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시대의 건강관리 '건(健)테크' (260) 폐 건강

최근 실내 공기 관리가 비흡연자 폐암 예방의 핵심이란 점이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반 가정 내 조리와 달리 조리업을 수행하는 급식조리사의 폐암 예방을 위해선 조리 습관과 환기 여부가 폐암 위험도를 크게 좌우한다.
불을 사용해 요리하는 과정에선 일산화탄소와 미세먼지가 발생한다. 일산화탄소는 두통과 메스꺼움을 유발하고 낮은 농도여도 20분 이상 노출되면 신경계 이상이 나타날 수 있다. 조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 같은 '조리흄'엔 초미세먼지와 벤조에이피렌 같은 다환방향족탄화수소가 다량 포함돼 있다. 이외에도 포름알데히드,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 등 다양한 가스상 물질이 연소 과정에서 배출돼 조리 과정에서 일상적으로 폐암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
고온 조리 시 초미세먼지 농도는 급격히 상승한다. 실제 조리 중 초미세먼지 농도가 1000㎍/㎥(마이크로그램 퍼 세제곱미터) 이상까지 올라가는 사례가 보고되며, 후드(공기 배출 장치)를 켜지 않으면 평소보다 약 90배 높은 농도에 노출되는 심각한 상황이 반복된다. 이러한 노출이 장기간 반복되면 폐암 위험도가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조리흄으로 인한 폐암 위험을 낮추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환기다. 조리할 땐 반드시 후드를 켜야 한다. 후드를 켜면 조리 중 치솟는 미세먼지를 빠르게 줄일 수 있다. 조리 후에도 30분 이상 충분히 환기하는 것이 필수다.
공기청정기 역시 미세먼지 제거에 분명한 효과가 있다. 특히 헤파 필터는 초미세먼지보다 훨씬 작은 입자도 99% 이상 제거할 수 있어 미세먼지 제거에 효과적이다. 다만 헤파필터만으로는 조리흄에 포함된 화학물질까지 관리하긴 어렵다. 따라서 냄새, 유기물, 휘발성유기화합물 등 가스 형태의 오염물질을 포집·중화하는 활성탄 필터까지 갖춘 공기청정기가 도움이 된다.
사용 순서도 중요하다. 조리흄이 많이 발생하는 상황이라면 환기와 후드 사용으로 실내 조리흄 농도를 먼저 낮춘 뒤, 보조적으로 공기청정기를 가동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청정 능력은 필터가 좌우하는 만큼 'H13' 등급 이상의 필터가 적용된 제품을 권한다. 환기 없이 공기청정기만 사용하는 것보단 자연환기 후 청정기를 가동하는 방식이 가장 효과적이다. 다만 공기청정기 사용이 폐암 발생이나 사망을 낮춘다는 근거는 아직 부족해 그 효과는 제한적으로 보아야 한다.
조리흄 피해를 근본적으로 줄이려면 공정 설계 단계부터 개선해야 한다. 급식실 설비와 구조를 표준화해 신규 설치 단계부터 안전 기준을 반영하는 게 필요하다. 이는 폐암 위험을 비롯해 근골격계·온열질환 등 다른 위험도 함께 줄일 수 있는 효과적 방법이다. 급식 노동자는 중량물을 반복해 들고 장시간 서서 일하는 탓에 근골격계질환이 가장 많다. 또 고온에 따른 온열질환, 후드·세척기 소음으로 인한 소음성 난청, 낙상·골절도 빈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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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리흄에 노출된 비흡연 노동자의 저선량 CT(컴퓨터단층촬영) 검사는 위험 요인을 고려해 3~5년 주기로 복지 차원에서 시행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기 건강검진에 청력 및 근골격계 검사를 포함해 직업성 유해 요인에 대한 예방 중심의 관리 체계를 구축한다면 폐암 등 여러 질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외부 기고자-명준표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직업환경의학과 교수