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공의에게 임금을 지급하는 수련병원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과거와 달리 '근로자'보다 '교육생'의 역할이 강조되며 "일을 덜 하는데 월급을 똑같이 줘야 하느냐"는 볼멘소리가 들린다. 의정갈등 이후로 전공의 처우 개선 논의가 활발해진 가운데 교육은 정부가, 근로는 병원이 책임지는 '이원화 체계' 정착에 대한 요구도 커질 전망이다.
3일 의료계에 따르면 상당수 수련병원은 전공의(레지던트)와 7000만원대의 연봉 계약을 맺는다. 실제 근로 시간에 상관없이 계약상 월급을 지급하는 포괄 임금이나 기본급을 지급하면서 시간외수당을 최대치로 산정하는 고정OT(초과 근무 시간) 등을 적용하는 것으로 알려진다. 전공의 연봉은 병원 유인 효과가 있어 방법은 달라도 금액은 비슷하게 맞춰 책정한다고 한다.
전공의는 현행법상 주당 최대 근무 시간이 88시간(연장 포함)으로 근로기준법상 일반 근로자(52시간)를 크게 웃돈다. 일하는 시간이 긴데다, 일하며 배우는 전공의의 특성상 근로와 교육을 구분 짓기 어려워 다른 임금 체계를 적용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이에 대해 전공의의 반발도 크지 않았다.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이 환자들로 붐비고 있다./사진=[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5/10/2025103115543278885_2.jpg)
그러나 의정갈등 이후 전공의가 처우 개선에 관심을 갖고 교육과 근로를 구분 지으면서 임금 체계와 관련한 논의에도 불이 붙고 있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 A씨는 "복귀 전공의는 교육생 신분을 강조하면서 외과 수술 중에도 '정시 퇴근'하는 등 근로자로서 역할을 줄이려 한다. 병원도 복귀 시 근로 시간 단축을 명시하며 이를 받아들였다"라며 "이전보다 일도 덜 하고, 진료 교수를 교육에 투입하면 병원은 이중 손해인데 임금은 그대로 줘야 하나 고민이 든다"고 토로했다.
이어 "최근 대법원이 법정 근로시간이 주당 40시간인 '근로자'에 준해 포괄임금을 적용받는 전공의에게 초과 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며 "이제 전공의를 간호사와 같은 '직장인'처럼 근태 관리하고 임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조심스레 나온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병원이 선뜻 전공의 임금에 손을 대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월급을 줄이면 월급이 많은 다른 병원으로 지원이 몰려 우수한 전공의를 유치할 수 없게 되기 때문이다. 전공의 지원율 하락에 따라 정부 지원이 줄고 눈 밖에 날 것이라 걱정도 한다. A씨는 "전공의가 없는 1년 반 동안 교수와 PA(진료지원) 간호사의 역할이 강화됐고 호흡도 어느 정도 맞춰졌다. 교수도 드러내진 못해도 3~4년 단기 일하는 전공의보다 PA간호사를 더 선호한다"면서 "어느새 병원에서 전공의는 '계륵'(鷄肋, 닭의 갈비를 뜻하는 말로 먹자니 살이 적고, 버리자니 아깝다는 뜻) 같은 존재가 됐다"고 했다.
지난 9월 전국전공의노동조합이 출범하고 내년 초 복지부의 '전공의 근무시간 단축 시범사업'이 종료되는 만큼 전공의 처우를 두고 병원의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이는 의사 수련의 질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수도권의 한 수련병원장은 "전문의 양성은 국민건강을 위해 사회적으로 꼭 필요한 일로 정부가 수련병원에 위탁해온 것"이라며 "전공의들의 인식, 의료 환경이 전과 달라진 만큼 교육에 대한 정부 지원이 단계적으로라도 전체 진료과로 확대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