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정신과 진료를? 인간 대체 못해"…의사 300명이 답했다

"AI가 정신과 진료를? 인간 대체 못해"…의사 300명이 답했다

홍효진 기자
2026.06.10 15:28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의료in리포트]
정신과 의사 311명 실제 경험 분석 결과
감정관리 등 측면에서 AI 활용…환자 호전 사례
반면 AI 사용 과도할 경우 망상·과의존 등 부작용
"생성형 AI는 양가적 기술…대체 아닌 보조"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 관련 없음.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정신건강 진료 현장에서 생성형 AI(인공지능)의 활용도가 높아진 가운데, 정신건강의학과 의사들의 실제 경험을 토대로 AI 도입 우선 과제를 분석한 국내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의사들은 생성형 AI의 유용성에 대해 공감대를 이루면서도 환자와 소통하는 치료 영역에서는 인간을 대체할 수 없다는 경계를 분명히 했다.

조철현 고려대학교 안암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와 정두영 한국과학기술원(KAIST) 디지털인문사회과학부 교수 공동 연구진은 국내 정신건강의학과(이하 정신과) 의사들이 진료 현장에서 확인한 생성형 AI 경험과 해석, 안전한 도입을 위한 과제를 분석한 연구 결과를 국제 학술지 '저널 오브 메디컬 인터넷 리서치'(Journal of Medical Internet Research)에 게재했다고 10일 밝혔다. 연구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미래전략위원회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연구진은 대한신경정신의학회 회원을 대상으로 지난해 10월27일~12월26일 설문을 진행했다. 전체 408명 설문 대상자에는 정신과 전문의 326명과 전공의 82명이 포함됐다. 이 중 의미 있는 개방형 답변을 남긴 311명의 응답이 질적 분석에 포함됐다. 설문은 △진료 현장에서 겪은 챗봇·진단 보조도구 등 생성형 AI 관련 경험 △인간 치료자와 비교한 생성형 AI의 장점과 한계 △정신건강 분야에 생성형 AI를 안전하게 도입하기 위한 시급한 과제의 세 가지로 나뉘었다.

결론의 핵심은 생성형 AI가 임상적으로 '양가적 기술'이라는 점이었다. 같은 기능이라도 사용 맥락, 사용 강도, 환자의 취약성에 따라 도움이 되기도 하고 위험해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 참여한 의사들은 환자가 생성형 AI를 감정 정리·자가관리·치료 진입의 '낮은 문턱 도구'로 활용한 긍정적 사례를 보고했다. 한 의사는 "환자가 생성형 AI를 통해 자신의 상황과 감정을 정리하는 글을 만들었고, 그간 표현하기 어려웠던 감정을 언어화하고 증상이 호전됐다"고 경험을 전했다.

반면 사용이 과도해지거나 고위험 상황일 경우 부작용이 뚜렷했다. 망상적 신념의 강화·사회적 위축·과의존·약물 과다복용 등 자살·자해 위험과 연결된 사례들이 보고됐다. 특히 환자가 생성형 AI 출력 내용을 의사의 진단과 비교하며 치료 관계 자체와 치료 순응도, 진단에 대한 신뢰를 흔드는 새로운 양상도 관찰됐다.

응답자들은 생성형 AI가 인간 치료자의 보조 수단(행정 업무·진료 전후 보조 등)으로는 유용하나, 대체재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비언어적 단서나 정서적 뉘앙스가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고, 사용자의 표현을 비판·검증 없이 반복 수용하는 내용으로 제시되는 출력 방식 탓이다. 이 방식은 환자에게 위안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동시에 왜곡된 신념을 과도하게 인정하게 될 위험이 있다고 의사들은 답했다.

도입 우선순위와 관련해서는 거버넌스와 책무성, 위기 상황·취약 집단을 위한 안전 기반 시설, 확산 전 기술적 신뢰성과 임상 검증, 교육·감독·구조적 지원 등이 핵심 과제로 도출됐다.

조철현 교수는 "이번 연구는 추상적 태도 조사를 넘어 정신과 의사들이 실제 진료실에서 생성형 AI를 어떻게 마주하고 있는지를 현장 경험에 근거해 규명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정신건강 분야의 AI는 다른 의료 AI보다 더 계층화된 감독과 진단 민감형 안전장치가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홍효진 기자

안녕하세요. 바이오부 홍효진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