로 파손했다"며 미란다 원칙을 고지한 뒤 공용물건손상 혐의로 이 남성을 현행범 체포했다.
이 남성은 군복을 입고 헬멧·방독면·조끼 등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그가 유리창을 부수는 데 사용한 쇠파이프는 경찰에 압수당했다. 경찰은 "헌재 앞 질서유지를 위해 공무집행방해, 폭행 시비 등 불법행위를 신속하고 엄정하게 수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긴장의 끈을 놓을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4일 윤 전 대통령이 머무는 서울 용산구 한남동 관저 앞에 모인 탄핵 반대 집회 참가자 일부는 파면 선고 직후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을 향해 "개XX야", "XX하네" 욕설을 쏟아내는 등 거친 말을 이어갔다.


폭력적으로 분출하는 사람은 뇌 이마 쪽에 위치한 전두엽 기능이 떨어졌을 가능성이 크다. 이준희 서울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두엽의 기능이 떨어지면 분노를 조절하기가 어려워진다"면서 "화날 때 남들보다 잘 욱하고, 평소에 분노를 조절하기 어려웠던 사람들이 이번에 그런 식의 행동으로 표출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전두엽은 뇌에서 충동·감정을 조절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담당한다. 하지만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사고·질환으로 전두엽이 손상당하면 감정을 조절하기 힘들어진다.
시위 현장에서 물건을 부수고 싶거나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는 등 분노를 제어하기 힘들 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이준희 교수는 "그럴 땐 응급 처방으로 '행동을 5분만 미루기' 전략을 실천하는 게 좋다"며 "5분 동안 시간을 갖고, 분노의 생각을 잠깐 멈추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때 복식호흡이나 심호흡을 하는 게 중요하다. 분노하거나 긴장하면 우리 몸에선 교감신경이 흥분되면서 호흡이 빨라지고 과호흡하기 쉬운데, 이럴 때 복식호흡이나 심호흡하면 과호흡을 막고 근육을 이완시켜 불안감을 떨어뜨릴 수 있다. 부교감신경을 활성화해 교감신경과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이다.
격투기, 팔굽혀 펴기, 윗몸 일으키기 운동처럼 힘들고 격렬한 운동을 하는 것도 분노를 누그러뜨리는 의학적인 방법이다. 몸을 힘들게 해 분노의 감정을 밀어내는 식이다. 찬물에 씻으면 새 자극으로 분노를 잊게 할 수 있다. 먼 산 바라보기는 주의집중을 다른 곳으로 돌리게 해 분노 상황에서 벗어나는 방법이다. 명상은 화를 가라앉히는 데 효과적이다. 평소 운동하면 뇌를 자극해 뇌 피질이 두꺼워지면서 감정을 조절하는 힘을 키울 수 있다. 드립커피를 몇 초간 내리면서 시간을 갖고 시선을 돌리는 것도 분노 감정을 누그러뜨리는 게 도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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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현직 대통령이 사상 2번째로 파면되자 '탄핵 반대', '파면 반대'를 외쳐온 윤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선 곳곳에서 오열하며 극도로 슬퍼했다. 앞서 지난 1월엔 윤 전 대통령 지지자로 알려진 60대 남성이 공수처 인근 잔디밭에서 분신을 시도했다가 끝내 목숨을 잃었다.
최준호 한양대구리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상실감이라 하면 '완전히 잃어버려 더는 복구되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상황이 있을 때 나타나는 것"이라면서 "예컨대 부모님이 돌아가셨거나, 실직했거나, 크게 아파서 건강을 잃어버린 경우 상실감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치를 소재로 한 대화는 때와 장소를 가려서 해야 갈등을 피울 수 있다. 최준호 교수는 "정치 성향이 다를 땐 '대화 환경'과 '듣는 자세'가 적합해야 갈등을 피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예컨대 정치 성향이 다른 가족 구성원이 있는 경우 TV를 볼 때, 외출하려 할 때, 식사 때, 운전할 때는 가급적 정치 관련 논제는 꺼내지 않는 게 좋다.
고려대 구로병원 정신건강의학과 한창수 교수는 "정치적 불안과 사회·경제적 위기가 동시에 발생하면 국민들의 정신적 회복력이 크게 떨어지고 트라우마로 발전할 수 있다"며 "스트레스를 오랫동안 받으면 급성 불안장애나 우울증, 심지어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로 발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럴 땐 감정을 억누르거나 무시하는 것보다는 인정하고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해야 한다. 한 교수는 "스트레스 반응은 누구에게나 자연스럽게 나타날 수 있지만 중요한 건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적절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며 "무엇보다 나와 타인의 의견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과도한 뉴스 시청은 자율신경계를 자극해 불안과 긴장감을 유발한다. 특히, 뉴스를 밤에 시청하면 신경계가 계속 흥분 상태에 놓여 수면을 방해하고 이에 따라 스트레스가 커질 수 있다. 또 뇌의 과도한 각성을 초래해 자율신경계의 균형을 깨뜨리고 수면의 질이 떨어지고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증가한다. 한 교수는 "뉴스를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그 외 시간엔 대화와 취미 활동, 일상의 루틴을 통해 마음의 안정성을 유지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 헌법재판소는 피청구인 윤석열 전 대통령을 4일 ‘만장일치’로 파면했다. 탄핵 심판으로 파면된 헌정사상 두 번째 대통령으로 기록됐다. 문형배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이 "주문. 피청구인 윤석열을 파면한다"는 탄핵 심판 선고 주문을 읽자 탄핵 찬성 집회에선 환호성이 터지고 박수갈채가 쏟아졌지만, 탄핵 반대 집회에선 낙담과 함께 탄식을 내뱉으며 반응이 교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