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도 유전무죄? "비만약 선택적 급여화해야" 비만학회 주장, 왜

비만도 유전무죄? "비만약 선택적 급여화해야" 비만학회 주장, 왜

정심교 기자
2026.03.04 16:35

4일, 국회서 '비만환자 미충족 의료 수요 토론회' 개최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만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사가 비만 치료의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적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빗댄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4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비만 정책토론회에서 대한비만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사가 비만 치료의 건강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선택적 급여화를 추진해야 한다며, 이런 내용을 빗댄 그림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정심교 기자

비만이 급증하면서 당뇨병·고혈압 같은 비만 합병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주목할 건 소득·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유병률이 높다는 건데, 한 달에 수십만원 투자해야 하는 최신 비만치료제(위고비·마운자로 등)는 '그림의 떡'이다. 이처럼 사회·경제적으로 열악한 비만환자에게 선택적으로 급여를 적용해, 이들의 비만을 '개인의 책임'이 아닌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의학계의 주장이 나왔다.

4일 '세계 비만의 날'을 맞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 5간담회의실에서 열린 '우리나라 비만 환자의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토론회'에서 이 학회 박정환 대외협력정책위원회 이사(한양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는 "우리나라는 가구 소득, 교육 수준이 낮을수록 비만 유병률이 높았다"며 "우리 사회에서 비만은 유전무죄, 무전유죄란 공식이 성립한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비만 팩트시트'(2019년)에 따르면 가구소득을 4단계로 나눴더니 최고 소득 그룹의 비만 유병률은 29.2%로 4개 그룹 중 최저였지만, 최저 소득 그룹은 34.4%로 가장 높았다. 또 대학교 졸업 그룹의 비만 유병률은 29.5%였지만, 초등학교 졸업 이하 그룹은 45.6%로 1.5배나 높았다.

비만은 2형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지방간, 심혈관 질환 등을 몰고 온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는 건강보험 재정에 막대한 부담을 준다. 건강보험통계연보(2018년)에 따르면 국내 만성질환 진료비는 연평균 8.1%씩 늘었는데, 특히 상위 12대 만성질환 중 비만 관련 질환(고혈압·당뇨병·암·관절염 등)이 7개나 올랐다. 그런데도 2022년 한국인 비만율은 38.4%(남성 49.6%, 여성 27.7%)로, 2013년(30.6%)보다 9년 새 7.8%포인트 늘었다.

박 이사는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들은 장기간 유지 치료가 필수적이지만 월 수십만원 상당의 고가를 환자 개인이 부담해야 한다"면서 "사회·경제적 격차에 따른 건강 불평등이 심화할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이 학회가 20세 이상 성인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했더니 의사 처방과 약물치료의 도움으로 체중을 감량했다가 중단한 사람의 29%가 '비용 부담'을 그 이유로 꼽았다.

이날  이 학회 이준혁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간사는 소득·교육수준이 비교적 낮은 지역(제주·강원)의 비만율이 최근 10년 이상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날 이 학회 이준혁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간사는 소득·교육수준이 비교적 낮은 지역(제주·강원)의 비만율이 최근 10년 이상 가장 높게 나타났다는 통계 결과를 발표했다. /사진=정심교 기자

이 학회 이준혁 대외협력정책위원회 간사(노원을지대병원 가정의학과)는 "그런데도 우리나라 비만 정책은 여전히 '예방'과 '생활습관 개선' 중심에만 머물러 있다"며 "비만 정책 방향을 '치료 중심'으로 바꾸고, 장기간 약물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제약사가 보험 급여 등재를 신청한다면 검토해보겠단 입장이다. 이날 패널로 참석한 보건복지부 보험약제과 김연숙 과장은 "(위고비·마운자로 등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에 대한 보험급여 신청 사례가 아직 없다"면서도 "만약 제약사에서 이들 약에 대해 보험급여를 신청한다면 정부는 기존 치료제와의 형평성, 비용 효과성, 안전성, 건강보험 재정, 오남용 문제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질병관리청 만성질환관리과 김유미 과장은 "비만율이 높기로 유명한 미국에서 최근 비만율 상승 폭이 꺾였는데, 최근 등장한 비만치료제의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보인다"며 "10년째 비만율이 늘고 있는 우리나라도 비만을 예방하는 차원을 넘어 조기 개입과 치료까지 통합 관리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언급했다.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우리나라 비만환자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서미화 의원실
4일 서울 국회의원회관 제5간담회의실에서 '우리나라 비만환자 미충족 의료 수요 반영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제공=서미화 의원실

이번 토론회를 주최한 서미화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학회와 함께 비만치료 선택적 급여화를 담은 법안 입법을 추진하고 있다. 이날 서 의원은 "현재 비만 정책은 실제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의 의료수요와 고통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에 비만을 지속해서 예방·관리할 정책과 국가가 비만을 책임지는 실질적 제도를 담은 비만 예방법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학회 김민선 이사장(서울아산병원 내분비대사내과)은 "우리나라에선 여전히 비만 치료가 선택적·사적 영역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약물 치료에 대한 보험 적용의 부재, 비만에 대한 사회적 낙인과 왜곡된 인식 비만환자에게 장벽으로 작용한다"며 "의학적 개입 필요성이 높은 비만환자에 대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치료 접근성을 보장한다면 장기적으로 국가 재정에도 도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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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심교 기자

안녕하세요.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의료헬스팀장 정심교입니다. 차별화한 건강·의학 뉴스 보도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 現 머니투데이 바이오부 차장(의료헬스팀장) - 서울시의사회-한독 공동 선정 '사랑의 금십자상(제56회)' 수상(2025) - 대한의사협회-GC녹십자 공동 선정 'GC녹십자언론문화상(제46회)' 수상(2024) - 대한아동병원협회 '특별 언론사상'(2024) - 한국과학기자협회 '머크의학기사상' 수상(2023) - 대한이과학회 '귀의 날 언론인상' 수상(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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