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영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서산의료원장)
'공공의료 중추' 지방의료원 "올해 적자 1500억원 이상"
"정년·은퇴의사 적극 활용해야…공공임상교수·시니어의사제, 좋은 제도"
"필수의료 사명감에도 한계…수가 '핀셋 보전' 필요"

전국 35곳 지방의료원은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방역 최전선'에 있었다. 감염병 전담병원으로 지정된 뒤 일반 환자를 타 의료기관으로 전원시키며 기존 진료를 사실상 중단한 채 확진 환자를 받아냈다. 그러나 공공의료를 지킨단 사명감의 결과는 '적자 늪'이었다. 라포(Rapport·친밀한 관계)가 무너진 지역 환자의 발길이 끊기며 의료 수입은 급감했고 연간 적자는 수천억원으로 불어났다. 여기에 최근 겹친 의정 사태로 지역·필수·공공의료(이하 지·필·공) 인력난이 가속하며 한국 의료체계는 구조적 민낯을 드러냈다.
정부가 의정사태 직후 약 20개월간의 비상진료체계를 해제하며 '의료대란 종식'을 공식화했지만, 공공의료 최전선인 지방의료원은 붕괴 위기에 직면했다. 김영완 전국지방의료원연합회장(서산의료원장)은 지난 3일 충남 서산의료원에서 진행된 머니투데이와 인터뷰에서 "계속된 적자로 일부 지방의료원은 인건비까지 체불됐지만 국회에선 관련 지원 예산이 삭감되는 등 제대로 된 해결책이 없는 상황"이라며 "의료대란은 끝이 아닌 이제 시작"이라고 토로했다. 다음은 김 회장과의 일문일답.
-'팬데믹 후유증'이 길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사태 초기 당시 "길거리에 나가 죽으란 말이냐"는 말까지 들어가며 일반 환자를 반강제로 내보내야 했다. 이 과정에서 그간 환자들과 쌓은 라포가 무너졌다. 한 번 이탈한 환자는 돌아오지 않는다. 현재 지방의료원 평균 병상 가동률은 62.5%로, 팬데믹 전의 약 70%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서산의료원 병상 가동률이 80%로 비교적 선방 중인 것을 감안하면 다른 의료원 상황은 더 심각하다."
-의정 갈등까지 겹쳐 인력난이 심화했다.
▶"서산의료원의 경우 충남대병원에서 인턴을 파견받는데, 최근 충남대병원도 전공의 모집 정원의 약 70%만 충원되면서 의료원에 인력을 줄 여력이 부족한 상황에 놓였다. 의료취약지 내 보건소와 보건지소의 1차 진료를 맡는 주요 인력인 공중보건의사(공보의) 수도 급감해 지역민 진료 여건이 지속해서 악화하고 있다."
-정부가 지역의사제와 공공의료사관학교(공공의과대학) 신설 등 지·필·공 정책을 내놨다.
▶"두 정책은 의대생 교육을 포함해 10~15년은 걸리는 장기적 대안이다. 단기적으로는 정부의 '지역거점공공병원 파견 의료인력 지원' 규모를 확대하고, 중기적으로는 국립대병원 정년트랙 임상교수요원을 선발해 지방의료원과 연계하는 '공공임상교수제' 및 전문성 있는 은퇴 인력을 의료취약지 등에 근무시키는 '시니어의사 매칭사업' 등 기존 정부 사업을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현재 서산의료원에도 공공임상교수 트랙으로 5명이 근무 중인데 현장 만족도가 높고 시니어의사제에 대해서도 긍정적 의견이 많다. 제대로 활용하면 고품질 의료 인력을 지방으로 확대해 의료 공백을 해소할 대안이 될 수 있다."

-지·필·공을 살리기 위한 근본적 대책은 뭐라고 보나.
▶"가장 시급한 건 예산 지원이다. 현재 지방의료원은 설립 이래 가장 심각한 재정·인력난을 겪고 있다. 연간 적자는 2023년 3074억원, 2024년 1601억원에 이어 올해도 1500억원 이상으로 추산된다. 앞서 31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에서 공공의료 예산 882억원이 전액 삭감됐을 때 큰 좌절감을 느꼈다. 2026년도 예산안 심사 과정에서 지방의료원 지원 예산을 늘려 회생 발판을 마련해줘야 한다. 아울러 '내·외·산·소'(내과·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필수의료 종사자에 대한 유인책도 제대로 설계해야 한다. 결국 수가와 연결된다. 모든 수가를 다 올려달란 게 아니다. 지·필·공 분야 수가를 핀셋으로 보전해 해당 분야 의료진이 합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필수의료는 사명감으로 돌아가지만, 이 사명감에도 한계는 있기 마련이다."
-의사 수 증원은 필요한가.
▶"'2000명'(윤석열 정부의 의대증원 규모)이란 숫자는 터무니없었다. 다만 지·필·공 인력 공백 해소를 위해선 합리적으로 추계한 증원 모델은 필요하다. 의사 중에서도 점진적으로 의사 수를 늘려야 한단 필요성에 공감하는 의견도 많다. 전공의 수련도 대학병원에선 전문성을, 지방의료원에선 지역의료 및 환자 특성을 배울 수 있도록 공동수련 체계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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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전달체계가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국내 의료전달체계는 피라미드형이다. 1차 병원은 만성·경증질환, 3차 병원인 대학병원과 상급종합병원(상종)은 중증·위중증 질환 및 연구·교육을 맡고 '허리'가 되는 2차 병원이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한다. 그런데 지금은 1차에서 바로 3차로 환자를 보낸다. 이를 환자가 원해서다. 피라미드 구조의 원래 목적이 지켜질 수 있도록 정부에서 힘을 실어줘야 한다. 2차 병원에서 거를 수 있는 환자는 충분히 거르고 필요한 환자들만 3차 병원으로 올려보낼 수 있게 운영하되 단계별 의료진 간 협진 체계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동시에 현재 행정구획 기반의 중진료권도 지역민 생활권을 중심으로 재설정해야 한다. 필수의료는 특히 시간 싸움인 만큼 이동 환경 등을 고려해 현장 상황에 맞는 진료 접근성을 확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