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캐서린 모어 인튜이티브 재단 이사장

인튜이티브서지컬의 '다빈치'는 로봇수술의 대명사다. 몇 ㎝에 불과한 작은 구멍으로 관절형 로봇팔과 고해상도 카메라를 집어넣어 정밀 치료를 해낸다. 절개·출혈을 줄일 수 있어 환자 회복 속도가 빠르다. 의사도 조종석(콘솔)에 앉아 로봇팔과 카메라 등을 조작해 정신적·체력적인 부담 없이 장시간 수술에 집중할 수 있다.
인튜이티브시저컬은 기업 성장에 따른 이익을 사회에 돌려주기 위해 2018년 비영리 공익재단인 '인튜이티브 재단'을 설립했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스탠퍼드 의과대학에서 석·박사를 취득한 '메스를 든 과학자' 캐서린 모어 이사장은 '전 세계 질병 부담 경감'이란 목표 실현을 위해 설립 초기부터 전 세계를 뛰어다니고 있다.
인튜이티브서지컬의 의료연구·전략 부사장 출신으로 로봇수술의 최일선에서 활동한 경험은 수술 연구·교육 기회 확대와 의료 접근성 강화 전략을 수립하는 초석이 됐다. 최근 방한한 모어 이사장은 "한국은 기술 발전을 함께하는 파트너 국가"라며 "수술 데이터를 분석해 교육과 연구로 연결하는 피드백 구조가 강화될수록 한국의 경쟁력은 더 향상될 것"이라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로봇수술이 '글로벌 대세'다.
▶로봇수술은 더는 '특수 수술'이 아니다. 선택적 기술이 아닌 핵심적 의료 인프라로 자리 잡고 있다. 다빈치 시스템을 통한 수술은 2018년 연간 약 100만건에서 2025년 약 320만건으로 7년 만에 3배 이상 증가했다. 일본·대만은 로봇 수술에 대한 건강보험 적용을 확대하고 있다.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는 2035년까지 현재 복강경으로 진행하는 수술의 90%를 로봇 수술로 전환하겠다는 목표를 공식화했다.
-한국도 로봇수술이 활발하게 이뤄진다.
▶한국은 로봇 수술의 임상과 연구 역량을 고루 갖춘 국가다. 2014~2023년 로봇수술 관련 연구 논문 발행은 세계 4위로 술기를 배우기 위해 방한하는 외국 의료진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안다. 세계적으로 수술 교육과 기술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MIT 기계공학자에서 외과 보조의, 창업자, 재단 이사장까지 다양한 커리어를 쌓은 점이 이색적이다.
▶나의 초점은 언제나 기술과 혁신을 통해 임상 문제를 해결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 과정에 기술이 환자 치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이해하고 싶어 의학박사(MD) 과정을 시작했다. 복강경·로봇 수술의 보조의로 200회 이상 참여하면서 외과 의사가 어떻게 술기를 습득하는지, 그 과정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는지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됐다 (※ 모어 이사장은 MD 취득 후 수술 중 혈관 손상을 줄이는 장치를 발명하고 이를 상용하기 위해 '베리슈어'를 창업했다). 혁신적인 기술도 의료진에게 전달되지 않으면 환자에게 닿을 수 없다. 교육과 연구를 통해 기술이 이식되어야 하며, 그 혜택은 전 세계에서 공평하게 돌아가야 한다. 우리 재단은 그 목표를 위해 일하고 있다.
-인튜이티브 재단은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나.
▶2024년 8000만 달러(한화 약 1064억원)의 기금을 확보하며 장기 지속 가능성을 확보했다. 연구비 지원, 기부 활동을 비롯해 수술 연구·교육·의료 접근성 확대 사업을 운영하고 있다. 대표 교육 프로그램인 'SELF'(수술 교육 학술자 포럼)는 전통적인 도제식 외과 교육의 구조적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기획됐다. 강사나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시뮬레이션 기반으로 스스로 학습하고 역량을 평가받을 수 있는 오픈 소스·무료 플랫폼으로 전 세계 28개국이 활용한다. 퇴역 다빈치 시스템 부품을 재활용한 글로벌 연구 플랫폼 'dVRK'(다빈치 연구 키트)는 인공지능(AI) 기반 자동화, 정밀 제어, 영상 기반 지능 인식 등 차세대 수술 로봇 기술 연구에 쓰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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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dVRK'가 기증된 것으로 안다.
