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센코리아 17일 '세계 신장암의 날' 미디어 세미나

매년 6월 셋째 주 목요일(19일)은 '세계 신장암의 날'이다. 신장암으로 고통받는 환자의 삶을 변화시키기 위해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행사가 진행된다. 일반인에겐 생소할 수 있지만, 신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많이 발생하는 '10대 암' 중 하나다. 2022년 기준 국내 전체 암 발생 28만2047건 중 6963건(2.5%)으로 10번째로 많이 발생했다.
프랑스에 본사를 둔 글로벌 제약사 입센은 지난 17일 신장암의 날을 맞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미디어 세미나를 진행, 신장암에 대한 대중의 관심을 촉구했다. 박인근 서울아산병원 종양내과 교수가 '신장암 치료의 최신 동향 및 미충족 의료 수요'라는 제목으로 신장암의 치료 전략을 소개했다.
신장은 '작지만 강한' 장기다. 혈액 속 노폐물과 수분을 걸러내고 전해질을 조절한다. 혈압을 조절하는 '레닌'이란 물질과 적혈구형성인자(epo)를 합성해 고혈압·빈혈 예방에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조용히 일하는 신장은 설령 암이 생기더라도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아 놓치기에 십상이다. 3차원으로 볼 때 척추 옆, 몸속 깊숙한 곳에 자리해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는 "신장암의 3대 증상은 옆구리 통증(40%) 혈뇨(60%) 만져지는 종괴(45%)이지만 이런 증상이 나타날 정도라면 이미 암이 많이 진행한 상태"라며 " 그마저도 전체의 10~15%만 3대 증상이 나타난다"고 말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가족력을 고려한 위험 측정이 강조되는 배경이다.

신장암이라면 대게 '신세포암'을 가리킨다. 신장 조직 중 소변을 걸러내는 '신실질'에서 발생하는 악성 종양으로 92.4%를 차지한다. 위험 인자는 흡연 비만 고혈압 등인데 아직 명확히 알려지진 않았다. 만성 콩팥병으로 장기 혈액투석을 하거나 신장 이식 후 면역 억제제를 투여하는 환자 등 만성적인 신장병이 있을 때도 발병률이 높은 것으로 보고된다.
신장암은 가족력이 있다. 유전성 신세포암은 전체의 4~5%를 차지한다. 가장 흔한 형태는 신장, 뇌, 망막 등에 다양한 종양을 유발하는 '폰 히펠-린다우 증후군'(VHL)이 신장암을 유발하는 것이다. 신생아 3만6000명 중 1명꼴로 발생한다고 알려져 있다. 또 다른 형태인 유전성 평활근종 신세포암(HLRCC)도 발병률이 높은 편이다.
박 교수는 "유전성 암은 부모 중 한쪽에 물려받은 유전자가 내재해 있다가 하나의 돌연변이에도 반응해 발현하기 때문에 45세 미만 젊은 나이에, 다발성으로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며 "하나를 수술하면 또 다른 곳에 생겨 결국 투석해야 하는 상태에 이른다. 조기 치료를 위해 신약이 개발돼 쓰이고 있지만 정부 지원이 적고 정확한 환자 통계조차 없어 미충족 의료 수요가 크다"고 관심을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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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암 치료는 다른 암처럼 수술, 항암제, 방사선 등이 적용된다. 수술은 신장을 일부만 절제해 콩팥 기능을 최대한 보존하는 부분 절제가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 4㎝ 미만이 적응증이지만 일부는 4~7㎝에도 시도한다. 신장을 완전히 제거하는 '근치적 신적출술'과 전이가 있는 경우라도 환자 예후를 위해 수술로 암을 줄이는 '종양 감축 신절제술'도 환자에 따라 적용되고 있다. 작은 신장암은 방사선을 쏘이거나 고주파 열로 암 조직을 응고 괴사하는 '고주파 열 치료', 조직을 영하 40도로 냉동시켜 신세포암 조직을 파괴하는 '냉동요법'으로 없애기도 한다.

일반적인 화학 항암제는 신장암에는 잘 듣지 않는다. 화학 항암제 반응률이 5% 정도로 낮아 카보메틱스같은 '표적 항암제'를 일반적으로 쓴다. 박 교수는 "암세포가 아니라 암세포를 먹여 살리는 혈관을 타깃으로 신생혈관 형성, 세포 증식 등을 특이하게 억제해 암의 성장을 억제한다"며 "혈관내피세포 성장인자나 수용체를 표적 하는 혈관 생성억제 치료가 대표적인 표적 치료가 됐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 암세포에 대한 면역체계를 정상화하는 면역 항암제도 최근 활발히 도입되고 있다.
특히, 최근 주목받는 치료 방법은 면역항암제+면역항암제나 표적항암제+면역항암제를 함께 쓰는 병용요법이다. 각각 사용하는 단독요법보다 효과가 좋다는 점이 여러 연구로 입증됐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 유럽 등 주요 국가는 신장암 치료 가이드라인을 통해 가장 처음 시도하는 '1차 치료'로 모두 병용요법을 권고하고 있다. 나아가 이 치료가 듣지 않을 때 시도하는 '2차 치료'는 1차에서 쓰지 않은 약 중에 쓸 수 있는 것을 모두 쓰라고 권한다. 신장암에서는 표적, 면역 치료가 잘 듣는 게 알려져 있기 때문에 특정한 약을 지정하지 않고 '해볼 만큼 치료하라'라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아직 항암 치료의 문턱이 높다. 수천만 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스스로 감당해야만 효과적인 치료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박 교수는 "우리나라의 신장암 급여 가이드라인은 2000년대 초반과 달라진 게 별로 없다"며 "카보메틱스의 경우 단독요법은 모든 임상 가이드라인에서 권고하는 2차 치료 옵션이지만 국내는 급여 기준상 이전 치료에 제한이 있어 최적의 치료가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현재 카보메틱스는 표적치료제에 실패한 환자에 대한 2차 치료 시 급여가 설정됐을 뿐,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를 쓴 경우는 제외되고 있다. 2차 치료 시 병용요법에도 급여 기준이 설정되지 않았다.
박 교수는 "경제적인 문제로 약을 못 쓰는 환자가 많아 설명하기도 미안하다. 진료를 볼 때 괴롭다"며 "치료요법의 변화와 발전에 따라 최선의 치료를 할 수 있는 의료환경이 시급히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백진영 한국신장암환우회 대표도 "신장암은 우리나라에서 발병율 10위 안에 드는 질환임에도 불구하고 치료제 접근성 면에서 소외되어 있다. 병용요법도 아직은 대부분 비급여"라며 "치료제 선택권을 조금이라도 더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