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간호조무사가 방사선 촬영을 수행한 것을 두고 법원이 간호조무사의 자격정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단한데 대해 방사선사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진료의 보조'냐, '무자격자의 방사선 촬영'이냐를 놓고 간호조무사와 방사선사 간 갈등이 증폭될 것으로 전망된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7일 서울고등법원 제7행정부는 "피고(간호조무사 A씨))가 2023년 12월9일 원고(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해 간호조무사 면허 자격정지 1개월15일(처분 기간 2024년 2월17일~3월31일)의 처분을 취소한다"며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018년 4월~2019년 5월, B의원의 의사 C씨는 간호조무사 A씨에게 지시해 환자 201명을 대상으로 '콘빔 전산화단층촬영(Cone Beam CT)'을 수행했다. 이를 알게 된 보건복지부는 A씨를 상대로 '1개월 15일간 간호조무사 자격을 정지한다'는 처분을 내렸다. 하지만 A는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A의 손을 들어줬다.
판결문에 따르면 법원은 의료법·간호법을 근거로 간호조무사의 '진료 보조 업무'에 방사선 검사가 포함될 수 있으며, 모든 진료 보조 행위에 의사가 현장에 꼭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이번 사건에서 A씨의 콘빔CT 촬영행위가 '진료 보조가 아닌 의료행위에 해당한다'며 '자격정지 처분은 적법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법원은 "간호조무사가 환자의 자세 고정, 엑스선 범위 조절 등 방사선 촬영의 (보조적 역할을 넘어) 주된 행위(환자 자세 고정, X선 범위 조절 등)를 한 경우에는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면서도 "A씨가 주된 행위를 했는지 여부가 불분명하다"고 언급했다.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법원의 결정에 대해 "방사선 촬영은 '면허'를 가진 방사선사의 고유 업무로, 60년 전부터 법적으로 보장된 전문 영역"이라며 "고도의 전문성이 필요한 방사선 촬영 검사를 '무면허자'(간호조무사)가 할 수 있다고 한 이번 판결은 국민 건강에 위해를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의료기사 등에 관한 법률' 제9조에 따르면 "방사선사가 아닌 사람은 방사선 검사를 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이를 근거로 대한방사선사협회는 지난 4일 '무자격자의 방사선 검사를 허용한 법원 판결에 대한 입장'이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내고 "콘빔CT 검사는 높은 전문성과 방사선 피폭 관리가 필수적인 행위로, 환자의 안전과 직결되므로 반드시 면허를 가진 방사선사만이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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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판결문에서) 의료기사 고유의 업무를 '진료 보조 업무'라고 한 건, 국민 건강 보건에 이바지하고 있는 방사선사를 포함, 의료기사 등 50여만 회원의 심각한 업무를 훼손한 것"이라며 "전국 6만여 명의 방사선사는 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 50여만 회원과 함께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방사선사들은 이번 판결이 간호조무사 같은 무면허자의 방사선 검사 행위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한정환 대한방사선사협회장은 "무면허 의료행위를 근절하기 위해 공익신고제를 강화하고, 방사선사 권익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며 "관계 기관 역시 불법 무면허 행위가 확산하지 않게 지도·단속에 나서 주기를 촉구한다"고 했다.
또 한정환 회장은 "국회에서 '의료기사 등에 업무의 명확성과 법적 보장'을 위한 공청회 관련 정부 부처, 유관단체가 함께하며 방안을 논의하기를 강력히 요청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간호조무사들은 어떤 입장일까. 곽지연 대한간호조무사협회장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조무사 업무가 의료법상 진료 보조 범위 내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라면서 "이를 위해 회원 대상 교육과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다만 방사선 촬영은 환자 안전이 요구되는 전문 영역으로, 직역 간 법적 역할과 전문성이 존중돼야 한다는 점에 공감한다"면서"협회는 의료기사단체총연합회를 비롯한 단체들과 제도 개선 논의에 함께할 준비가 돼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