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집행부 리더십 여전히 '시험대'
"한달 가까이 뚜렷한 대응책 없어" 비판
전공의들과 갈등 수면 위로…"내부결속 필요" 목소리도

대한의사협회(의협) 대의원회가 현 집행부에 힘을 싣는 방향으로 선회했다. 그러나 여전히 내부에선 정부 의과대학 증원안 발표가 한참 지나도록 뚜렷한 대응책이 나오지 않는단 비판이 이어지면서 혼란이 깊어진 분위기다.
4일 의료계에 따르면 의협 대의원회는 지난달 28일 임시대의원총회(임총)에서 의대 증원안 관련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하는 안건을 부결, 현 김택우 회장 집행부에 힘을 실어주기로 결정했다. 김 회장 탄핵안까지 제안되며 내부 갈등이 고조됐으나 탄핵안 일부 내용이 정관을 위배할 수 있단 대의원회 판단에 따라 추진이 무산됐다.
의협 대의원회는 임총에서 '전면 투쟁'을 내세우며 집행부를 향해 명확한 로드맵에 따른 대정부 압박 등 수위 높은 방향성을 요구했다. 이와 관련 집행부는 이달 중 보건복지부와 의협 관계자 간 소규모 논의 기구인 '의정협의체'를 출범, 정부와의 대화 채널을 더 구축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의협은 의학 교육 전문가와 교육 당사자가 참여하는 '의학교육협의체' 구성에 대해서도 정부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젊은 의사들 사이에선 증원안이 확정된 지 한 달이 가까워지도록 의협이 명확한 대응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단 불만이 이어진다. 실제 이번 임총에 참석한 전공의 대의원들은 의협의 대책 실행 능력이 미흡하다며 날 선 반응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 비수도권 대학병원 전공의는 기자와 통화에서 "의대 증원은 확정안이 나오기 훨씬 전부터 예상된 수순이었다"며 "결론이 나온 뒤가 아닌 미리 의료계 단일 목소리를 낼 방안을 준비했어야 했다. 사실상 한 달 가까이 구체화한 게 없다"고 말했다.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는 임총 직후인 지난 1일 '젊은의사정책연구원' 출범을 공식화, 사실상 의협과 분리된 '독자 노선'을 강조하고 나섰다. 젊은의사정책연구원은 앞서 한성존 대전협 회장이 공약으로 내세운 핵심 사업이다. 젊은 의사들이 향후 의료 정책 추진 과정에서 주체가 될 수 있도록 하겠단 구상이다. 연구원은 이달부터 '보호수련시간'(전공의가 학습·연구 등 역량 강화에만 집중하도록 보장된 시간) 실태 조사와 이에 대한 보장 방안 등 구체적 연구를 진행할 계획이다.
집행부 리더십은 여전히 시험대에 오른 가운데, 내부 결속이 무너진 점에 대해서도 우려가 나온다. 지방의 한 공공병원 교수는 본지 통화에서 "의협이 당장의 지역·필수의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구체적 대책이 부족한 건 맞다"면서도 "지금은 집안싸움보단 내부 결속을 강화해 앞으로 더 나은 방향성을 제시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부와 국회는 의료 정책 추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복지부는 지역의사제 전형 자격으로 중학교 소재지 요건을 강화한 법안 시행령 수정안을 오는 6일까지 재입법 예고했다. 국회에서도 15년간 공공의료기관 의무 복무 내용이 담긴 '국립의전원법'(공공의대법)이 전체회의에 상정됐다. 다만 실제 정책 시행 과정에서 의정 간 잡음은 계속될 전망이다. 의협은 지역의사제에 대해 "의무 복무 불이행 시 제재 수준이 과도하다"고 주장하는 한편, 공공의대 설립안은 "무리한 의대 신설은 의학교육의 질 저하를 초래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