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세부터 담배, 그 시절엔 약"...암 수술 8번 70대, 유해성 몰랐다

"11세부터 담배, 그 시절엔 약"...암 수술 8번 70대, 유해성 몰랐다

박미주 기자
2026.02.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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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보공단 담배소송
2심에서도 패소… 상고 계획
60~90년대 무해론기사 바탕
"과거 흡연 정보부재 탓" 반박

15일 서울역 인근 흡연구역.  /사진=뉴스1
15일 서울역 인근 흡연구역. /사진=뉴스1

"11세부터 담배를 피웠어요. 담배를 피우면 회충이 없어진다고 해서였어요. 그때는 주변에서 다들 담배를 피웠고 담배가 해로운지 전혀 몰랐어요. 이후 담배는 끊지 못했고 암 가족력이 없는데도 2009년 후두암에 걸렸어요. 암이 전이돼 8차례나 수술했어요. 처음부터 담배가 해로운지 알았으면 안 피웠을 겁니다."

1949년생인 박차구씨(76)가 머니투데이와 전화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1960년부터 담배를 피우다 암에 걸린 박씨는 "담배에 중독된 뒤에야 담배가 해로운 걸 알았다"며 "담배회사가 책임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2014년 4월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533억원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533억원은 1960~70년대부터 30년·20갑년(하루 1갑씩 20년 이상) 이상 흡연한 뒤 폐암, 후두암을 진단받은 환자 3465명에게 건보공단이 2003~2012년 지급한 진료비다.

건보공단은 지난달 15일 이 소송 2심에서 패소했다. 건보공단은 해당 환자들이 흡연을 시작한 1960~70년대엔 흡연의 위험성이 충분히 알려지지 않았다며 담배회사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오래전부터 담배의 유해성과 중독성을 경고했다"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엔 담배가 오히려 건강에 이롭고 폐암과 무관하다는 내용의 기사가 다수 보도됐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지금의 상식과 상반된 내용이다. 실제 건보공단이 법원에 제출한 과거 담배 관련 기사들을 보면 1969년 6월16일 동아일보는 '담배는 폐암과 무관…서독 애연가 교수 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독일 교수가 흡연과 폐암 사이에 직접적인 인과관계가 없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 1966년 11월1일 매일경제는 '담배는 무해…폐암과 관계없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1975년 9월11월엔 동아일보가 '흡연은 폐암과 무관하다'는 기사를, 1983년 2월12일 매일경제가 '흡연하면 궤양성대장염 예방' 기사를 각각 실었다. △1989년 11월8일 '담배 피우는 사람 파킨슨병 덜 걸려'(동아일보) △1991년 6월24일 '흡연은 노망에 효험…니코틴 조직 활성화'(동아일보) △1991년 6월25일 '흡연이 알츠하이머병 억제'(경향신문) 등의 기사가 보도됐다.

이런 내용은 현재 연구로 밝혀진 사실과 다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담배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하며 폐암, 심혈관질환, 만성폐쇄성폐질환(COPD) 등 치명적인 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숭실대 정보통계보험수리학과 공동연구팀은 2009년부터 2012년 사이 새롭게 우울증을 진단받은 40세 이상 129만530명을 대상으로 2020년까지 평균 4.26년을 추적한 결과 흡연이 치매위험을 높이는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지난해 11월 발표했다.

국내에서 담뱃갑 경고문구는 1970~80년대부터 옆면에 작게 들어갔고 1995년에야 앞뒷면에 표시됐다. 건보공단은 "미국 공중보건국 보고서조차 1988년에야 담배흡연이 니코틴 중독에 의한 것이라는 점을 처음으로 인정했다"며 "(재판부가) 일반 국민이 1960~70년대에 흡연의 유해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이를 전제로 흡연을 선택했다고 보는 것은 현실과 거리가 있다"고 비판했다. 건보공단은 2심 패소 이후 상고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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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미주 기자

보건복지부와 산하기관 보건정책, 제약업계 등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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