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윤익진 아시아이종이식학회(AXA) 이사회 의장
"장기이식, 돈벌이 수단 돼선 안 돼"
한중일 '이종이식' 연구 협력…"亞 연구수준 높일 것"

한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이종이식학회'(Asian Xenotransplantation Association·AXA)가 공식 출범했다. 한국·중국·일본 3개국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종(異種)장기이식 연구 협력체로, 아시아권에서 해당 분야 전문 학회가 구성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아시아 지역 연구·개발력 수준을 높여 현재 미국에 집중된 이종이식 패권에 대항하겠단 게 학회 설립 취지다. AXA는 이달 충북 오송에서 공식 이사회 미팅 진행 후 내달 중국 하이난에서 첫 학회를 열 계획이다.
윤익진 AXA 이사회 의장(대한이종이식학회장·건국대병원 외과 교수)은 지난달 27일 서울 건국대병원 인근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민간기업 위주로 연구 중인 미국은 이종이식 상용화 후 막대한 수익을 바랄 수밖에 없다"며 "(돼지)장기 가격과 수술비가 천문학적으로 뛰어 '돈이 없어 이식받지 못하는' 새로운 불균형이 벌어질 수 있다. AXA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시작한 조직"이라고 밝혔다.
이종이식은 유전자 편집(조작)으로 형질전환된 돼지의 장기를 인체에 이식하는 수술법이다. 예상치 못한 부작용 가능성은 과제로 남아있지만, 기존 동종이식이 갖는 수요·공급 불균형 구조의 대안으로 꼽히는 연구 분야다. 현재 주도권은 미국이 갖고 있다. 최근 미국에선 형질전환 돼지 신장을 이식받은 뒤 각각 9개월·6개월의 장기 생존 사례가 보고된 바 있다.

윤 의장은 미국에만 이종이식 연구가 집중될 경우 장기이식이 '돈벌이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특정 국가에 상용화 권리가 몰리면 결과적으로 환자가 부담해야 할 비용 자체가 과도하게 높아진단 것이다. 윤 의장은 "사람의 장기는 '값'이란 게 존재하지 않지만 이종이식은 장기를 만들어 판매하는 개념이 가능하다"며 "수조원 단위로 연구비를 투자해 온 미국 입장에선 막대한 지출 규모가 반영된 값을 장기에 매길 수밖에 없다. 돼지 장기 하나당 최소 1억원은 웃돌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AXA는 윤 의장이 각국 연구자들을 설득해 영입하며 만들어졌다. 이사회엔 윤 의장을 포함해 한국·중국·일본·인도에서 15명이 포함됐고, 왕이 중국 하이난의대 제2부속병원 외과 교수가 학회장, 코바야시 타카키 일본 아이치의대 외과 교수 등이 부학회장을 맡았다. 한국에선 윤 의장 외에도 박경식 건국대병원 외과 교수, 민상일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 양재석·김범석 연세세브란스병원 신장내과 교수 및 국내 기업 중 유일하게 형질전환 돼지를 생산하는 옵티팜(5,070원 ▼60 -1.17%)의 김현일 대표 등이 참여한다.

윤 의장은 "인도에서도 AXA에 큰 관심을 보여 함께하게 됐다. 학회 활동이 본격화되면 150명 수준으로 규모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며 "각국 연구 자료를 모아 대량의 데이터를 구축하고 전임상 연구 성과를 비교해 기술 수준을 공동으로 높이는 방향을 고민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원국을 중심으로 추후 공동 연구도 진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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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이식 상용화 시기에 대해 윤 의장은 비교적 이른 시기에 현실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2028~2029년쯤 미국에서 먼저 이뤄질 것"이라며 "최소 2035년쯤엔 장기 부족을 이종이식으로 해결하는 시기가 올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한국도 기술력에선 뒤지지 않는다. 이종이식에선 초급성 거부반응(동물 장기가 인체로 들어올 때의 즉각적 거부반응)을 유발하는 당단백질(α-Gal·알파갈)을 없애고 염증을 낮추는 유전자를 삽입하는 등 유전자 편집 기술이 핵심인데, 미국을 제외하고 이 기술을 보유한 곳은 우리와 중국뿐인 것으로 알려졌다. 옵티팜은 현재까지 8종의 돼지 유전자 편집 모델 개발에 성공, 내년엔 생산하는 유전자형을 10종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현재 미국과 중국은 각각 10종과 8종의 편집 모델을 보유 중이다.
보건복지부 '이종이식 연구사업'(2023~2027)을 총괄 중인 윤 의장은 정부 지원의 연속성 등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도 강조했다. 그는 "한국은 형질전환 돼지를 만드는 기술을 가진 몇 안 되는 국가"라며 "중국은 이종이식이 바이오 10대 굴기(崛起) 사업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주목도가 매우 높다. 우리도 임상 등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는 인프라(기반시설)를 통해 연구가 고도화될 수 있도록 국가적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