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유럽의 중국 바이오 배제…중국은 점진적 개방으로 '새판' 짜기
글로벌 협력 구도 재편 본격화…중간지대 포지션서 실익 극대화 과제

미국과 유럽이 공급망과 연구개발(R&D) 등 전방위적으로 바이오 산업에서 중국을 배제하는 가운데, 중국은 점진적 개방으로 맞대응하며 글로벌 바이오 산업의 질서가 재편되고 있다. 한국은 중간지대에서 모두에게 주요 협력 파트너로 여겨지고 있는데,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기회를 극대화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시급하단 목소리가 나온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중국에서 설립된 법인이 '호라이즌 유럽'의 첨단 반도체, AI(인공지능), 양자기술, 생명공학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을 제한했다. 호라이즌 유럽은 EU가 2021년부터 2027년까지 955억유로(약 163조원)를 지원하는 세계 최대의 다자간 연구혁신 프로그램이다.
집행위는 이번 결정의 배경으로 중국으로의 바람직하지 않은 지식재산권(IP) 이전 우려와 중국이 통제하는 기관의 참여가 초래하는 안보 위험 등을 꼽았다. 미국 생물보안법이 우려 바이오기업을 지정하고 이들에 대한 연방 정부의 지원과 거래를 제한한다면, 유럽은 앞단의 연구 분야에서 더 폭넓게 중국을 배제하는 셈이다.
미국 생물보안법을 적용받는 1260H(중국군사기업) 목록도 곧 확정될 것으로 보여 서방의 중국 바이오 배제 기조는 지속될 전망이다. 미국 국방부는 지난 13일(현지시간) 연방관보에 우시앱텍이 포함된 1260H 목록을 게재했다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목록은 통상 매년 1월 발표된 만큼 업계에선 이달 중에 다시 발표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폐쇄적인 바이오 생태계를 점진적으로 개방하고 있다. 기존 패권으로부터 배제당하는 상황에서 새로운 판을 짜겠단 것이다. 이미 글로벌 제약사들도 발을 들이고 있다. 지난 1월 아스트라제네카(AZ)는 중국에 2030년까지 150억달러(약 22조원)를 투자해 신규 생산시설 설립뿐 아니라 의료 생태계 전반에서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그간 폐쇄적인 스탠스였지만 결국 자신들이 개방하지 않으면 해외로 나갈 수 없다는 걸 알고 있다"며 "최근엔 홍콩과 상하이를 비롯한 여러 특구를 통해 중국 중심의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국에 가면 중국 경쟁자가, 중국에 가면 미국 경쟁자가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를 활용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생물보안법의 실질적인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미중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련된 무기 성격이 강하고, 중국도 자신감을 갖고 이에 맞설 수 있는 수준이 됐다는 시각에서다. 이에 한국은 생물보안법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기다리고 있기보단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배제하고 있는 상황을 활용해 기회를 극대화해야 한단 목소리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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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중국 바이오는 과거와 달리 기술 수준이 높아졌을 뿐만 아니라 네거티브 규제 등으로 좋은 생태계를 갖고 있다"며 "현재로선 관세나 생물보안법 등의 영향을 받고 있지만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국 약물을 허가하는 등 산업과 정치를 별개로 봐야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 출장을 가보면 바이오 분야에서 한국을 굉장히 매력적인 파트너로 인식하고 있어 양국 간의 산업적 협력을 도모할 필요가 있다"며 "미국도 공급망 관점에서 한국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등이 없으면 안 되기 때문에 앞으로 로드맵을 그릴 때 두 국가에 대한 협력을 잘 분포시킬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