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척추·관절 질환은 하나의 병이 또 다른 병을 부르는 경우가 다반사다. 한 부위에 이상이 생기면 이를 보완하기 위해 다른 부위에 연쇄적으로 부담이 가기 때문이다. 허리 통증으로 병원을 방문했다가 무릎의 문제가 더 심해 먼저 치료받기도 한다. 특히 고령층은 퇴행성 변화로 두 부위에서 동시에 통증이 나타나는 경우가 잦다. 바른세상병원 척추센터 박재현 원장(신경외과 전문의)은 "척추와 관절 치료를 병행하는 환자는 10명 중 6명 정도"라고 말했다.
두 병을 함께 앓는 '중복 질환'은 의사라고 해도 쉽게 알아차리기 어렵다. 정확한 진단을 위해 각 분야의 세부 전문의들이 머리를 맞대고, 유사한 증상의 질환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치료법을 선택해야 한다. 현대인을 괴롭히는 대표적인 중복 질환을 박재현 원장의 도움말로 알아본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주관이 좁아지면서 신경을 압박하는 질환이다. 주요 원인은 노화로 50~60대 이후 나이가 들수록 발병률이 증가한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 문제이지만 신경이 내려가는 '다리'에 증상이 두드러진다. 특히, 가만히 있으면 증상이 없고 서 있거나 걸을 때 통증과 저림 증상이 나타나는데, 이런 이유로 무릎 등 다리 문제로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심한 경우는 10분 이상 걷기 힘들어하는 등 보행 장애로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호소하기도 한다.

특히, 척추관협착증은 무릎 연골이 닳아 염증이 생기는 무릎 퇴행성 관절염과 헷갈리기 쉽다. 무릎이 망가지면 걸음걸이가 바르지 못하고 걷다 서기를 반복하는데, 이 과정에 척추 건강이 나빠지며 증상이 악화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통증을 줄이기 위해 자세가 틀어지거나 양반다리, 짝다리 등을 자주 취해도 골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 체형 변형은 물론 허리디스크, 척추측만, 고관절 통증의 '씨앗'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보행장애가 심할 때 두 질환을 구분하는 방법의 하나는 허리를 굽혀보는 것이다. 척추관협착증은 허리를 펼 때 통증이 심해지고 허리를 앞으로 숙이면 통증이 완화하는 특징이 있다. 반면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척추관협착증과 달리 저림 증상보다는 무릎을 움직일 때 통증이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 또 관절염이 진행될 때 무릎에 부종이 많이 발생하고, 이때 뻣뻣한 느낌 등이 동반된다. 무릎과 허리는 어느 곳에 증상이 먼저 나타났느냐와 관계없이 문제가 있다면 전부 치료하는 게 좋다. 한쪽에서 발생한 문제가 통증으로 인한 자세 변화, 체중 부하를 유발해 다른 쪽의 문제를 더 악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허리디스크는 척추 사이에 있는 디스크(추간판)가 튀어나오거나 터지며 신경을 압박해 발생한다. 외부로부터 큰 충격을 받거나 잘못된 자세를 장시간 반복하다가 척추의 불균형과 과도한 부담으로 허리디스크가 발생한다. 다리나 엉덩이로 가는 신경을 누르면서 해당 부위에 이상감각을 느끼게 된다.

고관절염은 노화와 함께 연골이 마모돼 염증과 통증이 발생하는 질환이다. 고관절은 골반과 대퇴골을 연결하는 관절로 걷기, 앉기, 일어서기 등의 자유로운 움직임을 책임진다. 고관절염이 오면 골반 부위 통증과 다리 회전 시 불편함을 느끼고 걸을 때 절뚝거리기도 한다. 퇴행성 고관절염이 진행되면 엉덩이 부근에 통증이 느껴지는데, 이 통증이 허리 질환과 유사해 환자 스스로는 감별하기가 쉽지 않다.
고관절염은 걸을 때처럼 체중이 골반에 실릴 때 엉덩이나 사타구니 쪽으로 통증이 심해지는 특징이 있다. 양반다리나 다리를 꼬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허리디스크는 가만히 있거나 앉아있기만 해도 엉덩이 통증이 나타난다. 고관절염은 허리디스크보다는 생소한 병이라 간과하기 쉬운데, 허리디스크만 치료하고 고관절 치료를 진행하지 않을 경우, 통증은 물론 대퇴골두가 썩는 대퇴골두무혈성괴사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수근관증후군(손목터널증후군)은 손, 손바닥, 손목 저림 증상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목디스크와 증상이 유사하다. 초기에는 손이나 손가락, 팔뚝의 힘이 약해지고 저리며 감각이 무뎌지는 증상이 나타나다가 점차 통증이 심해지고 힘이 약해져 결국 물건을 집고 주먹조차 쥐기 어려워진다. 척추만 전담으로 진료하는 경우는 간혹 이를 목디스크로 오인할 수도 있다.

실제 목디스크 환자는 직접적인 목 통증보다 어깨나 팔 등 다른 곳에서 증상이 시작되는 사례가 많다. 목덜미나 어깨 위쪽의 통증이 가장 흔하고 팔과 어깨 저림, 손가락 끝까지 저림이 타고 내려오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심한 경우 척수 손상으로 다리의 힘이 약해지거나 마비가 발생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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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근관증후군과 목디스크는 치료법이 다른 만큼 병을 혼동하거나 잘못된 치료를 했다간 원인 질환을 더 악화시킬 수 있다. 이 경우 먼저 근전도 검사를 통해 손 저림의 원인이 목디스크인지, 손목터널증후군인지 확인해야 한다. 소요 시간이 짧고 검사법도 간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