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범사업 관리료로 30% 추가지급… 해외선 같거나 낮아
"보조 수단인데 취지 어긋나" 제도화 앞두고 조정 목소리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을 시작한 2023년 6월부터 지난 5월까지 2년간 진료·조제시 시범사업 관리료로 건강보험 재정을 174억원 이상 쓴 것으로 나타났다. 대면진료를 할 때보다 비대면진료를 하는 경우 대면진료 대비 30%의 수가를 시범사업 관리료로 더 주는데 이렇게 추가로 나간 건강보험 재정이 174억원 이상이란 얘기다.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와 같거나 낮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윤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입수한 '비대면진료·조제 시범사업 관리료 청구건수 및 금액' 자료에 따르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이 시작된 2023년 6월부터 올해 5월까지 비대면진료·조제시범사업 관리료로 청구된 금액은 174억2861만5000원이었다.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제도하에서 비대면진료를 하면 의료기관과 약국은 대면진료 대비 진찰료의 30%를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더 받을 수 있다. 30%의 추가 가산금이 비대면진료·조제의 시범사업 관리료라는 명목으로 더 지급돼서다. 대면진료였다면 추가로 소요되지 않았을 174억원 이상의 건강보험 재정이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란 이름으로 추가로 지출됐다.
기관별로 보면 의료기관에 156억5455만7160원, 약국에는 17억7405만8000원의 비대면진료·조제 시범사업 관리료가 지급됐다. 의료기관 중에서는 의원급에서 가장 많은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를 받아갔다. 의원급에 지급된 금액은 152억8200만7083원으로 전체 의료기관에 지급된 금액의 97.6%에 달했다.
월별 자료를 보면 전공의 집단사직으로 지난해 2월23일부터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대상이 확대되면서 비대면 관련 청구금액이 급증했다. 의료기관이 청구한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는 지난해 2월 1억4528만6000원이었는데 3월에는 6억5501만5000원으로 한 달 새 350.8% 급증했다. 이후 비대면진료 시범사업 관리료 청구액이 더 늘어 지난해 12월엔 8억8898만2000원으로 증가했다. 올해 5월에는 8억3239만8000원을 기록했다.
통상 해외에서는 비대면진료를 한다고 해서 대면진료 대비 수가를 더 높게 지급하지 않는다. 중국, 영국, 미국, 프랑스 등 국가는 대면진료와 비대면진료 수가를 동등하게 적용 중이고 호주와 일본은 비대면진료 수가가 대면진료 수가보다 낮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23년 월간 보건복지포럼의 '비대면진료 국내 현황 및 국외사례: 일본과 프랑스를 중심으로'에 따르면 일본의 비대면진료 초진료는 대면 초진료의 87% 수준이고 프랑스는 100%다.
이에 비대면진료 제도화를 추진하면서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와 같거나 낮은 수준으로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김윤 의원은 "비대면진료는 대면진료를 대체하는 수단이 아니라 보조하고 보완하는 수단인데 정부가 비대면진료에 수가를 가산해 지급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에 어긋난다"며 "비대면진료를 제도화하는 해외 주요국은 오히려 비대면진료에 낮은 수가를 적용해 과잉이용을 방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비대면진료의 안정적 정착을 위해서는 의료접근성 향상과 재정건전성의 균형, 그리고 오남용을 방지하는 합리적 수가체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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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울러 김대중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원도 보고서에서 "시범사업 단계에서는 비대면진료에 대한 참여율을 높이도록 가산을 부여할 수 있지만 본격적으로 제도화가 진행되면 수가 가산이 필요한지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가 직접 보고 문진하지 않는 비대면진료 수가를 대면진료보다 낮게 책정하는 게 합리적"이라며 "비대면진료가 제도화된다면 적절한 지불수준을 다시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미주 기자 beyon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