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앞이 빙글 "피곤한가" 그냥 뒀다간…아픈 심장·뇌가 보내는 SOS 넷

눈앞이 빙글 "피곤한가" 그냥 뒀다간…아픈 심장·뇌가 보내는 SOS 넷

정심교 기자
2026.02.26 16:28

[정심교의 내몸읽기]

어지럼증은 흔한 증상이지만, 많은 사람이 '피곤해서 그런가 보다'며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하지만 뜻밖에 심장·뇌 이상이거나 중증질환의 신호일 수 있다. 예컨대 지하철에서 서서 가다가 갑자기 중심을 잡기 힘들 정도로 어지럽거나, 누웠다 일어나는 순간 천장이 빙글빙글 도는 듯한 증상을 경험했다면 특정 질환이 원인일 수 있다.

임진희 수원 S서울병원 신경과 원장은 "어지럼증은 매우 흔하지만 원인을 구분하지 못하면 불필요하게 불안을 키우거나, 반대로 위험 질환의 치료 시기를 놓칠 수 있다"며 "어지럼증 양상을 정확히 구분하는 게 치료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어지럼증 양상이 암시하는 대표적인 원인 질환 4가지를 알아본다.

말초성 어지럼증…고개 돌릴 때 빙글빙글

어지럼증의 상당수는 귓속 균형 기관인 내이 문제에서 시작된다. 이를 말초성 어지럼증이라 한다. 그 대표적인 질환이 이석증(양성 돌발성 체위성 현기증)이다. 아침에 일어나거나 돌아눕는 순간, 혹은 머리를 숙이거나 들 때 갑자기 세상이 도는 것 같은 회전감이 몇 초에서 수십 초 동안 나타난다. 귓속 반고리관 안에 있는 작은 결정(이석)이 제자리를 벗어나면서 발생한다.

이석은 반고리관 주변에 있으면서 균형 유지에 관여하는 물질이다. 어떤 이유로든 이석이 원래 위치에서 떨어져 나와 반고리관 내부의 액체 속에서 흘러 다니거나 붙어 있게 되면, 자세를 느끼는 신경을 과도하게 자극해 주위가 돌아가는 듯한 증상이 생긴다. 이석이 제자리를 이탈하는 이유 중엔 외부 충격, 골밀도 감소, 바이러스 감염, 약물의 부작용 등이 있다.

메니에르병이나 전정신경염도 말초성 어지럼증에 속하는데, 이 경우 △귀 먹먹함(이 충만감) △이명 △청력 저하가 동반될 수 있다. 그중 메니에르병은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많은 연구에서 귓속에 내림프수종이 생기면서 발병한다고 알려졌다. 전정은 몸이 균형을 잡도록 돕는 귓속 평형 기관으로, 전정으로부터 감각을 받아들이는 신경이 바이러스에 감염되거나 신경으로 피를 공급하는 혈관에 이상이 생기면 전정신경염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임 원장은 "환자들은 뇌 질환을 걱정하며 내원하지만 실제로는 귀 문제인 경우가 가장 많다"며 "비디오 안진검사(VNG)를 통해 특정 자세에서 눈 떨림이 유발되는지 확인하면 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몸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몸이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기관. /자료=국가건강정보포털
중추성 어지럼증…2개로 보이고 말 어눌

뇌간·소뇌 등 균형을 담당하는 중추에 문제가 생기면 중추성 어지럼증이 나타난다. 단순 회전감보다 지속 시간이 길고 다른 신경학적 증상이 함께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은평성모병원 신경외과 은진 교수는 "중추성 어지럼증은 중추신경계 이상으로 발생한다"며 "뇌경색, 뇌종양, 기타 신경계 퇴행성 질환, 척추동맥 부전 등이 중추성 어지럼증의 원인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중추성 어지럼증의 신경학적 증상은 사물이 2개로 보이거나, 말이 어눌해지고, 한쪽 팔다리에 힘이 빠지거나 감각 이상이 동반되는 경우다. 울렁거림, 심한 두통, 보행 불안정도 중요한 신호다.

어지럼증과 함께 신경학적 증상이 동반되면 뇌졸중 등 중추성 어지럼증의 가능성을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특히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이 있는 중장년층에서 이런 증상이 나타났을 경우, 즉시 뇌 MRI(자기공명영상) 검사가 필요하다.

전신 질환…앉았다 일어날 때 '핑그르르'

눈앞이 캄캄해지거나 쓰러질 듯한 느낌이 드는 어지럼증은 귀나 뇌가 아니라 몸 전체 상태가 원인일 가능성이 크다. 이를 전신성 어지럼증이라고 한다.

기립성 저혈압, 부정맥, 심부전, 빈혈, 저혈당, 전해질 불균형, 갑상샘(갑상선) 질환, 비타민 B12 결핍 등이 전신성 어지럼증의 대표적인 원인이다. 항고혈압제나 전립선 약물, 진정제 같은 약물도 어지럼증의 흔한 유발 요인이다.

특히 고령 환자가 어지럽다면 심장 질환이 숨은 경우가 적잖다. 이를 판별하려면 혈액검사와 심전도 검사, 심장초음파 검사 같은 전신 평가가 중요하다.

심인성 어지럼증…"몸이 붕 뜨거나 바닥 흔들려"

검사에서 몸에 이상이 없는데도 어지럼증이 사라지지 않는다면 불안장애, 공황장애, 우울증, 과호흡 증후군과 관련된 심인성 어지럼증을 의심해야 한다. 그중 과호흡 증후군은 과도한 호흡을 통해 이산화탄소가 필요 이상으로 배출돼 동맥혈의 이산화탄소 농도가 정상 범위 이하로 감소한 상태로, 정신적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

심인성 어지럼증은 '회전감'보다는 몸이 붕 뜨거나 바닥이 흔들리는 느낌으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고, 사람 많은 공간이나 마트·엘리베이터에서 악화하기도 한다. 임 원장은 "검사 결과 이상이 없다고 해서 몸이 느끼는 증상이 가짜라는 건 아니"라며 "심리적 긴장 상태가 균형 감각을 실제로 교란해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어지럼증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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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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