▶서울대·연세대·대구경북과학기술원(DGIST)에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특히 DGIST 황민호 교수팀은 로봇수술·정밀 조작 자동화 분야를 15년간 연구하며 △내시경 영상 기반 환경 인식 △수술 도구 미세 제어 △의사-로봇 공유제어 기술을 연구 중이다. dVRK를 활용한 연구로 수술 중 손의 움직임 배율을 자동 조정하는 기술(모션 스케일링)이 검증됐는데, 이를 통해 수술 도구 충돌을 60% 이상 줄이면서도 작업 효율은 유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의료진이 더욱 안전하고 정밀하게 수술할 수 있도록 지금 이 시각에도 기술은 진화하고 있다.
-SELF는 다빈치 로봇 수술과 연계된 플랫폼인가.
▶직접적으로 연계되진 않는다. SELF는 의료 자원이 부족한 지역에서 수술 전후 간호, 개복·복강경 수술에 대한 기초 교육을 제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재단의 10년 목표는 SELF가 현재 28개국을 넘어 더 많은 나라에서 활용되고, dVRK 연구 성과가 실제 수술실에 적용되는 것이다. 궁극적으로 이런 '자기주도' 교육 플랫폼이 재단 없이도 자생적으로 운영되는 구조를 만들어가고 있다.
-일각에서 '3년 내 로봇이 외과 의사를 대체할 것'이라 주장한다. 수술 현장과 기술 개발 양측의 전문가로서 의견은.
▶로봇수술과 AI는 외과 의사를 대체하는 방향보다 의사의 역량을 '확장'하는 방향으로 발전하고 있다. 자동화 분야는 수술 도구를 주고받는 과정(니들 핸드오버)이나 모션 스케일링처럼 반복 작업이나 일부 세부 동작을 보조하는 수준에서 의미 있는 진전을 보이고 있다. 인튜이티브가 개발 중인 '포스 피드백'(촉감 강화)이나 '케이스 인사이트'(AI 데이터 기록) 같은 기능운 의료진의 판단과 역량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설계됐다. '3년 내 대체'라는 표현은 기술 발전의 방향을 과도하게 단순화한 해석이다. 인식 기술, 영상 기반 제어, 수술 환경의 불확실성, 환자 안전, 책임 구조 등 해결해야 할 과제는 여전히 많다. AI와 로봇이 수술 의사결정과 위험 예측, 수술기법 분석과 정밀한 수행을 지원하고 최종 판단과 책임은 의료진이 갖는 것이 더욱 현실적인 미래이지 않나 생각한다.

-로봇수술 분야에서 한국의 강점은.
▶빠른 기술 수용 속도와 높은 임상 집중도다. 임상과 연구를 함께 축적하며 단순한 사용자 시장이 아니라 기술 발전을 함께 이끄는 국가가 됐다. 앞으로의 과제는 축적된 임상 데이터를 어떻게 체계적으로 구조화하느냐에 있다. 수술 데이터를 분석해 교육·연구와 연결하는 '피드백 구조'가 강화될수록 한국의 경쟁력은 향상될 것이다. 특히 AI 기반 수술 환경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임상, 공학, 데이터가 함께 작동하는 생태계,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표준화된 데이터 수집과 분석 체계를 갖추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한국은 의사 과학자 육성에 관심이 많다. 의사 과학자가 사회에서 맡아야 할 역할과 정부 지원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나.
▶의사 과학자는 임상 현장에서 실제로발생하는 문제를 가장 잘 이해하는 사람이다. 그 문제를 기술과 연구로 풀고 다시 환자 치료로 연결해야 한다. 의료 혁신은 공학, 데이터, 교육과 함께 작동하고 있다. 의사 과학자도 단순히 진료와 연구를 병행하는 수준을 넘어 서로 다른 전문 분야를 연결하고, 새로운 해결책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한국처럼 의사 과학자 육성에 관심이 높은 경우 연구비 지원만큼 중요한 것은 '환경'이다. 임상과 공학을 연결하는 교육 과정, 병원과 연구기관·산업이 함께 협력할 수 있는 플랫폼, 장기 연구를 지속할 수 있는 구조와 환경이 구축돼야 한다. 재단의 dVRK나 SELF와 같은 프로그램도 이런 맥락에서 의미가 있다. 수술 로봇 기술 자체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핵심이다.
-재단의 목표는.
▶가장 좋은 기술은 가장 많은 사람에게 닿는 기술이다. 개인적으로 지구상에 태어난 모든 아이는 태어난 곳에 상관없이 자기 잠재력을 온전히 발휘할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지역사회와의 연결을 강화하고, 미래 세대와 소통하며, 재단의 모든 활동을 통해 글로벌 의료 형평성 증진을 위한 노력을 이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