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노조 "정부가 추진하는 검체 검사 개편, 성분명 처방 등 도입 필요"
경실련 "의사단체, 진료 거부 등으로 국민 겁박해선 안 돼, 논의 테이블 나와야" 주장

의사단체인 대한의사협회(의협)가 검체 검사 개편 등 정부의 정책에 반대하며 집단행동에 들어가자 국민건강보험공단 노동조합 등이 이를 비판하고 나섰다. 정부가 불편한 '갑을관계'를 바꾸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인데 의사단체가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진료 거부 등을 거론하며 국민을 겁박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17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대한의사협회의 성분명 처방 반대 집회가 있었다. 대한민국은 '의사 공화국'이 아니다"라며 의사협회 주장과 달리 성분명 처방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지난 7월 '제약사 불법 리베이트는 건강보험 재정과 국민 건강권을 위협한다'는 제목의 성분명 처방 관련 성명문도 재차 공유했다.
앞서 지난 16일 의협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 의사 대표자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가 검체 검사 제도 개편, 성분명 처방 도입, 한의사의 엑스레이(X-ray) 허용 등을 추진할 경우 총력 투쟁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김택우 의협 회장은 "성분명 처방 강행은 곧 의약 분업의 원칙을 파기하는 것"이라며 "한의사에게 엑스레이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면허 체계의 근본을 훼손하는 의료 악법이고, 검체 검사 보상체계 개편도 개악"이라고 주장했다. 또 "국회와 정부가 의료계 대표자들의 외침을 외면한다면 14만 의사 회원의 울분을 모아 강력한 총력 투쟁에 들어가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건보공단노조는 "약가 제도 개선과 성분명 처방 확대를 통한 건강보험 재정 절감 대책이 시급하다"며 "작년 한 해 동안 건강보험공단이 부담한 의약품 비용(약값)이 무려 2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금액은 5년 사이에 누적 증가율 39%로 매년 평균 7.8%씩 꾸준히 늘어난 수치"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고령화로 인한 노인 의료비의 증가 요인뿐만 아니라 상품명(제품명) 처방과 리베이트로 인한 약제비의 거품 또한 가중된 것으로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가 환자의 상태보다 리베이트를 많이 제공한 제약사의 약을 우선 처방할 가능성이 있어 이에 따라 효능이 낮거나 필요 없는 약물이 투여될 가능성이 높아진다"며 "환자는 불필요한 부작용이나 약물 중독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정부 입찰제와 개별 약가 협상 등 공급자 간 가격 경쟁을 통한 약가 인하 또는 참조가격제와 같은 가격 탄력적 제도 등 약가 제도 개선이 근본적 해법이며, 동시에 해외의 의약분업 사례에서 다수의 선진국가들이 시행하고 있거나 권장하고 있는 상품명처방과 성분명처방의 병행 운영이 제도화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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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창호 건보노조 전문위원은 "검체 검사의 경우 현재 의료기관이 원청이과 검체 기관이 하청인 관계로 불편한 갑을 관계가 만들어졌는데 이걸 동등한 관계로 바꾸겠다는 게 복지부 의견이다. 상식적으로 복지부가 추진하는 방향이 맞다"면서 "한의사 엑스레이 허용도 지역사회 통합돌봄 관련 한의사들이 지역에 많이 포진해 있어 한의사들에 주치의 역할을 줘야 한다는 견해가 많은데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성분명 처방 관련해선 "의사협회에서 복제약의 안전성을 문제 삼는데 이 약들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생물학적 동등성 시험이 끝나 효과성과 안전성을 인정받은 것"이라며 "의사협회장이 대한민국 복제약에 안전성이 문제가 있다고 한 것은 우리나라 의약품 수출에 악영향을 미치는 위험한 발언"이라고 비판했다. "국내에서 의사들이 이미 복제약을 많이 처방하며, 외국에서도 성분명 처방을 광범위하게 인정하는 구조"라고도 덧붙였다.
남은경 경제실천정의시민연합 사회정책국장은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 것은 그간 의사에 수익이 집중됐던 독점 구조가 깨져 개원의들의 수익 감소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검체 검사 개편이나 성분명 처방은 제도가 투명화되고 가격이나 질을 관리할 수 있는, 의료의 질 향상을 위해 국민들에게 필요한 제도"라고 말했다. 이어 "의사협회에서 주장하는 것은 뚜렷한 논거가 없다. 진료 거부나 시위로 국민들을 겁박해서는 안 된다"며 "이의가 있으면 논의 테이블에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의료계와 협의해 보건의료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설명자료를 내고 "정부는 앞으로도 국민과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으로 두고 의료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주요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그 과정에서 의료계, 환자단체, 전문가 등과 충분한 의견수렴 및 협의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